“의사들, 가습기살균제 피해 3~4단계도 피해자라 하지만 정부는 1~2단계만 인정”
“3‧4배 징벌적손해배상 법률, 법사위 재논의...국회의원 책임 회피하는 것”

5년 전부터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다뤄온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정부의 피해자 인증기준이 너무 까다로워서 태아 피해인증도 미미한 수준으로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등 정부의 피해 입증기준은 굉장히 까다로워요. 많은 피해자들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옥시와 세퓨 등 제조사들은 면피를 받고 있어요. 가습기살균제 사용 산모의 태아나 영유아 피해도 인정 기준으로 포함시킨 것은 의미 있지만, 1~2단계 피해 인정자의 태아나 영유아로 국한하고 있어서 실제 인정자는 매우 적을 것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해야 합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건을 5년 전부터 파헤쳐 특별법 입법과 형사재판 일부 유죄 판결을 이끌어낸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29일 <일요경제>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27일 환경부의 조치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최 소장은 “의사들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3~4단계라고 해도 1~2단계보다 정도가 낮은 것이지 피해자가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정부는 1~2단계만 피해자로 인정한다”며 “정부는 1단계와 2단계를 나누는 것 같은 엄격한 기준으로 피해자인지 아닌지를 판정하기 때문에 많은 피해자들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엄격한 피해자 인증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이를 위한 연구 결과가 4월 말 발표 예정인데, 태아나 영유아의 피해 인정기준이 그 이후에 마련됐어야 실효성이 큰 조치가 됐을 거라는 지적이다. 최 소장은 환경부가 현재의 엄격한 피해 인증기준 상태에서, 피해자의 태아나 영유아의 피해만 피해 인정 고려 대상으로 삼은 것은 대외적 생색내기로 보이기 때문에, 세 정부에서 가해자의 입증책임제 마련 등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전면 재검토해야 조치를 강화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사위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예방을 위해 3~4배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담은 개정안을 범안심사소위로 넘긴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드러냈다. 법안 부결한 것은 아니지만, 300명이 넘는 국회의원이 5~6년 만에 가습기살균제 같은 생활용품 대형참사를 막기 위해 만든 법을 다시 논의한다는 것은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또한 최 소장은 환경보건시민센터를 만들어 활동하며 석면과 미세먼지, 환경호르몬 등 우리 생활에 나쁜 영향을 주는 환경오염물질 문제를 다뤄왔다고 소개했다. 석면은 사용이 전면 금지됐지만 신규 사용 금지로, 지금까지 석면을 사용한 많은 건물들이 남아있어서 아이와 일반시민들이 석면에서 안전한 상태는 아니라고 우려했다. 

환경호르몬의 경우 가습기살균제나 석면처럼 명확한 인과관계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더 미세하고 교묘하게 장기간 인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앞으로 밝혀야 할 중요한 환경오염물질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예용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태아 사망과 미숙아 출산을 피해로 처음 인정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폐손상 다음으로 가습기살균제 관련성이 의심되는 산모와 태아 문제 부분을 건강 피해로 삼았다는 것 자체는 의미 있다. 전체 피해자, 특히 사망자를 중심으로 보면 태아와 영유아가 가장 많다. 30대 초반 산모와 60~70대 노인이 많다. 60~70대 노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많아지는 측면이 있었지만, 영유아와 산모는 처음부터 신고도 빨랐고 많았다. 영유아와 산모를 이어주는 것이 바로 태아다. 산모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을 때 태아는 어떻게 되는지 당연히 의심된다. 의미 있는 접근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늦장대처다. 이제라도 뒤늦게 판정 기준 항목으로 삼았다는 게 의미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또 다르다.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을 걸어놓았다. 엄마가 호흡기 질환이 1~2단계로 확실하게 나쁘다는 조건이 확인된 경우에만, 그 이후 아이를 사산이나 유산했거나 아이가 호흡곤란으로 영향을 받은 경우에만 피해로 인정한다. 현재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인정 기준이 굉장히 까다롭다. 3~4단계는 현재로서는 피해자가 아니다. 판정하는 의사들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고 하기는 한다. 정도가 낮다는 것이지 피해자가 아닌 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부가 인정하는 피해자는 관련성이 높거나 확실한 1~2단계만이다. 그분들만 지원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정부의 지원 대상이 아닌 사람은 피해자가 아닌 것이다. 

