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길을 묻다-아시아리스크모니터 노다니엘 대표>
"앞으로 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유사할 것"

아시아리스크모니터 노다니엘 대표

[일요경제=심아란 기지] 38조 4000억원. 올해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할 비용이다. 정부는 ‘인구절벽’을 극복하려고 매년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지난해 출생아 수는 40만 63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또 다시 갈아치웠다. 5월이면 한국은 노인(만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에서 14%의 비율을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는 인구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인구수는 시장의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생산가능인구(15세~65세)의 감소를 의미한다. 이는 시장이 축소되는 문제로 이어져 결국에는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경고는 끊임없이 들어왔다. 그러나 청년들은 출산은커녕 결혼과 연애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돌파했고 경제성장률은 2년째 2%대에 머물러 사실상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정치 이슈로 각종 경제 현안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던 만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할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경제학자이자 컨설턴트인 아시아리스크모니터의 노다니엘 대표는 차기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부동산’, ‘중소기업’, ‘교육’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하 노다니엘 대표와 일문일답.>

- 국내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 부동산 경기의 냉각이다. 여기서 ‘버블의 붕괴’라는 표현은 피하려 한다. 일본에서 오래 살며 어렵사리 마련한 주택을 45%의 가격에 가까스로 처분한 경험이 있어 일본의 경험을 한국에 견주어 논의하는 것에 반대가 없다. 다만 일본의 부동산버블과 한국의 과열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선 일본의 부동산버블은 1985년의 플라자합의로 일본화폐의 가치가 급상승함에 따라 일본기업의 ‘숨은 부동산 자산’의 평가가격이 급등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일본의 버블이 기업에 의해 주도된 것이며 시간적으로 급성이었다면, 한국의 과열은 가계 및 개인이 주도해온 것으로 만성적이다. 따라서 한국의 부동산 과열은 드라마틱하게 ‘붕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열기가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시기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유사한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 부동산 시장의 미래가 어두운가.

▲일본과 또 하나의 큰 차이는 한국에서 정부와 금융기관이 거의 공모하다시피 해서 부동산 시장에 돈을 풀어 넣었으며, 여기에 ‘전세’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금융투자기기법이 속도와 규모를 증가시킨 메커니즘이 일본에는 없었다. 금융소득을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을 소유한 이들이 전세를 회피하고 월세를 선호하는 최근의 경향은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본다.

- 부동산 시장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다면.

▲ 급성염증보다 만성염증의 치료가 더 오래 걸리듯이, 한국의 부동산 과열에는 한국인의 심리에 기인하는 면이 커서 장기간의 정책과 계몽으로 극복해야 한다. 1989년에 일본에 첫발을 디딘 후 놀란 것 중의 하나는 일본인들에게 집의 소유에 대하여 큰 가치나 애착을 가지는 문화가 없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한국인에게 ‘내 집 마련’은 단순히 경제행위에 그치지 않고, 인생의 완성에 중요한 부분인 듯한 심리적인 애착이 있다. ‘집 한 칸 소유하지 못하고 죽는’ 인생을 한국인이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 차기 정부의 핵심과제로 중소·중견기업의 활성화를 꼽았다.

▲ 이는 단지 산업구조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앞서 지적한 한국문화의 외형중시, 허세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재벌기업에 근무하는 이는 일류이고, 지방의 소기업에 근무하는 이는 삼류라는 속물적인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정책이 진정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이 ‘일류병’을 고치는 일에는 정부만으로는 안 되고, 한국인 모두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자성해야 한다. 우선 매스컴에서는 대통령 후보에서 기업체의 임원에 이르기까지 소개에 있어 출신학교나 지역 등을 공개하는 것을 그만둬야 할 것이다.

- 교육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가.

▲ 수학과 철학을 강조하는 교육을 펼쳐야 한다. 한국의 학교교육은 어느새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것(나중에는 기억 하지 않아도 좋은 것)을 암기해서 인문사회과학에서는 법대, 자연과학에서는 의대에 진학하는 속물적인 서열화가 진행되어 왔다.

-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 한자의 사용을 부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로써 초등학교, 중등학교의 학생들이 머릿속에서의 연산(演算)이 더 활발해지고 남이 하는 말을 따라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휘의 연원을 알고 자기 나름대로의 사고방식과 언어로 사물을 분석하고 논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간신문의 모든 어휘들을 가용한 한자로 바꾼다면 대부분의 어휘를 한자어임을 알 수 있다. 이를 ‘우리말’로 표기한다는 정책은 실제로는 ‘우리식 발음’으로 표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길+>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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