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길을 묻다 - 중앙대학교 위정현 경영학과 교수>
“민간의 역할은 세계를 무대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

중앙대학교 위정현 경영학과 교수.

[일요경제=채혜린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천문학적인 가계부채와 역대 최악의 실업난 등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국민들과 경제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정부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한미FTA 재협상 논란과 더불어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을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을 떠안고 출범했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들 사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 엇갈리면서 국론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 

<일요경제>는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일환으로 '한국경제의 길을 묻다'라는 기획특집을 통해 경제 전문가 릴레이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위정현 경영학과 교수와의 인터뷰 시리즈 3편(마지막회)를 통해 한국 경제의 현주소와 앞날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다음은 위정현 교수와의 일문일답.>

- 세월호나 사드 등 국내 정치가 제대로 풀어가지 못하는 이슈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면.

▲ (우리나라) 전체적인 경제·정치가 국민적 지지기반이 약했고 세월호(사건이)나 사드(쟁점)도 국민을 분열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국민을 분열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결국에는 경제 전체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정치의 일관성을 똑같이 잃어버리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양쪽을) 엄청나게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취업도 심각하다고 하지만 정부가 ‘올인해서’ 정책을 세운 것이 뭐가 있는가. 예를 들어, 세율 이런 거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조세, 법인세 같은 분야 전문가들이 나와서 피 튀기게 토론 한 적이 있는가. 국가의 총력 에너지는 정해져 있다. 그 에너지가 사드나 세월호쪽으로 많이 빠져나가면 그 외에 (국가가)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얼마나 남겠는가. 기업도 정치나 사회국가적인 영향을 엄청 많이 받는다. 세월호 사건 당시 그 때 국민들도 소비를 자제하는 등 자숙하는 분위기였지 않나.

(근본적으로) 세월호 사건이나 사드 문제는 없었어야 했다. 세월호는 이제 새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에 점차 치유가 될 것으로 본다. 그 에너지가 돌아와야 한다. 문제는 사드다. 현재 미국의 태도가 좀 변했다. 중국이 북핵을 해결하면 사드 (배치 철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사드를 배치해도 기동을 안 하면 되니깐. 경우에 따라서는 트럼프(미국 대통령과)와 김정은(북한 위원장)이 대화를 하면서 유화적인 분위기가 조성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국가적인 에너지를 경제에 ‘올인’할 수 있게 된다.

- 박근혜 정부의 실정이 문재인 정부에 큰 짐으로 떠넘겨지면서 새로 출범하는 경제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새정부와 경제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구조를 혁신형 모델로 바꾸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혁신이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였다. 이명박 정부 때도 녹색성장 이야기도 했지만 혁신을 강조했고 박근혜 정부는 뭐 두말할 것도 없이 창조경제였지 않나. 사람들이 느꼈다는 거다. 혁신형 모델로 가지 않으면 우리가 결국 중간에 주저앉게 될 거라는 거 말이다.

- 위기의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전철을 밟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 15년 주기로 본다. 일본 경제·사회를 보면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 (때문에) 일본을 잘 연구해 보면 (문제를 피해가는) 방법도 보인다. 예를 들어 현재 일본의 현안은 한일관계가 아니다. 일본의 현안은 고령화 사회다. 일본 현지 뉴스 보면 고령화 사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의료비는 또 어떻게 할 건가 등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일본을 우습게 알고 일본 연구를 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하지만 거기에는 정말 중요한 정보는 없다. 현지에서 뉴스를 읽고 분위기를 읽는 것은 한국에서 일본 뉴스를 접하는 것과 또 다르다. (현지 분위기를 모르면 일본)정보를 봐도 모르고 한글로 봐도 (그 이면을) 해석할 줄 모른다.

-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유력한 방편으로 거론돼온 지주회사 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시장의 일반적인 예상을 깬 결정이다. 삼성의 앞날을 전망한다면.

▲지주회사 전환은 안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다. 자사주 활용을 못하게 하는 법안이 계류 중에 있다. 그게 통과되면 ‘아웃’되는 것이다. 삼성 그룹이 너무 크니깐 정부 속도보다 삼성 속도가 느렸던 거다. 원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임기에 맞춰 진행하다가 상황이 그렇게 된 것이다.

