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길을 묻다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청년인턴 열정페이, 잘못된 시스템서 발생...청년 사회보장제 도입해야”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 검사, PD, 공무원의 연이은 자살에 대해 국가 경제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최근 청년 검사와 PD, 공무원 등 청년노동자들의 연이은 자살에 대해 우리 사회 전체가 성찰해야 합니다. 청년들이 죽음을 선택하는 국가 시스템에 대해 전면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4월 청년실업률은 11.2%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작년 5월 33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 A씨, 이어 10월 CJ E&M tvN의 28살 PD B씨, 지난 4월 30살 9급 공무원 C씨 등 소위 ‘잘나가는’ 청년 노동자들이 연이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OECD 국가 중 대학진학률 1위로, 인류 역사상 가장 대학진학률이 높을 현재 우리나라의 고학력 청년들이 블랙홀에라도 빠진 듯이 취업시장과 미래에서 사라지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 것. 

독립적인 청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김민수 위원장은 24일 서울시 마포구 청년유니온 사무실에 <일요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청년 노동문제 해결과 청년 사회보장제 도입으로 청년들에게 희망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노동문제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 지속가능한 사회와 기업 만들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청년들에게 사회경험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지만 소모적인 인턴제도나 열정페이로 청년들이 큰 데미지를 입는 게 문제”라며 “현재 우리나라는 청년들의 사회 진출비용 대부분을 개인이나 가족들이 부담하고 있어 지원책도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민수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한동안 청년 인턴이 논란이었다. 인턴으로 몇 개월 동안 일한 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집에 보내는 방식으로 청년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 이런 인턴제도, 열정 페이에 대해 어떻게 보나.

▲ 청년들을 소모하는 인턴제도나 열정 페이는 잘못한 일이다. 그러면 안 된다.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청년들의 처지가 곤궁해졌다. 열정 페이 같은 경우에는 기업들이 악용하거나 편승하는 경향이 있었다. 청년들은 일에 대한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청년들에게 어떤 경험이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인턴제도나 열정 페이 같은 경우는 청년들에게 굉장히 큰 데미지를 준다. 이런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들에게 좋지 않다고 본다. 이런 열정 페이나 인턴제도 문제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나쁜 마음을 먹는 사람이 많다고 보지는 않는다. 시스템 내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 청년들 스스로도 미래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오포세대 등이 바로 그것으로 대기업에 취직하지 않으면 연애, 결혼을 모두 포기하는 것이다. 

▲ 안타깝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청년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실업 문제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 청년들을 취업을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는 사람들로만 보지 말고, 청년들이 일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청년들이 경제활동 등을 함에 있어서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청년 노동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청년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두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 취업하기 위해서 대출을 받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 이것도 문제다. 조사를 해봤더니 구직비용이 높았다. 청년들이 사람 대접을 받으려고 지불해야 하는 코스트가 너무 높다. 번듯한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계속 자신에게 투자를 해야 한다. 청년들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들이 다 개인이나 청년의 가족들에게 전가돼 있다. 집에 돈이 좀 있으면 그 돈을 사용하는 것이고, 집에 돈이 없으면 빚을 지는 것이다. 

정상적인 민주국가라고 한다면 청년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 진입하는 과정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정책들이 있어야 한다. 청년들의 사회 진입비용을 개인에게 전가할 게 아니다. 국가 시스템으로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일을 국가가 하지 않고, 청년 자신이나 어머니, 아버지가 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 한국은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 속에서 새로운 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비중이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힘들다. 청년 스타트업들도 많은데, 정부가 청년 스타트업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보나.

▲ 공정한 경기장을 만들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심판을 잘해야 한다. 선수를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이런 문제는 기업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공정하게 심판을 잘 봐야 한다. 잘하고 있는 기업들의 고민을 직접 들어봐야 한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지금은 작은데 잠재력이 있다는 것인데, 그것을 볼 줄 아는 정부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하고 고용보험 개혁도 주장했다. 이는 어떤 내용인가.

▲ 고용보험은 만들어진지 20여 년이 넘었다. 1990년대 만들어진 시스템이 지금도 거의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1990년대의 노동과 2010년대의 노동은 다르다. 그렇다면 고용보험도 1990년대의 제도를 2010년에 맞게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프리랜서들도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문호를 대폭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최근 tvN ‘혼술남녀’의 청년 PD 자살 사건은 어떻게 보나. 청년 검사 사망사건 등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이 사망하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 한국 사회 전체가 성찰해야 하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에 공론화되지 않은 사건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모두 자신들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헌신하면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우리나라 시스템이 정상적인 것인가 되물을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죄송하지만 서구사회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 아마 나라가 뒤집어졌을 것이다. 청년들이 죽음을 선택하는 국가 시스템이라는 것에 대해 전면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 

- 취업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청년유니온 위원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 다들 쉽지 않다. 하지만 각자 갖고 있는 어려움이나 고민들을 개인 노력으로만 보지 말고 지원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그런 쪽으로 많이 왔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문제에는 자신이 처신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고, 사회구조와 맞물려 있는 문제들이 있다. 한국 사회는 너무 전자를 강조하는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일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노동조합에 가입했으면 좋겠다. 자신의 주변에서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에 가입을 하고 필요하면 도움을 주고받으면 삶이 훨씬 더 풍성해질 수 있다고 본다. 

청년유니온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청년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들, 청년 노동문제의 당사자가 있는 경우에는 참고 견뎌내고 극복해야 한다고 하는 게 아니라 어려움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청년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년들에게 안전한 공간이다.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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