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와 부의 상징인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최순실 게이트의 대규모 정경유착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최종 탄핵된 후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31일. 다시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쉽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현재 30대 중반인데, 생활상의 어려움이나 배고픔, 전쟁 등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하면 보통 어른들에게 ‘배가 불러서 그렇다’나 ‘어려서 그렇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게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작동하면서, 행복보다는 경제 성장이 더 가치 있는 이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산주의 이념이 경제 성장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북한에 비한다면야, 현재의 행복에 대한 답변에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기는 하다. 하지만 북한이 현존하는 가장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인 국가 중 하나라는 점을 생각하고, 더 나은 이상향을 향해 발걸음을 계속 옮기는 게 인간의 참된 가치라고 본다면 행복에 대한 지속적인 추구는 적절해 보인다.

작년 IMF 조사 기준 우리나라의 GDP는 1조4044억 달러로 세계 11위였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 국가들 중 자살률과 노동시간, 대학진학률이 모두 1위인 이율배반적인 상태에 있다.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 전직 대통령들이 더 이상 구속되거나 자살하지 않는 더 이성적인 나라가 되기 위해서 우리가 참고해볼 만한 한 곳으로 노르웨이를 꼽을 수 있다. 물론 노르웨이와 우리나라는 인구와 경제 규모, 지리 및 역사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노르웨이의 제도가 우리나라에 100% 적합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노르웨이의 사례를 참고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난 20일 UN이 정한 ‘인터내셔널 데이 오브 해피니스(the International Day of Happiness)’에, UN의 지속가능한 발전 솔류션 네트워크는 세계행복리포트(the World Happiness Report)를 발표했다. 이 리포트의 조사 대상 155개국 중 1위는 노르웨이였다. 소득 등 경제적 지표와 기대수명 등 사회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행복지수에서 노르웨이는 7.54를 받았다.

노르웨이가 1위인 다른 경제지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자산 10억 달러(한화 1조1200억 원) 이상의 20대 상속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포브스의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의 최연소 부자는 올해 20살인 소녀 알렉산드라 안드레센으로, 그녀는 자산 12억 달러(1조3470억 원)을 상속받았다. 그녀의 언니인 21살 카타리나 안드레센도 12억 달러를 상속받았는데, 이 자매는 금융과 부동산 사업을 하는 노르웨이 대기업 페르드(Fred)의 상속녀들이다. 두 자매는 페르드의 지주사 지분 42.2%씩을 상속받았고, 아버지 안드레센은 의결권 70% 이상을 보유하고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세계에서 가장 큰 연어 양식업체 살마 에이에스에이(Salmar ASA) 창업자의 아들인 23살 청년 구스타프 마그나 위트조는 16억 달러(1조7900억 원)을 상속받았는데, 아직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고 평범한 일상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르웨이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면서 20대 상속 부자들도 가장 많은 나라가 된 이유는 독특한 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상속세가 없기 때문에 부자 부모들이 일찌감치 자식들에게 거액의 재산을 상속한다는 것. 상속세가 없는 대신 소득세율이 굉장히 높은 수준인데, 높은 소득세율을 통해 모든 국민들에게 교육과 생활 등 요람에서 무덤까지 촘촘한 사회복지제도를 제공하기 때문에 상속세가 없는 점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불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높은 소득세율을 통한 사회복지제도 확립, 매우 낮은 상속세를 통한 원활한 상속으로 부자와 평범한 사람들이 조화로운 행복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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