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길을 묻다-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
“기술 혁신 흐름 속에서 안주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혁신 해나가야...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한국의 화장품 산업이 현재 사드 배치 문제로 단기적으론 주춤해졌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소비시장을 활발하게 공략하면서 성장할 것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지난달 30일 <일요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 경제 발전을 이룬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의 1980~1990년대의 소비자들처럼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선 소장은 “우리의 80년대 말 90년대 초를 돌이켜 보면 여성들이 화장과 패션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며 “중국의 화장품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데 발맞춰 아모레퍼시픽 같은 케이뷰티(K-Beauty) 관련 기업이 뜨고 있다”고 밝은 전망을 내놨다.

중국은 엔터테인먼트 및 영화산업도 성장세다. 선 소장은 우리나라가 1990년대부터 멀티플렉스형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처럼 중국도 CJ CGV와 같은 멀티플렉스형 영화관 체인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4차 산업혁명과 저성장 시대를 맞닥뜨린 기업 CEO에겐 더 이상 소수 대기업 중심의 ‘강자의 전략’이 아닌 ‘약자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젠 시장이 그렇게 빠르게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엄청난 물량을 쏟아 부어서 매출을 키워놓는다는 하더라도 과거처럼 이익이 빨리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

선 소장은 미래 CEO에게 발 빠르게 움직이는 스타트업처럼 새롭고 조그마한 시장이더라도 잠재적으로 커질 수 있는 시장들을 늘 노려보는 기민함으로 게릴라전에 응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선대인 소장과의 일문일답>

- 신간 <일의 미래>에서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을 겨냥한 사업을 준비하면서 우리의 1980~1990년대를 돌아보라고 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 중국의 지금 발전 단계가 우리의 80년대 말 90년대 초반하고 비슷하다. 어느 정도 경제성장은 이뤘는데 아직도 경제가 성숙하지는 않은, 그런데 조금 먹고 살만 해진 단계다. 우리의 80년대 말 90년대 초를 돌이켜 보면 그때 사람들이 문화와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을 가지고 특히 여성들이 화장, 패션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각종 노후준비, 보험 가입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그런 흐름들이 있었지 않나. 중국도 그런 단계를 밟는단 말이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과거보다 훨씬 더 앞서있는 기술적인 흐름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 분야의 수요들은 분명히 많아진다.

중국의 화장품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볼 때 아모레퍼시픽처럼 케이뷰티 산업이 뜨는 이유도 이와 같다. 지금 사드 배치 문제로 그런 흐름이 단기적으론 주춤해졌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한국의 화장품 산업은 중국의 소비시장을 활발하게 잘 공략하면서 커질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쪽도 그렇다. 다만 엔터테인먼트 같은 경우는 중국이 한국의 드라마 포맷 등을 수입한 뒤 자체적으로 만드는 단계로 점점 옮겨가고 있다. 영화산업을 예를 들면 전엔 우리가 동네 영화관 같은 데서 영화를 보다가 90년대부터 멀티플렉스를 이용하게 됐다. 중국도 이제 그런 멀티플렉스 영화관 체인들이 필요할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영화산업 쪽에 진출한 CJ CGV는 큰 흐름으로 보자면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의 소비 시장이 커지고 이른바 중국의 슈퍼컨슈머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제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게 아니라 최종 소비재를 수출하는 전략들이 필요하다. 중국 소비시장의 기호 변화에 초점을 맞춰서 공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아모레퍼시픽은 케이뷰티의 대표 기업으로서 미래가 밝다. 그러나 고용률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치고 있는데.

▲ 왜냐하면 신성장 사업의 일자리들은 대체로 R&D 인력처럼 고급 기술 또는 고급, 고학력을 요구한다. 그런 일자리들은 상대적으로 생산직 노동자들처럼 대규모 일자리가 필요한 게 아니다. 신성장 사업에 투입될 인력은 대개 지식 기술 또는 창조성 요구된다. 자본 집중을 넘어 재능 및 기술 집약적이다. 상대적으로 소수의 고급인력이 필요할 뿐이지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 스마트폰과 반도체에 주력하는 삼성전자는 다가올 미래 산업의 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보나.