폐손상 피해 기준이 굉장히 까다롭다. 전체 폐손상의 1~2단계가 30%가 채 안된다. 그런 조건하에서 엄마가 폐손상 1~2단계인 경우에, 그 엄마가 낳은 유산이나 조산, 사산 등 태아의 영향만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손에 꼽을 정도의 피해자만 인정되는 것이다. 판정 기준 대상으로 태아 피해를 삼은 것은 좋았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뭐 하자는 것인가라는 황당한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폐손상 판정 기준이 너무 엄격해서 문제가 있고 고쳐야 한다고 해서 고치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전에 지적된 문제점을 그대로 갖고 태아를 또 보는 것이다. 하나도 개정된 자세가 아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태아 영향에 대한 발표를 미루는 게 나았다. 폐손상과 그이외의 다른 건강 영향에 대해 판정 기준을 4월 말이면 발표하는데, 그 다음에 태아와 영유아에 대해서 발표하는 게 낫다. 대외적 생색내기용이다. 기사를 보면 다 환경부가 태아와 영유아까지 판정 기준을 확대했다고 헤드라인이 나왔다. 

너무나 엄격한 판정 기준과 조건을 달아놔서 실제 피해자로 인정을 받는 태아 피해 사례가 굉장히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것은 하나마나한 것이다. 이런 식의 오류를 계속 반복하는 것은 환경부가 제대로 해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할 바에야 환경부의 판정 기준을 전면 중단하고, 새 정부가 들어서서 이 사건을 새로운 눈으로 새롭게 보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개념처럼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도 새롭게 봐야 한다. 

새 정부가 새롭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피해 책임 입증을 가해자가 하도록 하는 것이다. 피해자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고 이후에 이러한 건강 피해가 나타났다는 것을 병원 기록으로 제출만 하면 돼야 한다. 피해자가 자신이 사용한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폐로 들어가 몸으로 들어가서 내 간과 폐를 이렇게 나쁘게 했다는 것을 어떻게 밝히나. 피해자는 시간적 인과관계상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피부나 간, 폐 등의 손상 또는 아이의 죽음 등에 대한 병원 서류만 제출하면 돼야 한다. 그러면 정부는 선후관계가 맞는다면 이 분들을 잠정적 피해자라고 봐야 한다. 

피해자가 아니라는 부분은 제조사가 밝혀야 한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이후에 도저히 이런 천식, 비염, 심장질환, 사망이 발생할 수 없다고 제조사가 밝히라는 것이다. 제조사들은 그 입증을 근거를 갖고 해야 한다. 근거를 갖고 주장하고 제출했을 때, 그때 정부 판정위원회는 그 자료를 토대로 의학적 판정을 하는 것이다. 제조사들이 제기한 주장의 근거를 따져보니까 의학적으로 맞는 판단이다, 또는 그냥 주장이라고 판정하는 것이다. 받아들여지면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피해가 아닌 게 되고,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거라면 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당연히 피해가 되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판정위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판정위 활동은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지금 1~2단계를 구분하는 기준에 해당한다고 본다. 확실한 증거와 가능성이 높다는 게 1~2단계다.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은 피해가 확실하다는 1단계와 피해 증거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2단계를 구분하는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냐 아니냐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고 그 이후에 질병이 나타났다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제조사가 근거를 갖고 합리적으로 제출했을 경우에만 예외로 하는 것이다. 피해자 입증 책임을 제조사가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정부는 그렇지 않다. 1단계와 2단계를 구분하는 엄격한 판정기준을 갖고, 마치 그게 피해자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듯한 잘못된 판정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수많은 피해자는 피해자가 아닌 것으로 잘못된 판정을 받았다. 그 결과는 곧바로 피해자의 몫이다. 그리고 곧바로 가해자의 면피로 작용한다. 다시 말하면 지금 정부는 가해자,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들에게 면피를 제공하는 잘못된 판정을 하고 있다. 

대기오염이나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건강 피해처럼, 아직 인과관계나 책임자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일반적인 환경질환 문제에서는 가해자 입증 책임적 접근을 하기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그렇지 않다. 가습기살균제라는 명확한 가해 원인이 있다. 아주 간단하고 명확한 원인이 있다. 가습기살균제를 제조사가 만들었으니까 제조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와 판매자는 뒷짐을 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왜 정부가 이 사람은 안 되고 저 사람은 피해자가 아니라고 하는 잘못된 판단을 하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막기 위한 최대 3배 보상의 징벌적 손해배상제인 제조물책임법과 환경보건법 개정안을 자유한국당 반대로 법안심사2소위원회로 회부하기로 했다. 재논의하게 됐다. 

