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김민선 기자] KT가 만든 세계 최초 음성인식 인공지능 TV ‘기가 지니(GiGA Genie)’가 올 초 공개됐다. 해당 CF를 본 소비자들은 기가 지니의 성능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그간 스마트폰 업체들이 내놓은 음성인식 시스템이 소비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가 지니는 아파트 단지에도 도입되어 이용자가 기가 지니에게 엘리베이터를 호출해 줄 것을 명령하면 엘리베이터를 불러주는 등 ‘내 집 안의 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다면 기가 지니는 소비자가 만족하는 인공지능의 면모를 갖췄을까?

현재까지 음성인식 기능이 구현된 스마트폰들은 해당 기능에서 실패를 거듭해왔다. 애플이 아이폰4S에 ‘시리(siri)’를 도입했으나 음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등 소비자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도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S보이스’를 탑재한 스마트폰 갤럭시S3을 내놓았으나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우려와 달리 KT 측은 기가 지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이라고 설명했다.

KT관계자에 따르면 기가 지니의 현재 판매량은 “없어서 못판다” 정도다. 시장에서 팔려나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처음부터 너무 적게 생산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만들었음에도 수요가 많아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KT 입장에선 기가 지니의 출시가 큰 의의를 가진다. 그간 통신사업자로 한정됐던 KT가 기가 지니를 선보이면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으로 대변되는 4차산업 시대를 맞아 신성장 동력의 신호탄을 쏘아올렸기 때문이다. TV라는 통신매체를 끼고 인공지능 기술을 성공적으로 구현한 기가 지니는 서막에 불과하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KT는 앞으로 보여줄 신사업이 무려 5가지나 된다고 밝혔다. △미디어 △스마트에너지 △재난안전보안 △금융거래 △기업 공공가치 향상 플랫폼 사업이 바로 그 것이다.

최근 KT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에너지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KT는 지난달 31일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KT-MEG 스마트에너지 관제센터에서 설명회를 열고 빅데이터로 에너지 사용 패턴을 분석해 비용을 절감토록 해주는 서비스 ‘에너아이즈(Enereyes)’를 상반기 중 출시한다고 밝혔다.

에너아이즈는 ‘에너지(Energy)’와 ‘아이즈(Eyes)’의 합성어로 전국 모든 건물에 인공지능 기반의 ‘에너지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에너지 사용량관리 및 전력피크관리 등을 통해 비용절감을 가능토록 한다. 먼저 인공지능 기반 에너지 빅데이터 분석엔진 ‘e-Brain’이 KT-MEG에서 활발히 가동해 시간·요일·기상 등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 전국 620만개 건물의 에너지 소비패턴을 분석해 절감 요소를 도출한다.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전력사용량 예측은 물론 피크 예상 시간까지 알려주어 기업의 전력 과다 사용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에너아이즈를 잘 활용한 아파트나 호텔, 공장 등은 연간 전기료를 수천만원까지 절감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구에 위치한 S아파트의 경우 에너아이즈 서비스를 통해 에너지진단과 컨설팅을 받은 결과 연간 아파트 공용 전기요금이 약 70% 절약할 수 있다는 것.

KT는 현재로썬 초기 설비 구축 비용이 높아 에너아이즈을 개별 가정에 보급하기보단 B2B 혹은 아파트 전체 단위 위주로 공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공급 계측기 및 제어판 설치 비용이 하락해 개별 가정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설명회 자리에선 KT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기가 지니의 경우 TV라는 통신매체를 끼고 나와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KT의 인공지능 사업 시작을 인식시켰지만, 에너아이즈로 대표되는 에너지사업은 통신과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여 의외였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쉽게 말해 통신 사업자 KT가 웬 에너지사업이냐는 지적이었다.

이에 김영명 KT 스마트에너지사업단장은 "KT가 국내에서 에너지 절약이 가장 시급한 기업이어서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에 힘쓸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KT는 연간 전체 국가 에너지의 0.5%를 사용해 비전력 분야에서는 KT가 1위를 차지할 만큼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다.

김 단장은 “전기료가 3000억원이 넘어 저희 입장에서는 에너지를 절약할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4차산업 혁명의 중심에 선 KT는 에너지 절감 솔루션인 에너아이즈를 시작으로 스마트에너지 분야를 점차 확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에너아이즈로 아껴 쓴 에너지를 거래하는 DR(Demand Response, 수요자원 거래)사업, 태양광 및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장치)를 구축하고 발전하는 신재생 사업, EV(Electronic Vehicles, 전기차) 충전 사업까지 뻗어나갈 계획이다. KT는 소규모 전력 중개 사업과 기업 프로슈머 사업, 전력 거래 시장까지 참여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과거 KT를 비롯한 소수의 통신업체들이 통신망을 독점했다면 이제는 빅데이터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어지고 있다. KT만 해도 미디어, 스마트에너지 등 5가지 빅피쳐를 그리며 다양한 사업을 벌이지만 결국은 빅데이터라는 자원으로 귀결된다.

통신업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빅데이터 광맥까지 움켜잡은 KT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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