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호 기자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지금 한국은 4차 산업혁명과 열애에 빠졌다. 작년 말 다보스포럼 클라우스 슈밥 회장의 국회와 한국전력 초청강연에 이어 ‘벚꽃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주요 대통령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관련 정책 토론회도 쏟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 중 하나는 일자리 감소 우려다. 1~3차 산업혁명 당시 사람들은 급격한 변화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 증대로 혼돈을 느꼈을 것이다. 불확실성에 익숙해지고, 조정이 진행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문턱에 와있는 지금도 불안감과 불확실성 증대로 혼돈이 가중될 수 있는 시기다.

작년 11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에 대해 세계적인 석학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증가하거나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과, 일자리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립하고 있는 것.

정보기술혁신재단의 로버트 앳킨슨 창립자는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이 활성화돼 경제가 성장하면서 일자리수가 5%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노동경제학자인 MIT의 데이비드 오터 교수는 “기술과 일자리는 대체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라고 말했다. 기술사학자인 위스콘신대의 토마스 하이 교수는 “200년간 기술이 전체 일자리 수를 줄인 적이 없다”, MIT AI 연구소장을 지냈던 리싱크로보틱스의 로드니 브룩스 CEO는 “로봇과 AI는 노동 대체가 어려운 걸음마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경제가 성장해 총일자리 증가하거나, 일자리 조정은 있을지언정 전체 일자리수가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의 진행 속도로는 최소한 지금의 2030세대가 생존해 있는 기간 동안에는 로봇과 AI로 인한 급격한 일자리 침식이 발생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다빈치연구소의 토마스 프레이 소장은 “2030년까지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버드대 총장이었던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러다이트운동을 어리석다고 말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고, 이코노미스트의 톰 스탠디지 편집장은 “혁신 속도가 빨라 대응이 어려워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인 컬럼비아대의 제프리 삭스 교수는 “로봇 등장으로 실직한 젊은이들의 빈곤이 심각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세계경제포럼의 경우 오는 2020년까지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미래 전망이 계속 증폭될 경우, 다소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엔지니어나 프로그래머만 생존하는 미래 전망도 가능해질 것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간 복제와 인류의 우주 이주를 거스를 수 없는 미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인간의 호기심과 욕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느 순간 인간 복제와 우주 이주라는 미래에 도래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을 긍정할 경우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인간 복제, 인류의 우주 이주, 그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사회‧윤리적 고민을 진지하게 시작해야 할 때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총수가 줄어들 경우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만약 일자리 총수가 줄어들지 않더라도 일자리의 종류가 변한다면, 그에 따른 재교육이나 경제교육 변화 등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수 있는 미래 변화에 미리 대비해 사람들이 겪을 혼란과 불행을 최소화해야 한다. 행복한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도록 디자인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가능한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4차 산업혁명에도 필요할 것이다. 현재 추론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극단적 예상들에 대비하는 것도 지혜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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