▲ 삼성은 그나마 한국 기업들 중에서 잘 대응하는 편이다. 반도체, 스마트폰과 관련해서 아직도 상당한 정도의 대규모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축적한 자본을 바탕으로 해서 하만이라던지 지난번에 삼성페이를 만들 때는 루프페이, 비버 등 업체들을 인수하면서 적절한 인수합병의 경험들을 쌓아 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상당히 저력이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3세 세습 등에 그룹의 자원과 에너지를 많이 쏟으면서 실제로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아주 효과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다 보기는 힘들다.

어떤 면에서 그렇게 판단하나?

▲ 삼성테크윈 같은 경우에 향후 로봇이나 드론 기술과 관련해서 굉장한 기술력을 갖고 있던 회사였다. 그러나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 크게 유리하지 않다 측면 또 지배구조 개편에 따르는 자금 확보라는 측면에서 삼성테크윈을 한화 쪽에 팔아넘겼다. 또 화학 쪽은 롯데에 팔아넘겼다. 그렇게 팔아넘기는 과정 자체가 사실은 어떤 미래에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조금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삼성은) 3세 승계라는 관점에서 접근을 하다보니까 제가 보기에는 잘못된 판단을 한 경우가 있다.

삼성은 그나마 나름대로 하고 있는데 현대차 같은 경우도 그렇고 다른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미래 혁신 사업에 필요한 성장 동력들을 마련하는데 있어 적절한 대응과 투자를 좀 못하는 것 같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최근 책 '일의 미래,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를 출간했다.

-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반도체, 스마트폰 분야 외로도 미래 먹거리로 촉망받고 있는 바이오산업에 투자를 하려고 했는데.

▲저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삼성그룹을 전반적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상대적으로 많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키워주고자 바이오산업을 동원한 측면이 강하다고 본다. 물론 바이오시밀러 산업은 분명히 성장 산업이고 중요한 산업이긴 하다. 그러나 이재용의 그룹 지배권 확보를 위해서 이용된 측면이 강하다.

삼성바이오에스피 같은 경우엔 바이오시밀러 관련 기술이 있다. 삼성바이오에스피를 자회사로 가진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경우는 바이오시밀러 공장을 차리게 된다. 근데 사실 그 기술이 아직 충분히 상용화되지 않았고, 구체적으로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기술의 가치만 엄청나게 고평가를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제일모직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한편으로 건설 중심이었던 삼성물산의 주가는 의도적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합병비율을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만들어서 이재용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추진했다.

물론 바이오가 돈이 된다고 생각해서 삼성이 투자한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전반적으로는 삼성이 정말 바이오 쪽에 관심이 있다면 바이오로직스나 바이오에스피를 직접적으로 키우는 방식으로 갔었어야 한다. 제일모직이라는 별도의 회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지배하면서 키울 필요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바이오시밀러 산업 전반적으로는 아마 중국이 상당부분 따라올 수 있다고 본다. 반도체도 여전히 기술 격차가 있지만 중국이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공장은 반도체 생산 공장하고 굉장히 공정상의 시설이나 기술이 닮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바이오시밀러 공장을 만드는 것이다. 반도체 같은 건 굉장히 미세 공정이 이뤄져야 하고 안전, 무균 상태의 생산시설을 가동해야 한다. 바이오시밀러도 그렇다. 그런 면에서 삼성은 분야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비슷한 생산 경험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근데 문제는 반도체 쪽에서 중국이 거세게 추격하는 것처럼 바이오시밀러도 중국의 충격이 점점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중국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이조차도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지속적인 경쟁력을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느냐라는 측면에선 좀 미지수다.

- 다가올 미래에 기업이 갖춰야 할 경영 철학과 전략을 무엇이라 생각하나.

▲기술변화의 흐름을 끊임없이 사주 경계해야 한다. 사주 경계는 군대 용언데, 전방위적으로 기술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또 기술변화가 산업간 경계를 파괴하면서 일어나기 때문에 어디에서 경쟁자가 갑자기 나타날지 모른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 업체가 스마트폰 등장에 따라서 갑자가 내비게이션 수요가 사라져 블랙박스를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이 네비게이션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될 거라고는 10년 전에 상상도 못했다. 근데 그런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다.