 사실 법사위는 법률적 위헌 요소만 따지는 부서다. 법을 올렸던 해당 상임위는 환경노동위원회 등 따로 있다.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법사위가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겼다는 것은, 그 법을 통과시킨 상임위의 배경을 부정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폐기했거나 부결시킨 게 아니고 소위원회로 넘겼다는 점에서 여지는 더 남아있다. 소위원회로 넘기면 안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하지만 징벌적인 처벌이 왜 필요한가라는 게 바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직접적 배경이 돼서 나온 것이다. 법사위 위원들은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대해서 잘 모른다. 징벌적 처벌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특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보고 있다. 만약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아니고 일반적인 소비자 피해 사건이라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지금 법안의 3배 징벌적 손해배상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신고한 사람만 5500명, 사망자만 1150여명 정도 된다. 지금까지 신고된 숫자만 그렇다. 우리나라 500년 역사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한 나라의 국민 20%가 사용한 생활용품이다. 부엌이나 거실 등 집안 어디에 가도 있는 제품으로 아이들과 산모, 노인들이 1150여명이나 죽은 사건은 세계적으로도 없다. 그런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왜 일반화시키나. 법사위 위원들은 일반화시켜서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기업활동, 일반적인 제품 하자에 대해 징벌적으로 할 경우에 위헌이라는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자체에 대해 전혀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다. 또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자체를 아예 외면하는 시선을 가진 일부 의원들의 시각이 반영된 거라서 대단히 우려스럽다. 

피해자들이 말한 대로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로 넘긴 권선동 의원 같은 사람들의 자식이나 손자나 부인이 가습기살균제로 죽었다면 당장 통과시키자고 난리쳤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국민의 대의기관인지 의심스럽다. 우리나라 국민의 20%인 1000만 명이 사용했고 많게는 200만 명까지 피해자가 있는 엄청난 사건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300명이 넘는다. 그런데 피해자들 입장을 대변해서 5~6년 만에 겨우 만들었더니 법사위에서 소위로 돌려서 다시 검토하는 것은 문제다. 2012년과 국회 전체 본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대책을 마련하자고 반대없이 95% 넘는 찬성으로 결의안이 나왔다. 그러면 그 결의안은 도대체 무엇인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5년 전부터 파헤치면서 가장 슬펐던 기억과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피해자들은 많은 기대를 걸고 노력했는데 판정기준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실망했다. 자신의 아이나 부인, 부모가 죽었는데 마치 돈을 바라고 저런다는 시선이 주변에 있는 것 같다. 피해자들은 그런 시선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하고 안타까워한다. 사실은 우리 아이나 부모, 부인이 왜 죽었는지 너무 억울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정부나 기업체로부터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를 받고자 하는 게 그분들의 마음이다. 그 마음을 몰라주고 주변에서 함부로 이제 해결됐으니까 배상금 두둑하게 받지 않았나 하는 게 피해자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안타깝다. 

한편으로는 반대로 옥시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피해자들이 거리에서 사진전이나 1인시위를 할 때 격려해주고 같이 아파해줬던 더 많은 시민들의 따뜻한 배려와 공감하는 마음을 느낄 때 보람이 있다. 우리도 저 제품을 사용했는데 하마터면 그런 피해를 당할 뻔 했다는 시민들의 마음을 느낄 때 시민운동과 피해자를 돕는 활동의 의미와 보람을 느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외에도 석면 추방 등 다양한 환경운동을 전개했다. 석면은 왜 문제인가.

 환경운동연합에서 여러 가지 환경 문제를 다루는 활동가로 있었다. 환경보건, 즉 환경문제로 인한 건강 피해를 다루는 분야 활동을 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보다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구가 독립적으로 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2010년 환경보건시민센터를 만들었다. 2005년경부터 석면문제를 다뤘다. 2012년 가습기살균제 문제, 2012~2013년경부터 미세먼지 대기오염 문제를 다뤘다. 전자파, 방사능 문제도 다룬다.

