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심아란 기자]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한 고객이 자유 일정 중에 사고를 당해도 여행사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김모 씨와 그의 아내, 딸이 여행사 하나투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여행사가 유가족에게 1억여원의 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여행사를 이용한 고객이 자유 일정 중 일어난 사고에서 여행사의 책임을 인정한 첫 번째 판례로 기록된다.

지난해 1월 김 씨는 가족들과 함께 하나투어의 3박 5일 싱가포르·인도네시아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가족 여행을 떠났다.

가족들은 인도네이사 빈탄 섬에서 자유 일정을 보내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씨의 자녀들이 바나나보트를 타다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보트 운전자는 면허가 없었으며 현지 리조트 업체는 관련 법령을 준수하지 않은 채 운영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김 씨 아들은 현장에서 숨지고 딸은 크게 다쳐 현지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다.

그동안 하나투어는 자유 일정 중 벌어진 사고이기 때문에 당사의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또한 남매가 바나나보트 탑승 전 '위험인수 동의서'에 서명한 점을 강조하며 남매가 스스로 위험을 감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나투어가 김 씨에게 여행 전 보냈던 여행약관 제8조에는 '당사는 여행출발 시부터 도착 시까지 당사 또는 그 고용인, 현지여행업자 또는 그 고용인이 과실로 손해를 가한 경우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 있고 손해배상도 하나투어가 책임진다고 돼 있다는 것.

이에 김 씨와 그의 아내, 딸은 현지여행업자의 잘못도 여행사에 책임이 있다며 하나투어를 상대로 7억 9000여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남매가 '위험 인수서'에 서명했다고 하더라도 관련 법령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에 대한 위험까지 감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하나투어는 남매가 겪을지도 모를 위험을 미리 대비할 안전배려의무가 있다"며 "현지 리조트의 해양스포츠 시설이 관련 법령을 준수하지 않고 안전이 결여된 기계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사·검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매에게 부여된 자유시간은 여행업체를 통하지 않은 여행에서의 통상적인 자유시간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여행사가 자유 일정을 보내는 여행자에게 안전 유의를 부탁하고 해양스포츠 시설을 직접 관리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하나투어의 책임을 20%로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하나투어가 여행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 책임을 회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08년 11월 남태평양 피지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가 타고 있던 버스가 산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하나투어는 당시에도 현지 업체에 책임을 전가했으나 서울지방법원은 하나투어 측의 여행약관을 근거로 하나투어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