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길을 묻다-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
“일자리·기술 변화 흐름에 맞는 능력과 자질 키워주는 교육체계 필요
높아진 생산성의 혜택 대다수가 누릴 수 있도록 제도 만들어야”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기계의 발명으로 인간의 육체적 노동을 상당 부분 해결한 산업혁명은 나름대로 해피엔딩이었다. 그러나 제2의 기계시대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소수 자본가와 기술자를 제외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지난달 30일 <일요경제>와 만난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은 “제1의 기계시대에는 높아진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전반적으로 일자리도 늘어나고 삶의 질도 끌어 올렸다”면서 “제2의 기계시대에는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일자리가 남아날까”라며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명암을 진단했다.

그는 미래에는 독립적이지만 불안정한 형태의 일자리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일자리의 유동성이 높아지고 그로인해 삶 자체의 유동성도 높아져 이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는 노력들을 상시적으로 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

선 소장은 “일자리에 정답이 있는 게 아닌 끊임없이 새로운 어떤 직업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기계와 차별화 되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선 소장은 사람들이 일자리 불안에 떨지 않도록 제도와 정책을 통해 분배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성은 분명히 높아질 건데 그 생산성의 과실을 자본가와 창의적인 소수의 창업가들만 누리게 하는 게 아니라 대다수 사람들의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며 로봇세, 기본소득제, 기본자본제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다음은 선대인 소장과의 일문일답>

- 로봇화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기존 직업들이 새롭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 이건 인공지능과 로봇화만으로 모두 설명할 순 없다. 앞으로는 급격한 기술변화에 따라 산업의 재편이 굉장히 빠르게 일어나고, 그에 따라서 일자리의 변화도 상당히 빨리 일어날 것이다. 과거와는 다르게 평생 한 직장에서 뼈를 묻는다는 것이 사실 쉽게 통용되기 힘든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부터 60년 전에는 기업의 수명이 60살이었고 사람들의 수명도 60살이었다. 평생 한 직장에 뼈를 묻는 게 가능했다. 앞으로는 100세를 바라보는 평균수명 100세를 바라보게 되는데 기업의 수명은 15년에서 20년으로 줄어들었다. 기업의 수명은 더 짧아지는 반면 인간의 수명은 점점 더 늘어나는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다. 이럴 경우 평생 한 직장에 뼈를 묻고 싶어도 묻기가 힘들다. 이런 시대에는 결국은 자기가 평생 살아가는 동안에 몇 번의 직업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예전에는 ‘직장=직업’으로 한 직장에 들어가서 무슨 일을 하면 평생 직업이 됐던 반면에 이제는 직장과 직업은 일치하지 않는 시대로 가고 있다. 사람들이 이제는 쿨하게 직장을 벗어나더라도 이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직업들을 가져야 한다. 직업도 평생에 걸쳐서 하나만 갖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융통성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평생교육을 해야 한다.

기술 변화에 따라 예전 같으면 정형화된 또는 한 직장에 묶여 있는 식으로 명확하게 일자리의 성격이 규정돼 있는 일들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정형화된 일자리는 많이 없어질 것이다. 비정형화된 일자리, 그중에서도 창의적이고 문제해결능력, 고차원적인 판단능력이 필요한 능력들이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안정적이고 업무 내용이 명확하게 정의된 정규 일자리를 영어로 ‘잡 디스크립션(Job Description)’이라고 한다. 반면 책 <일의 미래>에서 설명하고 있지만 독립적이지만 불안정한 임시 일자리를 뜻하는 ‘긱 워크(Gig work)’ 형식의 일자리기 앞으로는 많이 생겨날 것이다. 긱 워크 종사자의 소수는 보수를 많이 올릴 수 있겠으나 대다수는 불안정하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을 것이다. 이때 일자리 불안은 지금보다도 커져 고용 유동성이 훨씬 큰 상태가 될 것이다. ‘플루이드(Fluid)’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만들어 내고, 그걸 가지고 생활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이렇게 플루이드 상태로 변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삶도 유동적으로 변한 다는 것을 뜻한다. 앞으로는 그 유동적인 상황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는 노력들을 상시적으로 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또한 일자리에 정답이 있는 시대가 아니고 끊임없이 새로운 어떤 직업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자기만이 잘 할 수 있는 또는 기계와 차별화 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 비정형 인지의 업무들도 결국에는 정형적 인지에 가까운 업무로 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빅데이터에서 어떤 경향성을 도출하고 알고리즘화 하는 것처럼.

