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취업시장에서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4월 청년실업률은 11.2%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 이는 평균 실업률 4.2%를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금융위기를 겪은 그리스의 올해 1월 청년실업률이 48%에 육박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청년실업률 11.2%가 세계적 기준에서 절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는 없다. 스페인 40.5%, 이탈리아 34.1% 순이었으며, 유로존 국가들 중 가장 낮은 독일은 6.7%였다. 

물론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금융위기를 겪고 심각한 경제난을 통과하는 나라들이다. 우리나라도 IMF 구제금융을 받는 등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는데,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후 최고 수준의 청년실업률이고 전체 실업률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취업시장에서 청년들에게 가해지는 고통이 기성세대에 비해 높고 그 강도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수치상 읽을 수 있다.

청년실업률이 상승하는 가운데,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에 비해서는 낮지만 독일 등 최상위 국가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의 취업에 대한 아우성을 젊은이들의 배부른 고민으로 치부하고 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볼 수 있는 측면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년들은 2016학년도 고졸자들의 대학 진학률이 69.8%로 OECD 1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 수치보다 청년들이 겪고 있는 불만족이 더 클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에서 독립한지 아직 100년이 되지 않았다. 6·25전쟁은 그보다 더 근래이고 독재 정권은 더 더 근래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으며, 작년 GDP는 1조4044억 달러로 IMF 기준 세계 11위로 성장했다. 급속도로 압축적인 성장을 해온 것으로, 일재시대나 6.25전쟁, 해외원조를 받은 경험을 한 기성세대와 세계 11위 무역대국의 기억만 갖고 있는 젊은 세대가 같은 시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사이에 문화적 격차가 큰 수준인 가운데, 몇 년 전에는 청년 인턴이 논란이었다. 3개월이나 6개월 정도 인턴으로 고용한 후 맘에 들지 않으면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는 것이다. 급여를 거의 주지 않는 ‘청년 열정 페이’도 함께 있었고, 이런 제도들은 사회 진입기의 청년들에게 큰 상처나 부담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대학에서 순수학문을 전공한 청년들은 취업시장에서 더 많이 소외됐는데, 이런 청년들의 실패 가능성이 더 높아지면서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오포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내 집 마련을 포기한 세대) 등 미래의 희망과 꿈을 잃어버린 청년들에 대한 신조어가 발생하는 토대가 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어 청년실업률이 그리스나 스페인보다 낮다고는 하지만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청년들의 취업 쟁점은 죽음이다.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청년 검사, 청년 공무원, 청년 PD 등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안정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청년 사회초년생 3명이 연이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 이는 그리스나 스페인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 취업이나 청년들의 미래 만들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입증한다.

이런 청년들의 고통에는 OECD 국가 중 노동시간 1위, 자살률 1위라는 현재에도 진행 중인 불명예와 함께,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로 인해 규모의 경제라는 과실의 달콤함을 상위 10% 기업에 취직한 청년만 꿈꿀 수 있게 된 세상만이 모든 세상인 청년들의 성장 불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성세대는 가난하고 조금 덜 배웠어도 양극화가 덜 진행된 세상에서 미래나 성장을 꿈꿀 수 있었는데, 젊은 세대는 조금 더 부유하고 지적이어도 양극화가 팽배하고 견고한 세상에서 나의 미래에 대한 꿈을 상실한 경우가 태반이 되면서 이태백과 오포세대를 양산했다고 하는 게 보다 더 합리적인 설명인 것으로 보인다.  

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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