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길을 묻다-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
“조선·철강산업 침체 원인은 기본적으로는 저성장 흐름 때문...최근 세계경제가 일정하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2008년 경제위기 이전으로 회복 어려워

지난 3월 30일 <일요경제>가 만난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 (사진=김민선 기자)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지금 스마트폰에 이어서 자동차 산업이 이른바 다음번 대규모 빅뱅 파괴의 진원지가 될 거라 생각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니라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일요경제>와 만난 선대인연구소 선대인 소장은 자동차 산업에서 기술 빅뱅이 일어날 것임을 예견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출간한 책 '일의 미래: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를 통해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공급 과잉 상태의 건설 산업과 인구 감소·고령화 추세에 따른 문제점과 대안 등에 대해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목 받고 있다.

<다음은 선대인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신간 '일의 미래: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에는 인구통계와 관련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이 부분이 산업구조와 연관성이 있나?

▲ 인구라는 건 ‘정해진 미래’와 같다. 세상에 여러 가지 지표들이 있지만 사회경제적 흐름을 예측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하면 인구 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어떤 해에 태어난 아이들 숫자가 7년 후에 초등학교 진학생수,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취업시장, 결혼연령, 한창 일하는 기업들의 중간 허리역할, 퇴직자, 국민연금 수령자 수 등 상당부분을 결정한다.

예를 들면 지금 대학 통폐합이 일어나는 것, 이건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제가 72년 1월생이다. 대체로 학령기로는 71년생하고 같이 다녔는데, 그때 한 100만명이 태어났다. 그땐 많은 사람들이 태어났고 대학 진학할 때도 박 터졌다. 대학 진학자수가 늘어나니까 대학을 엄청 지어놨는데 이제는 40만명도 채 내어날까 말까다. 그럼 대학 진학자수가 점점 빠르게 줄어들었다는 것이지 않나. 그러면 대학은 100만명 시대에 맞춰져 있고 근데 진학자수는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어 대학은 통폐합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인구가) 우리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서 한창 일할 연령대 인구, 주택 수요 연령대 인구, 이런 것들도 사실은 인구가 어느 정도 태어나느냐 머리 숫자가 어느 정도 되느냐가 굉장히 큰 결정을 한다. 이런 부분에서 인구 통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얘기한 것이다. 그리고 이 통계는 한편으로는 쉽게 바꿀 수가 없다. 그렇잖나. 우리가 타임머신 타고 돌아가서 뭐 10년 전, 20년 전, 30년 전 출생아 수를 바꿀 수 없다. 그러니까 10년, 20년, 30년 전의 인구 구조상으로 만들었던 변화가 사실은 이후에 계속 지속적 영향을 미치는 거다. 한번 형성된 인구 구조는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걸 거꾸로 우리가 변화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지표인 것이다.

- 인구통계학의 관점에서 주거의 미래를 분석한다면.

▲ 생산가능 인구는 올해를 기점으로 해서 계속 줄어들게 돼 있고 향후 한 10년 사이에 굉장히 빠르게 가파르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집을 파는 세대인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또 가파르게 그 사이에 늘어나게 되고 그러면 기존에 있던 주택의 수요자들은 줄어드는 반면에 노후세대는 주택의 공급자 역할을 하게 된다. 근데 이게 한 해가 아니고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서 이런 효과가 누적이 되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이 신규 아파트를 공급하지 않더라도 빈집이 계속 누적되게 되는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

- 건설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라고 하는데, 건설사들은 여전히 아파트를 짓고 분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

▲ 건설 같은 경우 전반적으로 이미 공급 과잉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후기라고 할 수 있는 2014년 8월부터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주도의 ‘빚내서 집사라’ 정책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택 경기가 과열 양상을 보였다. 부채 증가를 기반으로 해서 건설 경기가 일정하게 살아났다. 그사이에 가계부채를 늘리고 대신에 건설업체들의 수익을 늘려줘서 건설업체들의 부실을 막아줬다. 건설업체들의 부채를 가계부채로 이전시킨 꼴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건설업체들이 살아있지만 이건 길게 보면 부동산 시장 전체가 사실은 국내 건설업체들의 늘어나 있는 공급능력을 더 이상 감당해주기 힘든 상태다. 여태껏 건설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있는 꼴이다. 단기적으로는 건설경기가 호황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당장 몇 년만 지나도 공급 과잉 상태인 게 다시 드러난다. 건설기업들의 부채를 가계 부채로 이전시킨 바람에 건설 업체들의 구조조정 시기는 좀 더 지연시킨 것이다.

선대인 소장이 최근 책 '일의 미래: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를 출간했다.

- 조선, 철강 산업이 침체되면서 중국이 우리 기업들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 같은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

▲ 우리가 조선·철강은 일본을 따라 잡았는데 다시 중국이 적어도 양적으로는 우리를 능가해버렸다. 우리나라의 조선·철강 산업 침체의 원인은 기본적으로는 저성장 흐름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사회 경제가 침체 양상을 보였다. 최근 들어 세계경제가 일정하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더라도 전반적으로 2008년 경제위기 이전상태로 빠르게 돌아가기 쉽지 않다.

아직도 조선·철강·해운 쪽에 공급과잉 상태가 상당히 심각한 상태다. 다만 세계경제가 일정하게 회복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중국이 우리보다 훨씬 더 공급과잉 상태인데 일단 중국이 구조조정은 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세계 전반적인 수요보다는 공급이 아직 충분히 조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다보니 세계적인 저성장 흐름 한편에서 중국의 부상이 한국에 큰 치명타가 되고 있다.

- 자동차 산업에서 기술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하셨다. 산업 구조와 고용에는 어떤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 지금 스마트폰에 이어서 자동차 산업이 이른바 다음번 대규모 빅뱅 파괴의 진원지가 될 거라 생각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니라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불과 2~3년 사이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고 가격대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지금부터 10여년 정도 더 지나면 지금 내연 기관 차의 저가 모델 수준 가격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때가 되면 기름값의 1/5 수준만 들어가는 전기료만 사용하면 되고, 주행거리는 더 길어질 것이다. 부품 수가 줄어 고장도 잘 안 나고 수리의 가능성도 줄어들고 유지관리비도 줄어든다.

그런 상황이 이제 벌어지면 기존의 에너지 사업 정유 업체, 기존의 주유소 체인들, 완성차 업체도 문제지만 더욱 크게는 자동차 부품 업체, 수리업, 보험업 다 타격을 받는다. 이들에 속해있는 일자리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와 더불어 자율주행차는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데 대기업뿐만 아니라 우버(Uber) 같은, 또 텐센트(Tencent)와 알리바바(Alibaba)가 공동 출자한 디디추싱(Didi Chuxing) 같은 중국의 공유 차량 서비스 업체까지 자율주행차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자율주행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면서 결국은 자율주행차도 지금 기술 수준으로는 인간이 수동으로 운전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해진 수준까지 와있다. 여러 가지 윤리적, 도덕적, 법적 장벽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결국은 한 10~15년 사이에는 충분히 상용화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면 자율주행차가 생기면 운전수요가 대폭 줄어들 것이다. 택시, 택시기사들, 택배기사들, 대리운전, 트럭운전사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는다. 심지어는 자동차 운전면허가 ‘굳이 필요한가?’ 의문이 드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향후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는 융합이 될 것이다. 이 말인 즉슨 전기차는 대부분 자율주행차가 될 것이고 자율주행차의 대부분은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됐을 때 굉장히 큰 변화가 일어난다. <길+>

<2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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