이재용 구속은 삼성 입장에서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리더십이 약하다고 지적받고 있던 이재용이다. 그런데 이번에 삼성에서 유일하게 이재용만 감옥에 간 거 아닌가. 감옥에서 나오면 관계나 분위기가 달라진다. 삼성 임원들이 볼 때 이재용은 어렸을 때부터 봐온 그룹 후계자였지만 (감옥에서 나오고 난 이후에는) 그룹의 운명을 짊어지고 독방에서 살다 오신 그런 분이 되는 거니까.

한 예로 이재용이 구속된 다음에 미전실을(미래전략실) 다 날리지(해체) 않았나. 그렇게 하는 게 옛날 같았으면 상상이나 됐을까. 구조 지분을 짜려고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고) 이재용이 (감옥에서) 나오면 (그의) 리더십으로 (삼성이) 가게 되는 것이다. 지분 구조보다 훨씬 중요한 게 카리스마와 실적이다. 때문에 이번 일이 이재용한테는 전화의복이 될 것이다. 네이버도 외국회사다. 이해진 의장도 지분에 집작하지 않는다. 삼성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 지금 이재용 없어도 (갤럭시)S8시리즈와 디램(반도체) 잘나가지 않나. 인정한다. 다만 의무를 다하라는 것이다. 세금과 상속 그리고 자사주 가지고 장난하지 않았으면 한다.

- 실업난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취업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나.

▲ 정부는 새로운 산업에 대한 사회기반시설과 플랫폼적인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장기적 과제 등 기업이 못하는 것을 해야 한다. 장기적인 R&D과제 등도 기업은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부분을 메워줘야 한다. 예를 들어 4차 산업에서 소외되어 있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는데 이런 것을 정부가 일정하게 기능을 해줘야 한다. 일본 같은 경우는 대기업이 거래처에 대해서 그런 서포트(지원)를 한다.

또 정부가 할 수 있는 것 중 중요한 것으로 직업과 교육 훈련이다. 기반을 조성하는 것,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온실처럼 나무와 꽃이 자유롭게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경쟁적으로 기업들이 등장하게 되면서 새로운 경제 모델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은 그런 성과를 제품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내수형 경제만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 중소기업들은 시작할 때부터 세계 시장을 놓고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기업 자체가 혁신형 모델로 갈 수 있도록 점프해야 한다.

- 현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북경협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보는 의견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내가) 2008년도에 통일부를 통해서 개성공단을 조사한 적이 있다. 기업들이 힘들다고 하는데 그게 진짜 그런지 확인하는 생산성 조사였다. 처음에 힘들다고 하는 기업이 일 년 뒤엔 흑자가 됐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일단 언어가 같다. 그리고 (북한 노동자들이) 근면하다. 물류 비용이 싸다. 개성공단에서 서울까지 차로 한 시간밖에 안 걸리니까. 통관도 필요 없고 거기서 생산되는 물건은 ‘메이드인 코리아’가 된다. 한국에서 고가에 (물건이) 팔린다.

(기업들이 좋기도 했지만) 또한 북한을 제어할 수 있었던 방법이기도 했다. 원래 상대방이 주는 떡을 계속 먹으면 목에 걸리게 되어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이런 중요한 곳을 폐쇄했다. 폐쇄 같은 극단적인 카드는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북한은 (극한 상황에) 몰릴수록 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

만약에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맞는’ 방법이 무엇일까. 서울에 미사일을 쏠 수도 있지만 일본 도쿄에 미사일을 날리는 것이다. 만약 한국이 미국과 같이 북한을 공격한다고 해도 뭐 이를테면 제한적 공격 같은 걸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기도 하겠지만 역시 제일 확실한 것은 도쿄(를 공격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이 북한이 미사일 개발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만약 상황이 그렇게 되면 일본은 단숨에 군국주의로 넘어가게 된다. 그렇게 일본이 개입하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는 자동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그 이후엔 안봐도 뻔하지 않나. 새 정부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외교를 잘해야 한다. 그리고 (개성공단을 다시 열어서) 북한을 (남한과)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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