코닥 필름이 스마트폰 등장에 따라서 무너진 현상도 대표적이다.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각종 O2O 서비스가 나오면서 카카오택시 같은 것도 등장했고, 배달의 민족, 요기요 같은 것도 생겼다. 기존의 효율화 되지 못했던 분야가 효율화 된 것이다,

한편 효율화 되지 못했다는 건 규모의 경제가 작아서 영세하게 생존할 수 있었던 그런 기업들은 순식간에 설 자리를 잃게 되는 상황이 온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서 카카오택시가 등장하면서 지역별로 나눠져 쪼개져 있었던 콜택시 같은 업체들은 굉장히 많은 타격을 받게 된다.

결국은 기존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경쟁자가 나타나고 또 어떤 리스크 요인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늘 이렇게 기술적인 흐름들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산업 영역에 또는 제품과 서비스 영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또한 그런 흐름 속에서 기존에 자기네들이 잘되는 아이템을 잡고 있다고 거기 안주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혁신을 해나가야 한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듯이 기업들도 기술혁신 흐름을 계속 선도해나가는 것만이 어찌 보면 기업이 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과거에는 우리가 고성장 시대였기 때문에 좀 큰 기업들이라고 한다면 ‘강자의 전략’을 썼으면 됐다. 그러나 이젠 저성장 시대이고 기존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도전과 경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강자의 전략뿐만 아니라 ‘약자의 전략’을 늘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에는 예를 들어서 2~3개 대기업이 시장을 분할하여 당장은 이익이 안 생기더라도, 마케팅 대대적으로 하고 시장을 키워놓으면 결국은 그 시장을 몇 개 업체들이 독과점하기 때문에 영업이익, 순이익 같은 것들이 따라서 성장해줬다.

근데 이제는 시장이 그렇게 빠르게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엄청난 물량을 쏟아 부어서 매출을 키워놓는다는 하더라도 과거처럼 이익이 빨리 증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용만 많이 들어가 이익은 나빠지고 성장의 질이 떨어질 수가 있다. 지나쳤을 때는 부채가 많아져서 기업 몰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게 아니라 이제는 발 빠르게 움직이는 스타트업처럼 새로운 조그마한 시장이더라도 잠재적으로 커질 수 있는 시장들을 늘 노려보는 기민함을 가지고 그 시장에 포커스를 맞춘 게릴라전을 펼치는 그런 약자의 전략을 펴야 한다.

약자의 전략으로 가능하면 거품을 빼고, 이미 높아져 있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성비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 또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처럼 계속 새로운 관련 스타트업들을 인수해가면서 혁신을 내부화해야 한다. 한국이 사실 그런 게 안 되는데 한국 기업들도 그런 면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 노동자들은 저성장과 4차 산업시대라는 거대한 변화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보나?

▲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들이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 그 단기라는 게 1,2년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향후 한 20~30년 범위 안에서는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수명은 줄어드는 반면 사람의 수명은 늘어나는데 전반적으로는 정형화된 일자리는 더더욱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또 기술변화의 흐름이 굉장히 빨리 나타나면서 기계와 차별화 되는 사람들의 능력은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먼저 ‘직장=직업’이라는 관념을 버려야 한다. 자신만의 콘텐츠, 자신만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들을 축적해야 한다. 평생 여러 개의 직업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기를 부단하게 발전시키고 스스로 학습해야 한다. 평생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새로운 일자리에 필요한 것은 결국은 기계와 한편으론 경쟁하고 한편으론 협력하는 능력이다. 협력한다는 것은 기계를 부릴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같은 걸 익혀두면 좋다. 기계가 갖지 못하는 능력으로 문제 해결 능력, 정보를 원활하게 전달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능력, 다른 사람과 협력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는 능력, 기획 능력 등등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질들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성인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는데도 필요하다.

<길+> <4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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