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반, 특별반 수강생 다수 항공사 면접조차 못 봐...취업준비생 처지 악용한 갑질

정의당 이정미 의원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일부 승무원학원들이 외국항공사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의 절박함을 빌미로 200만원에 달하는 수강료를 받아내면서 항공사 합격도 아닌 학원 1차 면접에서 겨우 1/3만 합격시킨 사실이 드러나 채용 장사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100여명의 승무원학원 수강생이 학원 측의 과대광고성 권유에 분노해 집단적으로 환불을 요구하고, 일부 수강생은 교육청에 민원을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외항사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직접 현지를 방문해 면접을 봐야 하나 비용 절감을 위해 승무원학원의  채용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취준생(취업준비생)이 많다.

이 의원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에서 운영되고 있는 코리아승무원학원은 채용설명회를 열고 외국의 H항공과 채용대행을 체결한 사실을 내세워 참석한 취준생을 상대로 정규반 수강료 160만원에 추가로 30~60만원을 보태 특별반을 들도록 강권했다.

이때 학원은 ‘특별반 학생은 프리뷰를 미리 하고 면접 본다’, ‘(면접서류 제출) 합격생 중 80%를 학원생들 중에서 뽑으려한다’, ‘학원의 1차면접은 내부 임원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식의 발언으로 취업준비생들을 현혹했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학원이 1차 최종면접을 진행한 결과 합격자는 특별반 수강생 세 명 중 한 명 꼴이었다. 학원의 홍보에 300여명의 정규반 수강생 중 절반이 특별반을 수강했으나 50여명만 학원 1차 면접에 통과한 것. 특별반을 수강하지 않은 정규반 학생이나 특별반을 신청했음에도 탈락한 수강생들은 160~220만원의 수강료를 날린 셈이다.

특별반 강사가 지각을 하고 자유시간을 남발하는 등 불성실한 수업 태도를 보이고, 수업 내용 자체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빗발쳤다.

또한 중국 A 항공사와 채용대행을 계약했다는 사실을 내세운 아이비코리아강남평생교육원은 외항사 채용공고를 가장해 학원 수강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학원 ‘정회원’에 들지 않거나 ‘해당 항공사 대비반 수강생’이 아니면 추천을 위한 서류심사 및 1, 2차 면접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

한편 수강료를 받아 놓고 ‘먹튀(먹고 튀기)’한 승무원학원도 있었다. 윙플하이 승무원학원은 B항공사와 채용대행 체결을 맺었다고 홍보하며 수강생을 받았으나 지난해 7월 1차 면접 이후 전형을 진행하지 않았다. 학원은 “중국과의 외교관계가 악화됐다”며 기다려야 한다고 전한 뒤 종적을 감췄다.

이 의원은 “어쩔 수 없이 수강해야 했던 취준생의 수강기회를 돈벌이에 이용한 채용장사꾼의 전형적인 행태”라며 “이의제기 하지 못하는 취준생의 처지를 철저히 악용한 갑질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승무원학원 수강했던 취준생의 정당한 요구를 계속해서 거부하고 협박한다면 승무원학원들에 대한 전면 세무조사도 실시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교육청에 대해서도 교육과정 및 수강비 신고여부, 해당 학원에 대한 민원신고에 대한 즉각적인 지도점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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