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SF 소설과 영화 속에 등장하던 상상의 삶이 점점 현실화될 전망이다. 우주정거장은 이미 일정 정도 수준으로 현실화됐고, 사람과 비슷한 지능을 가진 로봇이 인간의 일상생활 속에서 친구가 되는 삶도 조만간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에서 이미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과 스피커, 냉장고 등 다양한 생활용품들이 출시되고 있으며, 테슬라 같은 전기자동차 회사들이 주식시장에서 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벤츠와 현대자동차 등 기존의 고전적 자동차 회사들도 IT 대기업과 손을 잡거나, 관련 기술을 가진 혁신 중견기업들과의 M&A를 통해 스마트 자동차 시대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다양한 신기술들을 통한 인류의 미래가 ‘한없이 투명한 블루’로 밝게 빛나지만 않을 수도 있다. 조지 오웰이 <1984>를 통해 예견했던 빅브라더의 정보 통제 사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그려진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사회 등 디스토피아도 많이 예견됐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진행이 심화될 경우 블루칼라에 이어 화이트칼라 직업군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은 한 개인이나 조직이 막을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인 것으로 생각된다. 수요가 있고, 그를 통해 부가 창출될 것이며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발전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를 억누를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정부도 4차 산업혁명, 그중 특히 ICT 융합콘텐츠 육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4명의 국회의원과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한국게임학회 등 13개 관련 단체들이 함께 8일 진행한 ‘새 정부에 바라는 ICT 융합콘텐츠 육성 전략 토론회’가 그에 대한 방증인데, 적절한 방향 설정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1억 명을 넘지 않아 내수시장이 한정돼 있고, 지하자원이 풍부하지 않아 자원 수입이 많아 제조비가 높다. 고부가가치 산업 수출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해외 인지도가 높은 기업을 꼽으라고 하면 ‘삼성전자’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을 텐데, 이미 보유하고 있는 IT 기술과 인력, 인프라 등을 활용하면 새로운 시장을 더욱 폭넓게 열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미래를 바라볼 때 발생하는 문제는 두 가지다. ICT 융합콘텐츠를 통해 창출된 부가가치를 고루 분배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선순환적 내수경제를 만드는 것과, 선진국을 추격하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선도하는 창조형 경제를 만드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ICT 문화콘텐츠 산업의 양극화가 심화돼 중견 또는 중소기업이 생존하지 못하거나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기업만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시장 구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견 또는 중소기업도 충분한 부를 창출하고, 이 기업들도 성공할 경우 새로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에코 시스템’, 산업 생태계가 복원돼야 다양한 아이디어, 상상력에 기반한 제품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갈등은 최소화되고 부의 고른 분배로 내수경제가 안정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시장이 부드럽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위대한 감독이 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한 축은 새로운 상상력에 기반한 창조형 경제가 될 것이다. 카이스트를 졸업한 한 젊은 IT 기업인은 애플과 삼성전자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상상력을 꼽았다.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애플리케이션 소스를 공개하고 유저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거대한 프리 플랫폼을 함께 만들어 스마트폰이라는 거대한 시장 자체를 새롭게 만들었지만, 삼성전자는 애플이 선도한 시장을 최대한 빨리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가는 데까지만 미치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기업들의 다음 스테이지는 상상력이 될 것이다. 상상력은 기술이나 과학보다는 인문학과 예술, 물리학과 수학 등 기초 순수학문의 영역인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이에 부합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ICT 융복합 시대에 스마트 기기를 통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소비하고, 게임과 영화, 드라마 등과 ICT 기술의 결합이 강화되는 추세와도 맞는다. 

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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