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제주포럼 영상 축사를 통해 남한과 북한을 아우르는 경제공동체로 ‘한강의 기적’을 ‘대동강의 기적’으로 확대해 ‘한반도의 기적’을 만들자고 밝혔다. 한반도 주변국들과의 공감대 속에서 북핵 문제 등 군사적 대결을 줄이는 평화체제로 이행하면서 남북 경제협력을 확대하면서 저성장 상태의 한국 경제를 견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과 북한은 분단 70년 동안 각각 너무나 다른 정치, 경제 체제의 길을 걸어왔으며 그 상태가 고착화됐다. 한국은 작년 IMF 기준 GDP 1조4044억 달러로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고, 북한의 GDP는 약 200억 달러로 에티오피아의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극히 대조적인 상태다. 한국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주변인들의 부패 문제가 계속 이어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지만, 북한은 3대 세습을 진행하며 주변인들을 숙청하고 고문하는 등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체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과 북한의 정치, 경제 격차가 너무 커서 과연 북한과의 경제 협력이나 통일이 남한의 경제 성장이나 안정적인 행복 추구에 이득이 될까라는 의문도 든다. 그런 의문을 갖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는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데, 남북 경제협력에서 한국 경제 성장의 지속적인 성장 희망을 찾는 이유는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한국 경제가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3%대로 전망되는데, 유럽 선진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높지만 신흥국들에 비해서는 많이 낮은 상태다. 특별한 견인 요소가 없다면 한국의 저성장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경제공동체 성장론은 경제적 효율성과 실익 측면에서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통일은 대박’이라고 주장했는데,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등 북한과의 단절을 강화했지만 통일이 한국 경제에 이득일 거라는 걸 정책적으로 인정하기는 했다. 

통일이 대박이거나, 남북한 경제공동체로 한국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논리의 이면에는 남한의 기술력과 북한의 값싼 노동력, 지하자원을 활용해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모두 갖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남북 경제 협력은 동남아시아 등지에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것에 비해 한국 내수 수요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며, 북한 지역 개발을 통한 건설업 등 기초 산업의 점진적인 부흥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북한과의 경제 협력은 군사·정치·안보적 특수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과의 합의까지는 아니더라도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며, 북한과의 분단 상태에서 경제 협력과 더불어 동시에 군사적 긴장 완화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중국처럼 WTO 체제를 받아들이는 수준의 경제, 정치적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머리 아픈 일을 왜 해야 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남북 분단이 역사적 과오라는 점을 고려해 이산가족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해 통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당위성이 있지만, 그 주장만으로 통일을 과감하게 진행시키기에는 이미 북한의 정치, 경제적 전근대성이 너무 심화돼 있다.

보다 실효적인 주장은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의 책 ‘10년 후의 통일 - 한반도의 미래, 지승호가 묻고 정동영이 답하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 의원에 의하면, 골드만삭스는 오는 2040년 한국 경제가 영국, 프랑스, 독일을 추월하고 2050년 미국에 이어 국민소득 세계 2위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오는 2031년 0%로 하락할 것이라는 상반된 예측을 내놓았다. 정 의원은 골드만삭스와 OECD가 상반된 결과를 내놓은 이유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개성공단 확대 등 남북 경제협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전망치를 제시했고, OECD는 한국만의 단일경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제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한국 G2’ 전망이 실현가능한 것이라면, 국내 성장률과 내수시장 축소로 어렵게 해외 진출을 늘리려고 부단히 노력 중인 한국 기업들에게는 고려해 볼만한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공사 등을 수주하고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남북 경협 확대도 어려움은 예상되지만 지리적 근접성과 언어적 유사성 등은 장점이다. 

남북 경제협력이나 통일을 정치적 이념이 아니라 경제적 실익에 따라 엄밀하고 진지하게 분석해야 한다. 정치적 이상만으로는 시민들의 행복을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다. 정치적 이상과 경제적 실익이 최상으로 추구되는 이상점을 찾는 도전이 필요해 보인다.  

손정호 기자.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