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길을 묻다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청년단체들, 대선서 아동·노인과 구분되는 청년세대 독립적 사회보장정책 수립·시행 요구”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맞게 사회문화 등 시스템이 업데이트되지 않아서 청년들에게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손정호 기자)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로 높은 지금의 현실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에 맞게 사회제도와 문화 등이 업데이트되지 않아서 청년들에게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통계청에 의하면 4월 청년실업률은 11.2%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평균 실업률 4.2%보다 2배 이상 높다. 2000여명의 조합원을 가진 독립적인 청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김민수 위원장은 24일 서울시 마포구 청년유니온 사무실에 <일요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청년 실업문제의 심각함에 공감했다. 

27개 청년단체 연합을 통해 이번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아동이나 노인과 구분되는 청년세대를 위한 독립적인 사회보장정책 수립과 시행을 요구했다는 것. 

현재 우리나라 청년세대들이 OECD 국가들 중 대학진학률이 가장 높아서 청년실업률도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청년들의 눈이 높거나 성실하지 않아서 미스매칭이 발생한다는 논리에는 해결 의지가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견해를 전했다.

또한 100년이 안 된 시기에 일본의 독재에서 독립하고, 한민족 분단과 6·25 전쟁, 군사 독재정권과 민주화 운동, 고도의 경제 성장 등 극도로 압축된 발전을 해온 우리나라의 특징이 세대 간 갈등과 대립 고조라는 형태로 드러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책 마련도 당부했다.

과거 한국의 역사를 경험한 현재의 50~60대, 그때와는 너무나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현재의 청년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김민수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청년유니온은 어떤 단체이며 어떤 활동을 하나.

▲ 청년유니온은 2007년에 만들어졌다. 청년 실업문제가 워낙 심각해서 노동문제 등 청년들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보자는 취지다. 지금 노동조합원으로 회원이 2000명 정도다. 노동조합으로서 정부 정책을 바꾸거나 청년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 실질적으로 문제를 푸는 활동들을 하고 있다. 전체 재정의 70% 정도는 조합원과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상위 단체는 없다. 독립된 청년 노동조합이다. 고용노동부에도 등록돼 있다. 

-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1.2%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일반 실업률보다 청년실업률이 더 높다. 왜 그렇다고 보나.

▲ 한두 가지 문제를 푼다고 청년 실업 문제가 풀릴 거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 경제가 1990년대 후반부터 위기의 징후를 보이다가 2000년대에 들어와서 완전히 저성장 체제로 들어섰다. 그런 가운데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시스템들이 한국의 경제 구조나 상황에 걸맞게 업데이트되지 않은 문제나 모순들이 이제 막 취업하는 청년들에게 고통으로 가중돼서 나타나는 것 아니냐고 진단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후 첫 일정으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주문했다. 공공 부문 일자리 증가를 중심으로 한 일자리위원회 활동이 청년 취업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보나.

▲ 일자리 창출이 민간이냐 공공이냐에 쟁점을 두고 있다. 이런 쟁점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공에는 공공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 민간에는 민간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지금 민간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지 않은 조건에서 공공 부문이 먼저 나서서 사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제적으로는 마중물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역할은 필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공공 일자리 몇 개를 창출하느냐는 숫자 놀음을 넘어서서, 이것을 시작으로 민간 노동시장을 어떻게 개혁할지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잘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27개 청년단체가 모여 결성한 ‘2017 대선 청년유권자행동’은 새로운 정부에 한국형 청년보장 도입을 제안했다. 

▲ 청년유니온과 민달팽이유니온, 청년참여연대 등 2010년대 들어서 활동하기 시작한 민간 청년 단체들이 주축이 돼서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창립한지 10년이 안 된 단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10년대 들어서 나타난 새로운 사회 문제, 청년 문제에 대해서 반응하는 단체들이라고 볼 수 있다. 

아동, 노인 정책 등 세대영역의 정책들은 세계적으로 오래전부터 만들어져 있다. 유럽 국가들도 아동이나 노인과 구분되는 청년들을 위한 독립적인 사회보장 정책을 몇 년 전부터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런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청년기를 독립적인 세대집단으로 보고 사회보장 정책을 만들어서 시행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이 높은 이유 중에 OECD 국가들 중 대학진학률 1위로 대졸자가 너무 많아서 미스매칭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나.

▲ 지금까지 정부에서 해온 얘기는 민간에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청년들은 눈이 높아서 미스매칭이 높아서 청년 실업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것은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하는 것과 같다. 갑자기 경제 성장률이 높아져서 민간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거나, 갑자기 청년들이 대학에 가지 않거나, 아니면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발생해야 청년 실업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이다. 

불가능한 일을 원인이라고 진단하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고 선언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대학 진학률은 정부 정책을 펼침에 있어서 공유해야 하는 조건이지, 앞으로 청년 실업 문제에 있어서 원인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 짧은 시간 동안 고도의 경제 성장을 해온 한국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에 문화의 격차가 존재하고 이로 인해 청년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세태나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세대 격차 문화로 인한 청년들의 어려움을 어떻게 보나.

▲ 한국은 워낙 압축적인 성장과 민주화를 만들어온 나라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집단들에서도 역사적 경험이나 문화들이 너무 다르다. 50~60대는 국가 주도의 권위주의적 정책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데, 실제로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은 지금의 청년들이 살아가야 할 사회의 모습과는 엄청나게 다른 것이다. 

그런 차이에 대한 이해나 존중 없이 막연하게 청년들을 폄훼하거나 평가절하 하는 발언들이 있다. 눈이 높다든지 성실하지 않다든지 하는 것이다. 청년에 대한 이런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과거의 한국 사회 역사를 경험한 사람들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청년세대가 어떻게 평화롭게 공존할 것인가를 지혜롭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길+>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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