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사인 ‘SK네트웍스서비스(SK네트웍스 자회사)’의 ‘갑질’ 행위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대·중소기업 상생 목적으로 진행한 이 회사의 신사업은 참여한 중소업체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만 안긴 채 영업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 됐다.

피해 업체들은 SK그룹차원에서 SK네트웍스서비스가 매출을 ‘뻥튀기’로 기재하고 발생 비용을 떠넘겼다고 성토한다.

그룹 전체로 문제가 확대될 것을 우려한 SK네트웍스서비스는 해당 사업을 정리하면서 일부 담당 직원들을 배임혐의로 몰아 해고 또는 권고사직 처리했다. 더욱이 참여 중소기업들마저도 일부 퇴직 직원들의 배임 혐의에 일조한 ‘한 통속’으로 몰고 있다.

피해업체 하나인 민즈는 약 5억 원어치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SK네트웍스서비스로부터 단 500만원만 용역대가로 지급받았다. 서림씨앤씨는 11억원 상당의 투자 손실을 보고 도산위기에 내몰렸다. 키프트는 8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고 폐업했다.

이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 제소됐고 국세청도 SK네트웍스서비스의 허위 매출 계상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요경제>는 이 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봤다.

◆ 매출 뻥 튀기, 피해는 중소기업에

SK네트웍스서비스는 지분 86.5%를 보유한 SK네트웍스 자회사다. 손길승 SK 전 회장(현 SK텔레콤 명예회장)도 지분 13.5%를 보유하고 있다.

SK네트웍스서비스는 2012년 11월 SK네트웍스인터넷을 흡수합병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이 후 이 회사는 2013년 5월 ‘에너메이트’라는 신사업을 기획해 하나SK카드와 협약을 맺고 그해 11월 서비스전용 신용카드를 출시하며 시장에 선보였다.

이 사업은 초기 대·중소기업 상생사업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2월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 녹색산업지원센터와 '서울형 녹색기업 발굴·육성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됐다.

SK네트웍스서비스는 또 다른 신사업인 ‘세이프메이트’를  지난 2012년 4월 ‘미래형 첨단 보행안전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시됐다. 당초 이 사업은 벤처기업협회 추천을 받은 기술창업자와 중소기업이 참여해 동반성장의 모범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SK네트웍스서비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11년 5월에 관련 사업개발팀이 발족됐다”며 “인터넷 설치 기사 등 회사 본래의 인건비 기반 마진율은 1~2% 밖에 안 되지만 세이프메이트 등 신사업 마진율은 20%가 넘으니 회사에서 사업팀을 조직적으로 밀어줬다”고 말했다.

또한 “신규 사업에서 실제 성과가 나오려면 최소한 2~3년 이상은 투자를 해야 한다. 당시 회사 대표는 다음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매출을 미리 선 매출로 당겨 잡아 매출을 40억~50억원을 허위로 만들어냈다. 결국 그에 따른 부담과 비용은 참여 중소기업들과 총판들이 떠안았다”며 “또 중소기업과 협업해 이런 사업을 한다고 외부에 보여주게 될 경우 궁극적으로 SK네트웍스서비스의 증시 상장에도 플러스 요인이 된다는 것돈 감안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사업에서 고객센터 운영 등을 맡았던 중소업체 서림 엄창용 대표는 “처음에는 감당할 수 없는 투자비용으로 SK네트웍스서비스의 제안을 포기하려 했다”면서도 “SK측에서 계약서를 바탕으로 대출과 초기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를 믿고 계약 전부터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며 협업에 나섰다”며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 사업 문제되자 ‘쉬쉬’ 하며 일부 직원만 정리

그러나 SK네트웍스서비스 신사업은 곧 삐걱대기 시작했다.

SK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업체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던 시점을 전후해 SK네트웍스서비스 전 대표가 경질되고 현 대표가 부임했다”며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들이 본래 하던 사업에서 벗어난 일은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 대표가 부임한 후 회계 처리 문제 등을 그냥 놔둘 경우 외부적으로 큰 문제가 되겠다 싶어 해당 사업을 폐업대신 영업 정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참여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세상에 알려지자 SK네트웍스는 SK네트웍스서비스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고 그 이후 지주사인 SK홀딩스도 SK네트웍스서비스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에 따라 SK네트웍스서비스는 신사업을 추진하던 담당 직원들을 해고 또는 기타 사유로 퇴사시켰고 그중 일부는 배임혐의로 형사고발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회사 전체가 부실덩어리로 비쳐질 수 있으니 일부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SK네트웍스서비스는 해당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된 문제를 털기 위해 관할 세무서에 기존 매출을 허위라고 자진 신고를 했다.

이로 인해 SK네트웍스서비스의 매출을 떠안았던 14개 총판들은 물건도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였고 수억원의 가산세까지 부과될 상황에 처했다.

피해업체 한 관계자는 “SK네트웍스서비스로 부터 배임혐의로 형사 고발된 문제의 직원은 입사한지 2년차에 불과한 것으로 안다. 그런 사람이 독립적으로 배임행위를 할 만한 위치가 되겠는가. 상식적으로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고 밖에는 생각하기 어렵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더욱이 SK네트웍스서비스측이 피해 중소업체들까지 직원들의 배임에 책임이 있다고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피해업체들의 공정위 신고를 담당한 한 변호사는 <일요경제>와 통화에서 “당초 공정위 산하기관인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했으나 결렬돼 공정위에 정식 신고했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면서도 “SK네트웍스서비스는 담당 직원들과 함께 중소업체들도 배임에 일조한 것이 아니냐며 적반하장식으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업체 한 관계자는 “SK네트웍스서비스나 모기업인 SK네트웍스 측에서 어느 누구 책임지겠다는 인물이 없다”며 “수년간 법정공방을 하다가 대법원 판결이 날 때쯤이면 신임 사장에게 책임을 전적으로 물을 수 없지 않겠는가. 수감중인 최태원 회장이 옥중에서라도 직접 해결에나서야 한다”고 성토했다.

◆ SK그룹, 계열사 신사업 ‘나 몰라라’로 선 긋기

SK그룹과 SK네트웍스는 계열사와 자회사의 일일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선 SK네트웍스서비스의 신사업에 대해 최태원 회장이나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게 보고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SK그룹 홍경표 홍보팀장은 “(수감 중인) 최태원 회장은 경영사항 보고를 받지 않고 있고 그룹도 보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현재 주요 사안들에 대해선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게 보고한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신규 사업의 경우 그룹 총수나 CEO는 계열사로부터 변경 내용에 대해 반드시 보고를 받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자회사가 공정위와 국세청 조사를 받고 있음에도 SK네트웍스 홍보팀 장세찬 부장은 “이 사업에 대해 당사는 전혀 아는 바가 없으니 필요한 내용은 SK네트웍스서비스에 알아보라”고 잘라 말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일요경제>는 SK네트웍스서비스 신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를 만나보았다.

이 관계자는 “신사업 추진 당시 사업본부장이 한 달에 한번 모기업 SK네트웍스에 직접 사업보고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SK네트웍스 뿐만 아니라 SK홀딩스도 SK네트웍스서비스 신사업에 대해 감사를 했으므로 자회사 신사업에 대해 모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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