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 콘텐츠산업의 미래' 세미나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과 ICT의 융‧복합으로 새로운 시장과 제품이 등장해 인간의 삶을 다른 층위로 옮기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인 양면성을 갖고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물결 속에서 실종되지 않고, 스마트하고 현명한 변화를 꾀하는 것이리라.

이런 측면에서 새롭게 눈에 띄는 점은 지식재산권, 지식 및 기술 기업, 문화산업, 그리고 상상력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캠프의 총괄부본부장인 박정 의원은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식재산 부국으로의 길’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증대될 것이며 AI와 빅데이터 등 새로운 변화에 맞게 중복되는 규제들을 정돈하거나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것. 지식재산처 재편과 청와대 비서실에 지식재산보좌관 신설 등을 주장했는데, 눈길이 가는 설명 중 하나는 영국 기업 ARM과 포켓몬고(Pokémon GO)였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세계 2위 반도체 회사 ARM은 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약 34조원에 인수됐다. 손정의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지능형 반도체 생산기술을 가진 ARM에 과감한 투자를 했는데, ARM은 생산설비 없이 지능형 반도체 관련 기술만으로 시가총액 220억 달러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기업은 미국의 애플이었다. 애플도 생산을 하지 않는다. 애플은 설계와 기획만 하고 제작은 대만 등에서 100% 외주 형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은 구형 핸드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바일시장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오픈플랫폼을 만들어 앱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누구든지 그 토대 위에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 바로 이 점이 애플과 삼성전자의 차이점으로 꼽히는데, 애플의 장점은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다. ARM도 지능형 반도체라는 상상력을 발휘해 거대한 문을 열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또 나이언틱랩스(Niantic Labs)에서 개발한 위치기반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모바일 게임인 ‘포켓몬고’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바라봐야 할 지향점으로 손꼽혔다. 구글의 사내 벤처로 시작해 독립한 나이언틱랩스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현실세계를 돌아다녀야 하는 ‘포켓몬고’로 대성공을 거두었는데, 닌텐도의 캐릭터 ‘포켓몬’과 나이언틱랩스의 증강현실 기술이 만나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는 것. 이는 문화콘텐츠와 ICT 기술이라는 두 가지 상상력이 만나 이룬 성과로 볼 수 있다.

ARM과 애플, 나이언틱랩스와 닌텐도의 성공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큰 포괄적인 공통점은 상상력 또는 창의력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에 존재하는 것, 나보다 앞선 사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 없는 것, 하지만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을 고민과 생각(thinking)을 통해 발견한 게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그 방법론은 융합으로, 우리식으로는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선생님이 강조했던 ‘비빔밥’ 존재론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공학적이거나 엔지니어적인 ICT 기술력도 필요하지만, 그것에 선행되는 것은 인문학적 또는 문화적, 천문학적 상상력이지 않을까. 어떤 상상, 사람이 타고 다닐 수 있는 떠다니는 커다란 물방울이나 스스로 움직이는 노트 등은 상상에서 출발한다. 그것을 눈앞에 제품으로 만드는 것은 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상상력의 중요성은 보다 증대될 것이다.  <4차+>

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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