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길을 묻다 - 이시우 투데이북스, 출판제작모임 대표>
“출판산업 진흥, 우수도서 지원보다 모든 신간 구입이 좋다”

1인 출판사로 자리를 잡은 이시우 투데이북스 대표는 출판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우수도서 지원보다 모든 신간 구입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손정호 기자)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출판은 국가의 문화산업으로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현재 정부는 출판산업 진흥을 위해 우수도서를 지원하지만 그런 출판사는 경영에 문제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모든 신간을 10부씩 구입해서 도서관에 기증하면 폭넓게 출판산업을 부양할 수 있을 겁니다. 도서관 지원도 하고 시민들 지식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게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체감경기가 악화되면서 투잡 또는 은퇴 후 1인 출판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인 출판사를 창업해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이시우 투데이북스 대표. 그는 현재 8463명의 회원을 거느린 다음 ‘출판제작(편집&디자인)모임’ 카페의 대표, 출판제작 전문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 대표는 25일 서울시 성북구 소재 투데이북스 사무실에서 <일요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출판산업 진흥을 위해 정부의 지원정책이 우수 출판사 지원에서 다수 출판사 지원으로 바뀌는 게 더 바람직할 거라고 말했다.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식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매달 강의를 하는데 고용보험 가입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무료로 출판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며 “제작, 마케팅, 디자인 등 출판과 관련된 다양한 강의들을 직장인배움카드처럼 들을 수 있는 건 잘하고 있어서 계속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영국의 대표적인 ‘원 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로 꼽히는 제2의 <해리포터>가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출판사는 좋은 원고와 그렇지 않은 원고를 골라내야 하는 게 경영 측면에서 쉽지 않은데, 작가들이 작가정신을 갖고 도전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

최근 부도로 사회적 논의로 부상한 국내 2위의 도매서점인 송인서적을 인터파크가 인수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인터파크가 송인서적을 인수해 오프라인 2위 자리를 지키자는 전략으로 풀이했는데, 향후 송인서적 인수를 통해 총판이 성공하면 추가 M&A가 있을 수도 있지만 현재 출판시장의 상황이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것.

<다음은 이시우 대표와의 일문일답.>

- 투데이북스는 어떤 출판사이고 어떻게 설립하게 됐나.

▲ 투데이북스는 출판 전문 출판사다. 투데이북스에서 출간한 책은 ‘출판기획실무노트’ ‘출판제작실무노트’ 등이다. 출판 디자인, 마케팅, 제작 가이드, 창업, 경영 등 출판과 관련된 책들을 주로 만든다. 이런 책의 수요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다른 브랜드도 있다. ‘다빈치 드로잉’이라든지 캐리커처, 캘리그라피 등의 책도 나온다. 

처음에는 대중적인 책을 많이 출판했다.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책을 만들다보니까 아무도 읽지 않았다. 그래서 출판인들만 볼 수 있는 책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출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 책들을 봤다. 1인 출판사들이 앞으로 나갈 방향도 색깔이 확실한 책을 내야 한다. 대형 출판사들이 내는 종류의 책을 출판할 경우 1인 출판사가 싸워서 이길 수 없다. 전문성이 중요하다.

- 다음의 ‘출판제작(편집&디자인)모임’ 카페 대표이기도 하다. ‘출제모’는 어떤 활동을 하나. 

▲ 출제모는 2003년에 만들었다. 풀네임이 출판 제작․편집․디자인이다. 출판 관련 분야로는 종이, 인쇄, 제책 등 많다. 그중에서 종이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출제모는 한국제지, 무림제지, 한솔제지 등과 이벤트를 하고 있다. 출제모에서 광고를 해서 사람들을 모아서 제지회사 견학을 간다. 일반인들은 보안 문제 때문에 쉽게 종이 만드는 공장에 견학을 하러 갈 수가 없다. 많이 갈 때는 130명 정도 간다. 많게는 25인승 차량 6대까지 가봤다. 행사 비용은 한 번 할 때 차량과 숙박, 식사 등 3000만 원 정도 소요된다. 한국제지에서 견학을 한다면 회사는 신상품이나 종이 등을 100여 명에게 홍보할 수 있다. 그런 방식으로 종이 브랜드 홍보를 많이 한다. 

신문이나 매체에 협찬하고 광고하는 것에 비하면 제지공장 견학비용이 크지 않다고 한다. 한국제지가 드라마 ‘직장의 신’에 협찬을 했는데 몇 억 원씩 들어간다. 더욱이 드라마 PPL 등은 불특정 다수를 타켓으로 하는 것이다. 제지공장 견학은 출판인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2013년 한국제지가 ‘아르떼’라는 신제품을 선보였다. 출제모를 통해서 홍보를 많이 했다. 특히 출제모를 통해 제지공장 견학을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출판사나 관련 회사 대표들이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견학을 가기 때문에 직장인들은 잘 참석하지 못한다. 평일에 월차를 내고 오지는 못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기획사 대표들이 주로 오기 때문에 종이에 대한 직접 구매로 이어지는데, 그 매출이 큰 편이다. 출제모는 오는 5월에는 한국학술정보와 함께 POD 견학을 할 예정이다. 이런 다양한 이벤트를 해야 회원들이 참여한다. 

