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한국노총과 인천공항 노조, 공공노련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한국노총을 비롯한 인천공항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TF를 출범시켰다.

[일요경제=하수은 기자] 경영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불만을 제기했다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핵심 공략으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의 강도 높은 비판에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경총은 비정규직 관련 문제를 설명한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이라는 책자 발간을 보류하기로 하는 등 일단 새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다만, 각 회사의 특성이나 근로자의 개별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정규직 전환 요구는 현실에 맞지 않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주 언론 등에 파일 형태로 공개된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은 40여 쪽 분량으로, 비정규직의 의미, 현황, 해법 등이 경영계 시각으로 정리됐다.

경총은 비정규직 이슈와 관련해 책 발간보다는 정부, 노동계 등과 소통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총 내부에서도 노사정이 서로 계속 대립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지난 25일 경총포럼에서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다. 논란의 본질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라며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경총도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 중의 한 축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도 "재계가 압박을 느껴야 한다"고 경총의 주장에 날을 세웠다.

결국 경총은 "정부 정책을 반대하려는 게 아니라 노사정이 힘을 합해서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자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마치 악의 무리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기업뿐 아니라 경제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사안인 만큼 정부가 현실적인 고려 없이 '대기업 때리기'만 한다면 경영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