우리나라에서 석면 사용을 금지한 것은 2007년부터다. 2009년부터 전면 금지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부터 석면 사용을 금지하고 석면 피해나 질환에 대해 국가적 노력을 해야 한다는 국제노동기구 협약이 발효됐다. 일반적으로는 2007년부터 석면사용을 금지하면 석면문제는 그때부터 정리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석면이 사회적 문제가 된다. 사용을 금지하고 국제협약에 가입했으면 끝난 문제여야 한다. 외국 같으면 그 단계라면 석면 문제는 끝난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다. 왜 그러냐하면 석면협약이나 석면 사용금지는 석면 문제를 해결하는 아주 기초적인 조건에 불과하다. 석면 원료에 노출될 수 있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일반시민들을 석면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아니었다. 이미 우리 사회의 굉장히 많은 건물 등에서 이미 석면을 사용했다. 전체 건물의 80% 정도가 석면 건물이다. 석면은 지금 당장 노출돼도 지금 당장 피해가 나타나는 게 아니고 40~50년 후에 석면암이나 질환 등 피해가 발생한다. 석면은 브레이크라이닝처럼 사용기간이 짧은 곳에도 사용했지만 대부분 건축물에 사용했다. 일반 건축물의 천장이나 지붕에 사용했다. 

석면 사용을 금지했던 것은 신규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다. 과거에 사용했던 석면 제품을 바로 없애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학교가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에 학교가 2만개 정도 있는데 70~80% 정도가 석면학교다. 지금 당장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차피 사용하고 있어서 수명이 다할 때까지 뒀다가 자연스럽게 철거하는 것이다. 기존의 석면건물의 노후화때문에 우리나라 석면문제는 여전히 확대일로에 있다. 2050년까지 계속 피해자가 늘어날 것이다. 2007년부터 석면 사용을 금지했다는 것은 작업현장의 노동자들이 석면에 새롭게 노출되는 걸 금지했다는 것이지, 일반 소비자들과 시민들이 석면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은 전혀 아닌 것이다. 

2007년 시점부터 석면 문제를 매우 중요한 환경운동 대상으로 삼고 본격적으로 조사해왔다. 지금까지 200개 정도의 석면 조사보고서를 발표해왔다. 학교운동장, 프로야구장, 학교 및 병원 건물, 4대강 현장 등 거의 조사하지 않은 곳이 없다. 곳곳에 숨어있는 석면 문제를 꺼내 조사해서 발표했다. 2007년까지는 석면 정책 주무부서가 노동부였다. 그 이후부터는 환경부가 담당한다. 2009~2010년 환경부에 석면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가 생긴다. 환경보건관리과다. 이 부서는 석면 문제만 다룬다. 환경부에 30~40개 부서가 있는데, 하나의 환경오염물질만 담당하는 것은 이 과가 유일하다. 우리가 나름대로 자부하는 석면추방운동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부서가 생겼다고 해서 석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중앙정부에 전담부서가 생기고 여러 가지 정책을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체계를 조금 갖췄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2010년 석면피해구제법이 생긴다. 석면 피해 질환에 걸린 사람을 구제하는 법률이 만들어진다.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은 법률이다. 이것도 나름 우리 활동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2013년경 또 하나의 석면 관련법인 석면안전관리법이 만들어진다. 슬레이트 지붕이나 자연석면 등 몇 가지 남은 석면 문제를 다루기 위한 법률이다. 10여 년 동안 200개 이상의 석면 조사보고서를 현장에서 만들었다.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것만 3000개가 넘는다. 그런 조사와 활동을 통해 정부 정책이 바뀌고 전담부서가 생기고 관련법이 2개 만들어졌다. 그런 큰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생각이다. 일반시민들이 봤을 때는 그렇지 않다. 우리 아이를 학교와 학원에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이 아니다. 석면 환경활동을 했다고 자랑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니다. 

환경호르몬 문제도 지적한 것으로 알고 있다. 환경호르몬은 어떻게 도시인의 삶을 위협하고 있나. 

 석면, 미세먼지, 가습기살균제는 다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오염물질들이다. 굉장히 미세하다. 나노 크기의 물질들이다. 그런데 환경호르몬은 그것보다 더 보이지 않게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물질이다. 게다가 가습기살균제, 석면은 1급 발암물질이거나, 폐손상을 일으켜서 사람을 죽이는 게 확인된 물질이다. 환경호르몬은 명확하게 확인된 게 없다. 아주 교묘하게 자기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환경오염물질이다. 

석면, 미세먼지, 가습기살균제는 세계보건기구에서 1급 발암물질이나 바이오사이드(biocide)라고 해서 어떤 건강 영향을 미치는지, 얼마나 무서운지 드러났다. 환경호르몬 물질은 아주 교묘해서 바로 드러나는 게 아니다. 생식독성 물질이라고 하는데, 아이들의 성장, 아이들의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니까 금방 드러나지 않는다. 오랫동안 노출돼도 잘 알지 못하고, 서서히 교묘한 방식으로 우리 삶을 위협하는 것이라서 훨씬 더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나 석면보다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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