- 투데이북스와 출제모 대표로 활동하며 가장 보람된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

▲ 나는 사람들을 모아서 같이 행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활동을 통해서 내가 이익을 얻는 것은 없지만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를 주고 나도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 게 보람이다. 

힘들었던 일은 거의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행사에 온다고 댓글을 달아놓고 마감을 했는데 참석자가 오지 않을 때 힘이 빠진다. 100명이라고 해서 차량 5대를 예약했는데 행사 바로 전날 못 간다고 하면 하루 동안 다른 참석자를 모집하지는 못한다. 그 자리는 공석이 된다. 안타까웠다. 식당 예약 문제도 있다. 한국제지의 경우 견학 행사를 하면 식당 예약을 미리 다 해놓는다. 식당을 예약하면 가서 주문을 하는 게 아니다. 식당에 도착하면 다 음식이 세팅돼 있다. 간다고 해놓고 오지 않거나 오지 못하는 분들이 있으면 실제 참석자는 99명이라고 해도 100인분의 음식 값을 다 지불해야 한다. 못 오면 최소한 며칠 전에 오지 못한다고 해야 한다. 연락도 없이 오지 않는 분이 있을 때 조금 힘들다. 

- 최근 국내 2위의 서적 도매업체인 송인서적이 부도가 났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나. 

▲ 송익서적을 인터파크에서 인수한다고 한다. 송인서적은 1998년 50억 원 부도가 났을 때 소멸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때 출판인들이 송인서적을 살려놓았다. 올해 초에는 800억 원 부도가 났다. 50억 원 부도로 끝날 수 있는 일이 800억 원으로 커졌다. 인터파크에서는 부채를 탕감하고 인수할 것이다. 인터파크는 왜 송인서적을 인수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다. 결국에는 순위 다툼 같다. 

도매 서점 순위는 1위 북센, 2위 송인서적, 3위 한국출판협동조합이다. 인터파크는 송인서적을 인수해서 오프라인으로 2위를 고수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책을 살 때 온라인에서는 알라딘, 인터파크, 교보문고 등에서 구매한다. 일반 독자들은 굳이 총판을 통해서 구매하지는 않다. 총판을 하면 지방의 작은 서점들에게까지 책이 나간다는 장점이 있지만 굳이 지방까지 책을 넣어서 수익을 올리려고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도매 서점은 북센, 송인서적, 한국출판협동조합이 1~3위이다. 북스리브로도 있다. 북스리브로는 소매 서점도 하고 도매 서점도 한다. 송인서적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인 것은 요즘 사람들이 책을 잘 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시점에 굳이 송인서적을 인수해서 총판에도 뛰어들려는 인터파크의 전략이 얼마나 유효한지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잘 되면 북센이나 한국출판협동조합을 추가로 인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예전처럼 1~3위 체제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 출판은 한 국가의 문화의 질을 가늠하기 때문에 출판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우선 출판산업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이 일관돼야 한다. 현재 정부는 우수도서를 선정해서 1000만 원 정도를 지원하거나 책을 사준다. 그것보다는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면 10부씩이라도 국가에서 사주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우수도서로 선정될 정도의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 브랜드라면 운영에 문제가 없는 곳이다. 양질의 책을 출판할 수 있고, 경영에 문제가 없는 곳의 책을 1000만 원 정도 지원해주는 것은 그 회사 대표 개인에게만 이득이 된다. 

전체적인 출판산업을 육성하려면 출판사를 하는 사람들이 책을 출판하면 국가가 모두 10권씩 사주면 좋겠다. 모든 책들을 10권씩 사서 도서관에 기증을 하면 신간이 나왔을 때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정부의 정책은 우수한 출판사 브랜드 몇 종류만 선정해서 자금을 사용하는데, 그 정도의 책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그런 지원을 해주지 않아도 잘 운영된다. 

- 출판산업 부흥을 위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 지금 정부에서 출판과 관련해 잘하고 있는 일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는 달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있는데, 그곳에서 교육을 한다. 매달 1~2회 정도 강의를 하고 있다. 

좋은 것은 수강생들은 강의료를 내지 않는다. 대신 이곳 수업은 직장에서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들만 국비로 지원을 받아서 들을 수 있다. 직장인배움카드와 비슷한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 출판 교육은 잘하고 있다. 예산은 한정돼 있고 그 예산을 고용보험을 내는 회사 직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을 많이 해주는 게 좋은 것 같다.  

- ‘해리포터’는 영국을 상징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도 제2의 ‘해리포터’ 같은 문화 아이콘이 등장할 수 있다고 보나. 

▲ ‘해리포터’ 작가 같은 사람들이 작가정신으로 도전해야 한다. 요즘에는 글쓰기를 공부했는데 함량이 조금 떨어지는 작가들이 출판사 문들 두드리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좋은 책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제2의 ‘해리포터’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작가들은 도전을 해볼 필요가 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 원고가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판단해야 한다. 만약 이 원고가 좋지 않은데 출판했다면 투자한 돈을 회수하지 못하고 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원고를 골라내야 하는데, 골라내는 작업 자체가 쉽지는 않다. 

<2편에서 계속>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