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 정부 출범으로 경제민주화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져, 지주사 요건 강화 등 경제민주화 법안 실행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롯데그룹은 추가적인 변화 및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LG, SK, CJ, 한화그룹은 이미 지주사로 전환해 영향이 없거나 크지 않을 전망이다.

15일 신한금융투자 김수현 연구원은 ‘2017년 하반기 산업별 전망 지주회사’ 보고서를 통해 지주사 관련 경제민주화법안의 주요 쟁점으로 △보유 자회사 요건 강화 △기존 순환출자 규제 강화 여부 △지주사 전환 과정의 자사주 활용 제한 등 상법 개정안 통과 여부 등을 꼽았다.

지주사 관련 대선 정책을 살펴보면, 지주사의 자회사 보유 요건을 상장사의 경우 지분율 20%에서 30%, 비상장사의 경우 30%에서 50%로 강화하며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

지주사 소액주주 권리방안도 제시된 상태로, 다중대표 소송제와 전자투표제, 집중투표제 등 주주 중심 경영이 강화될 전망이다.

지주사의 보유 자회사 요건 강화가 실행될 경우 SK그룹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계열사 지분율이 낮은 편이기 때문으로, 주요 계열사 SK텔레콤에 대한 지주사 SK의 지분율은 25.2%,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1%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은 SK 지분 30.9%를 보유 중인데, 지주사의 자회사 보유 요건이 강화될 경우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을 경영권 방어 차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4조70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제시됐다.

기존 순환출자 금지와 상법개정안 등에는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롯데그룹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한 후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이를 철회했지만, 다른 회사를 통한 지주사 전환 추진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는 것. 

롯데그룹은 최근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롯데푸드를 각각 분할‧합병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하고 실행 중이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많은 67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아직 지주사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순환출자 고리가 존재해 해소 및 지주사 전환 비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로 시작해서 현대모비스로 돌아오는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는데, 정몽구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를 최상단으로 하는 순환출자 구조 해소 및 지주사 전환에는 6조3000억 원, 현대모비스를 최상단으로 할 경우 4조8600억 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현대차그룹보다 순환출자 고리가 더 많지만 해소비용은 1조5000억 원 내외로 추정됐다. 삼성그룹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은 에버랜드와 제일모직, 삼성물산을 합병해 탄생한 현재의 삼성물산으로, 삼성물산에서 시작해 삼성물산으로 돌아오는 7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반면 LG, 한화, CJ그룹은 이미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으며 대부분의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이 30%를 넘어 경제민주화법안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지주사 종목에 대한 비중 확대를 유지하면서 Top Picks로 LG, CJ, SK가 제안됐다.

김 연구원은 “LG는 LG전자와 LG화학이 중요하고 CJ는 CJ제일제당의 실적 흐름이 중요하며 SK는 SK이노베이션이 실적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주력 자회사의 실적이 (지주사 실적의) 큰 흐름을 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LG그룹은 전기차 관련 M&A, CJ는 비상장 자회사 올리브영 성장에 대한 프리미엄과 M&A 등 변수들도 있다”며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 인수 여부와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가능성, 바이오팜의 뇌전증제 상용화 등 다양한 모멘텀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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