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통한 조선산업 위기극복과 일자리 창출 방안 토론회>
유낭근 “조선해양산업, 글로벌 경기침체·中 저가수주·日 엔저...‘인더스트리 4.0’ 재도약 절실”

스마트십 등 조선업 4차 산업혁명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현대중공업도 10년 내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른쪽 두 번째가 이진태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교수, 왼쪽 두 번째가 유낭근 울산정보산업진흥원 ICT창의융합센터장.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조선업에 4차 산업혁명의 스마트십 건조기술을 적용해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중국 기업에 뒤쳐져 현대중공업도 10년 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성 예측이 제기됐다.

이진태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교수는 지난 19일 울산광역시 울산상공회의소 5층 회의실에서 울산상공회의소와 무소속 김종훈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조선산업 위기극복과 일자리 창출 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조선산업 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 방안’ 발표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ICT 융합기술, 빅데이터 처리기술, AI 기술을 조선업에 접목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과정은 매우 방대하다”며 “모든 소비재 생산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이 상당히 진행된 후 마지막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바탕으로 수많은 부품과 기자재를 통합해 엄청난 인력으로 커다란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이라는 것. 

이 교수는 조선업도 4차 산업혁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의 전반적 구조가 혁신될 것이며 대부분의 일자리가 로봇과 컴퓨터로 대체될 수도 있는 미래상황에서 그는 △스마트 십(Smart Ship) △스마트 십 서비스(Smart Ship-Service) △스마트 십 빌딩(Smart Ship-Building)을 조선업 4차 산업혁명의 3대 분야로 꼽았다.

그에 따르면 스마트 십은 선박 내 설치된 네트워크와 센서를 통해 중앙정보처리센터를 운영하며, 빅데이터와 AI 기술로 최적의 선박 운항 및 관리·보수가 가능하다.

스마트 십 서비스는 선박운항 및 선박관리를 지능화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최적 항로 선정, 운항상태 정보 분석 및 보고, 화물상태 정보 실시간 제공, 재난 회피 등 선박 운영 자동화와 지능화로 효과적 운용을 지향한다. 

스마트 십 빌딩의 경우 조선소에서 진행하는 모든 선박 설계와 생산 프로세스를 통합된 시스템으로 구축해, 선박 건조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AI를 활용해 선박 건조 효율화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세부적으로 스마트 십 빌딩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외부 인터페이스 시스템 △설계 통합시스템 △생산 통합시스템이 필요하며, 각 시스템 간 데이터 공유와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조선업은 현재 상태로 5년이 지나면 중국에 추월당한다”며 “조선기술 선도를 통한 경쟁력 재건노력이 없다면 현대중공업 같은 대기업도 10년 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학계, 공공기관, 기업인 모두 힘을 모아 조선업 생존 전략을 명확히 하고 스마트 십 빌딩을 조선업에 적용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스마트 십 빌딩 시스템 구축을 통한 조선업 전체 경쟁력 확보가 개인과 조직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스마트 십 빌딩을 구현할 최적의 장소가 울산시라고 제시했다. 세계 조선산업을 선도하는 현대중공업이 울산에 위치해 있고,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선박 기자재 업체와 중소 엔지니어링 기업 활성화로 조선산업 생태계가 잘 구축돼 있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선박 설계와 생산기술은 세계를 선도하고 있고 ICT 기술과 접목해 통합 스마트 십 빌딩 시스템을 개발한다면 향후 50년 이상 조선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세계 조선업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현대중공업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조선+IT 융합기술 개발사업’을 지난 2008년부터 진행해 ICT 융합을 위한 인프라 일부를 구축했고, 울산시는 ‘ICT 융합 인더스트리 4.0사업’을 진행해 다양한 고부가가치 혁신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 유낭근 “조선해양산업, 글로벌 경기침체·中 저가수주·日 엔저...‘인더스트리 4.0’ 재도약 절실”

조선해양산업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의 저가 수주, 일본의 엔저로 새로운 넛크래커 위기에 빠졌기 때문에 인더스트리 4.0을 적용한 재도약이 절실하다는 주장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유낭근 울산정보산업진흥원 ICT창의융합센터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울산정보산업진흥원에서 진행 중인 ‘조선해양 ICT융합 Industry4.0S 사업’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2015년 10월 예비타당성 사업 확정 통보를 받은 ‘조선해양 ICT융합 Industry4.0S 사업’은 ICT/SW융합 중소기업주도형 조선해양 창조산업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울산시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울산정보산업진흥원, ICT중소기업 등이 주최로, 2016~2020년 약 1074억 원을 투입해 조선해양 ICT클러스터 기반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유 센터장은 “세계적으로 인더스트리 4.0을 적용해 기존 산업과 ICT, 소프트웨어를 융합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울산시 주력산업인 조선해양산업에 ICT 융합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개발로 지속가능한 새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해양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작년 10월 정부부처 합동으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2020년까지 11조원을 투입해 250척 이상의 선박 발주와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며 “경쟁 우위의 대형·고급상선 등은 친환경, 스마트 선박에 집중 투자하고 경쟁 열위의 해양플랜트·중소형 선박 등은 틈새시장을 개척해 연간 1000억 달러 규모의 새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선해양산업의 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애프터 마켓(After Market) 선박 유지·보수 시장의 활성화 △대·대·대 협력 통한 해외경쟁 우위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데이터로 컴퓨터 지능의 원석”이라며 “구글 알파고와 IBM 왓슨이 증명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공공데이터를 개방해 신산업 활성화를 유도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건조나 운항 중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오픈해 혁신 역량을 갖춘 많은 중소기업이 새로운 애프터 마켓을 창출해야 한다”며 “대·대·대 협력은 국내 대기업간 상생협력으로, 일본이 우리나라와 중국에 시장을 내준 뼈아픈 경험을 교훈삼아 끊임없이 협력하는 모습이 좋은 본보기”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미쓰비시중공업, 이마바리조선, 미쓰이상선 등 조선·해운 10여개사가 자동운항시스템, 친환경 선박 등을 공동개발하기 위해 협력하며, 기업간 공동수주, 부품조달 협력 등으로 자국 기업끼리 제 살 깎기 경쟁을 지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협력을 통해 작년 말 일본의 수주잔량이 17년 만에 우리나라는 앞섰다는 것.  <4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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