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올림 “유승민‧홍준표 답변 없어 유감, ‘부분적 유보태도 입장’ 안철수 문제 파악 의구심”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게이트로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공정 근로자 사망사건이 수면 위로 재부상한 가운데, 문재인, 심상정 후보는 문제 해결 및 산재제도 개선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회사 돈을 횡령해 권력에게 뇌물을 주고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으며 범죄수익을 은닉한 죄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며 27일 이같이 밝혔다.  

반올림은 광화문광장 촛불집회를 통해 삼성 반도체, LCD 직업병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으며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직업병 해법, 산업재해 제도 개선에 대해 대통령 후보들에게 질의해 답변을 받았다는 것. 

반올림은 지난 11일 주요 원내정당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원외 진보정당인 민중연합당 김선동 후보에게 지난 11일 질문을 전달했다. 

김선동 후보는 13일에 가장 먼저 답변서를 반올림에 보냈고, 이어 심상정 후보 14일, 문재인 후보 15일 순으로 답변서를 보내 요청 날짜를 지켰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 답변 검토에 시간이 들어 17일 답변을 보냈다. 

유승민, 홍준표 후보는 반올림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는데, 유승민 후보 측은 정책 작업으로 여력이 없어 답변이 힘들다고 전했지만 홍준표 후보 측은 특별한 입장 전달이 없었다. 반올림 측은 유승민, 홍준표 후보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답변서에 대해 반올림은 문재인, 심상정, 김선동 후보가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과 산재제도 개선 등 모든 사안에서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6개 질문에 적극적 해결의지를 보였지만 3개 질문에 반올림과 삼성 의견을 절충하는 답변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답변한 모든 후보들이 삼성의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고 노동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 인식을 함께 했다”며 “반올림의 요구인 진심어린 공개 사과와 배제 없고 투명한 보상에 삼성이 응해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재해를 재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현재 상황을 악용해 영업비밀을 핑계로 증거를 은폐하는 일이 많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재해자 입증책임 원칙을 전환하거나 완화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데 답변한 모든 후보들이 의견을 함께 했다”고 강조했다.

 반올림 질문지, 3개 항목에 9개 질문...대선주자들 어떤 답변했을까 

반올림의 삼성 직업병 및 산재제도 개선 질문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답변 비교표

반올림이 대선주자들에게 보낸 질문지는 3개 항목에 총 질문수 9개였다.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및 보상, 재발 방지대책, 산재제도 개선 등이 바로 그것.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이 자체 개별 보상을 실시한 것만으로는 직업병 문제 책임을 다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질문에 문재인, 심상정, 김선동 후보가 찬성했다. 

안철수 후보는 삼성의 자체 보상에 대한 평가를 건너뛰고 ‘삼성의 보다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반올림은 삼성 직업병 해결을 위한 사회적 조정기구인 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고 보상기준을 임의로 적용해 자체적인 보상 과정을 강행해서 비판받고 있는 삼성의 행동에 대한 평가를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된다면 협상 촉진을 위해 대책 마련을 추진할 의향이 있는지’에 문재인, 심상정, 김선동 후보는 긍정적 의견이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삼성은 반올림과의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하나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설 사항은 아니다’며 정부 차원의 노력에는 선을 그었다고 전했다.

안철후 후보는 ‘소관부처를 통해 당사자 간 협상 추진을 위한 간접적 조력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여지를 남겼는데, 반올림은 600일 농성 장기화 상황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이 별로 없다는 입장이 다른 후보들의 적극적 입장과 비교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재발 방지대책으로는 ‘삼성 반도체 공장의 안전보건 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삼성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점에 답변한 모든 후보들이 확인했다고 전했다. ‘반도체, LCD 제조공장 등 유해화학물질 등 취급 사업장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 및 규제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답변한 모든 후보가 동의했다는 것. 

‘안전보건 관련 정보가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며 비공개하고 있는 삼성과 고용노동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문재인, 심상정, 김선동 후보는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 찬반의사 대신 ‘영업비밀 범위는 최소화하고 노동자 건강상 알권리는 확대해야 한다’는 유보적 의견을 보냈다.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들이 기업과 정부의 영업비밀을 핑계로 한 증거 은폐로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며 고통 받고 있는 사례가 많다는 현실을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게 반올림 측 입장이다.

또한 산재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와 실행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답변한 모든 후보들이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질병의 업무관련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재해노동자 측에 있는데, 회사가 이를 악용해 자료를 은폐하거나 영업비밀을 핑계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반올림은 반도체 전자산업처럼 유해요인이 복잡하고 입증이 쉽지 않은 산업에서는 재해자 입증책임의 원칙을 전환하거나 완화하는 입법 필요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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