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오바마 행정부 시절 2·29합의로 北과 대화 시도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6월말 장성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일요경제=김영준 기자] 미국의 북한 대응 전략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기존의 북핵 폐기에서 한 발 물러서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전면 동결을 대화의 기본 조건으로 제시했다.

16일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 발사와 관련해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 앞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김정은)는 우리가 정권 교체를 시도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암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 중 어떤 것도 시도하고 있지 않다"고 전제하고 "우리가 말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라고 강조했다.

외교가는 이 같은 헤일리 대사의 발언이 지난 2012년 미북 간 체결된 2·29 합의를 토대로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29 합의는 북한이 핵활동 및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는 대가로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이 영양식 24만t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아 북핵 프로세스에 돌파구를 마련한 합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합의후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리는 바람에 미북 간 합의는 좌초됐다.

외교가는 미국의 대화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화성-12 발사 성공을 발판삼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향한 질주를 계속할 공산이 크다는 것

결국 현재로서는 미북 간 대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장상회담이 6월에 성사됨에 따라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탄핵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의 과도 정부는 미국, 일본과 함께 강력한 대북 제재 드라이브를 주도하면서 제재·압박의 '아이디어 뱅크(bank,은행)' 역할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대화와 제재 병행 기조를 확고한 방침으로 세우고 있다. 단계적·포괄적 북핵 해결 기조 하에 완전한 비핵화 이전 단계의 핵동결을 중시하며,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상을 병행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한미공조의 새로운 판짜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런 만큼 내달말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에서 어떤 합의점을 도출할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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