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노동 일정 강요 및 저녁식사시간 30분 등으로 개발자들과 갈등

[일요경제=채혜린 기자] 지난해 자살, 돌연사로 직원 3명이 잇따라 숨진 게임개발 회사 넷마블 사태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게임업계의 야근 실태 등에 대해 집중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유명 게입업체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위메이드아이오(대표이사 장현국)가 휴일과 주말 근무 강요 및 ‘개발이슈’로 인해 수당을 반납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사내에 공지해 논란을 빚고 있다.

위메이드는 당초 5월과 7월부터 11월까지 예정됐던 '이카루스 모바일팀'에 대한 ‘크런치 모드’를 4∼11월까지 8개월간 진행하는 것으로 지난 19일 사내에 공지했다고 밝혔다.

IT업계에 따르면 ‘크런치 모드’란 회사가 정해진 마감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야근과 특근을 진행하는 것을 일컫는 은어다.

'크런치 모드' 기간이 적용되면 ▲평일 근무 시간이 오후 9시까지 2시간 연장되고 ▲저녁식사 시간은 30분 ▲명절이나 어린이날 같은 특별한 휴일이 아닌 한 토요일과 공휴일에도 정상 근무 ▲일요일의 경우 출근시간은 개발자가 자율적으로 하되 9시간은 회사에 있어야 한다는 것.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8개월이라는 긴 크런치 기간과 ‘반납’될 수도 있는 수당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런치'모드'는 특정 빌드 마감을 앞두고 2~3개월 동안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 위메이드가 '이카루스 모바일팀'에 부여하겠다고 발표한 기간은 8개월이다. 위메이드가 평일 퇴근 시각은 오후 9시 그리고 마일스톤 빌드(특정 개발 진척도를 정해놓고 그 기준으로 게임을 임시 마감한 것) 마감 시 1주간 정상 근무라는 조항을 달긴 했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 새벽까지 야근을 불사하는 '크런치 모드'의 특성상 이런 조항은 의미 없다는 게 업계 일각의 지적이다.

이러한 살인적인 일정을 발표한 위메이드는 대신에 '이카루스 모바일'이 성공해 매출 250억 달성 시, 출시 첫 달 매출의 10%를 팀에 지급하고 매출 300억 또는 500억 등의 특정 목표를 달성했을 경우에는 연봉 협상 시 최대 2배 상승까지 보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는 위의 ‘보상계획’에도 ‘개발이슈’라는 이유로 연내 출시가 불가할 경우 위에 언급된 수당은 ‘반납’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게임전문매체 <디스이즈게임>에 따르면, 이번 크런치 정책 자체가 강압적으로 진행됐으며 수당 관련해서도 매출 250억, 500억 달성 등 무리한 조건이 붙어 있기 때문에 수당은 실질적으로 받기 힘들다.

이 같은 정책에 대해 해당 '이카루스 모바일팀'이 반발하자 상급자들이 매일 면담을 실시하며 심리적 압박을 주고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디스이즈게임>는 전했다.

이와 관련 <일요경제>는 위메이드 측의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담당자들이 모두 자리에 없다는 이유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지난 2월 이정미 의원은 노동자의미래와 공동 주최한 ‘넷마블 노동자의 돌연사, 우연인가 필연인가? - 게임산업 노동환경 실태와 개선과제’ 토론회에서 게임업체의 과도한 노동시간 등의 문제점을 비판했다.(사진=이정미 의원 공식 페이스북)

한편 지난 2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인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넷마블 노동자의 돌연사, 우연인가 필연인가? - 게임산업 노동환경 실태와 개선과제’ 토론회에서 게임업계의 노동시간이 길고 열악하다며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한 바 있다.

특별근로감독은 행정기관 근로감독관이 근로기준법에 정한 근로조건 기준에 대해 대상 기업에 감독과 지도를 하는 것이다.

당시 이 의원은 "한국 게임산업의 화려한 이면에는 나쁜 노동 현실이 있다"며 "게임이 상상을 초월하는 연장근무를 통해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임산업이 더 발전해야 하지만 성장에 걸맞는 노동 기준도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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