▲ 지금은 비정형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점점 그런(정형적 인지) 영역이 확장될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콜센터에 전화 걸어서 무언가를 물어볼 때 그것의 상당부분을 사람 음성처럼 답변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어떤 것과 관련 돼서 수만 수십만 건의 문의 내용들이 접수가 되면 그중의 한 95%는 유형별로 표준적인 어떤 답변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채팅봇이나 또는 인공지능 응답 시스템이 일정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일들이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도 기사의 상당 부분이 로봇 저널리즘화 되고 있다. 아직 정형적인 틀이 갖춰져 있는 금융이나 스포츠 기사들을 중심으로 대체가 되고 있지만, 조금 더 정형성이 떨어지는 기사들도 향후 로봇 저널리즘으로 생산되기 시작할 거다. 이미 로봇이 증권사 투자 리포트도 생산하고 있고, 심지어는 국내에서 다음소프트 같은 경우에는 여행안내서 작업도 이미 로봇이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것들을 생각해 봤을 때 그런(비정형적) 일자리 부분도 점점 더 줄어들기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할 수 있는 일이 많다. IBM의 왓슨(Watson)이 진단과 처방을 인간 의사보다 정확하게 잘 해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상담하고, 환자들의 고충에 귀 기울이는 것은 의사만이 할 수 있다. 또 환자들이 정해진 치료법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설득하고, 의사 혼자가 아니라 치료팀들이 리더십을 가지고 원활한 의료 활동을 펼치는 일은 인간의사만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다.

변호사의 경우도 법률 조항을 찾거나 판례를 찾는 건 인공지능 로봇이 훨씬 더 잘하겠지만 의뢰인의 고충을 듣고 적절한 소송전략을 마련하고 법정에 가서 재판관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 그건 사실은 인간 변호사가 필요한 능력이다. 지금 한국처럼 의사 국가고시 잘 보고, 변호사 고시 시험 잘 보는 능력뿐만 아니라 문제를 파악하고, 공감할 수 있고, 협력할 수 있는 등 능력까지 갖춘 의사, 변호사들이 훨씬 더 가치를 발현할 수 있겠다.

- 산업혁명 시대가 제1의 기계시대라면, 로봇화와 인공지능의 시대는 제2의 기계시대다. 양극화 및 일자리 감소 문제를 정책과 제도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 제1의 기계시대에는 사람의 육체적 능력을 기계가 대신하는 시대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들은 지적인 노동, 정신적인 노동의 영역에서 기계가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며 사람들만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높아진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전반적으로 일자리도 늘어나고 삶의 질도 끌어 올리는 방향으로 전진해 왔다. 그러나 제2의 기계시대는 제1의 기계시대와 같은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제2의 기계시대는 인공지능 로봇을 중심으로 해서 사람의 육체적 능력뿐만 아니라 상당한 인지적 능력까지 대체하는 일이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이제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일이 남아있게 될까라는 부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서 비관론과 낙관론이 좀 엇갈리는데, 비관론은 제2의 기계시대에는 로봇과 인공지능 도입에 따라서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가 더 적어 결국 일자리가 순 감소할 것이라는 논리다. 반면 낙관론에 따르면 향후 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지겠지만 사람들은 결국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훨씬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을 할 것이라 보고 있다.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상쇄하고 남을 만큼 충분한 일자리들을 사람들은 결국 만들어 낼 것이고, 제1의 기계시대 때처럼 일자리도 늘어나고 높아진 생산력을 바탕으로 훨씬 더 풍족한 삶을 살게 될 거다, 이렇게 얘기를 한다.

지금 단기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보이는 흐름이 비관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점에는 낙관론적인 상황이 벌어질 진 모르겠으나 단기적으로는 늘어날 일자리보다 줄어드는 일자리가 더 많은 시대가 올 것이다. 실제로 그걸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게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제4차 산업혁명 관련 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향후 5년 동안 생겨나는 일자리보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510만개 많을 거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는 대표적인 조사결과라고 볼 수 있으며, 책 <일의 미래>를 낸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제4차 산업혁명 또는 제2의 기계시대에 사람들이 결국 일자리 불안에 떨게 되고 일자리가 불안해지면 사람들의 소득이 줄게 돼서 전반적으로 사회가 불안정하게 된다. 이 흐름이 지속되면 우리가 필요한 기술 변화 그로 인해 높아진 생산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기술 변화에 따른 산업의 발전 이런 것들도 사실은 지연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불안해지면 저항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을 불안하지 않게 만들어줘야 한다. 산업의 변화와 더불어서 일자리와 소득을 제도를 통해 안정시켜줘야 하고, 일자리들이 변하는 상황과 기술 변화 흐름에 맞춰서 여기에 필요한 능력과 자질들을 키워주는 교육체계로 빨리 근본적인 재편을 해야 한다. 독일 같은 경우 산업 4.0뿐만 아니라 도시의 노동 4.0과 교육 4.0을 동시에 이야기 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제4차 산업혁명이 혹은 제2의 기계시대 이 흐름을 전면 거부한다고 될 게 아니지만 거꾸로 지금 하듯이 너무 산업이나 기업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걸 좀 피해야 할 것이다. 산업뿐만 아니라 일자리 문제, 사람들의 소득을 안정시키는 문제, 더 나아가서는 사람들의 삶 자체를 안정시키는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져서 이른바 21세기 판 러다이트(Luddite) 노동자들이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높아진 생산력을 사람들이 충분히 누릴 수 있고, 그러면서도 사회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과 제도의) 중요한 틀로는 제가 볼 때는 이제 생산성은 분명히 높아질 건데 그 생산성의 과실을 자본가와 창의적인 소수의 창업가들만 누리게 하는 게 아니라 대다수 사람들의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로봇세 도입이라든지 기본소득제, 저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기본자본제 같은 제도들을 지금부터 검토해서 제도화하는 것들을 생각해봐야 한다. 당장은 시기상조인 이야기로 들릴 수 있고 한편으론 급진적인 이야기로 들릴 지도 모르지만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지금 준비해서 논의하더라도 아마 실제로는 그렇게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

- 책 <일의 미래>에서 한국의 로봇 밀도가 높은 이유를 노조 조직률과 가입률이 낮은데서 찾은 것이 다소 의외였다. 그 연관성이 궁금하다.

▲ 한국에서는 의외로 기계한테 일을 맡기고, 어느 순간 기계가 우리 속에 들어오는 것을 거의 큰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언젠가부터 고속도로에서 형광등을 들고 있는 마네킹 기계를 봤나. 그걸 다른 나라에서 본 적이 있나? 그거 하나하나가 원래 사람이 해야 한다. 또 은행에서 ATM기계 도입되면서 은행원들이 짤렸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하이패스가 도입되면서 톨게이트 직원들이 줄어들었다. 공항에 키오스크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항공사 직원 수요가 줄어들었다. 공항에 나가보면 자동 입출국 시스템이 들어오면서 자동 입출국 심사관의 수요도 줄었다.

이런 과정을 생각해보면 업무의 로봇화가 비단 제조업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산업용 로봇 밀도가 높은 나라로 독일, 일본과 더불어 한국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 제조업 강국이긴 하지만 제조업 분야뿐만 아니라 이렇게 보시는 것처럼 생활 곳곳의 영역이 쉽게 자동화되어 인건비를 절감하고 대체할 수 있게 됐다. 로봇화로 인해 필연적으로 사람 일자리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럼 여기에서 한번 생각해자. 어떤 노조에 로봇화와 관련해 강력한 저항이 있었다거나 심지어 저항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지연이 됐다면 이렇게까지 로봇화가 빨리 진행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근데 우리나라는 노조 조직률이 10% 이하로 굉장히 낮고, 전 세계적으로 노동의 사회적 견제력이 전반적으로 낮다. 왜냐하면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성장과정 자체가 노조를 억압하는 노동 억압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여전히 산업과 기업 전반에 걸쳐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이런 자동화에 따라 사람들이 밀려나는데 있어서 노동자들이 제대로 반발을 해보지 않고 하지도 못하고 그냥 쫓겨나는 것이다.

은행권 같은 경우도 지금도 지속적으로 직원을 줄이고 있지 않나. 사람들은 별 수 없이 그냥 밀려나고 있다. 퇴직금 몇 푼 받고. 그러니까 이런 흐름들을 보면 당연히 로봇 밀도가 높은 이유의 상당 부분은, 물론 그게 전부라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아까 얘기했듯이 기본적으론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 또 한편으로는 상대적으로 젊은 인력들을 비싸게 고용하기 보다는  로봇으로 대체하는 게 좋은 나라 이런 등등의 측면도 있지만 노조의 사회적 견제력이 약한 부분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길+> <4차+>

<3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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