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길을 묻다 - ‘문재인 정부 최우선 정책과제 제안: 재벌 및 복지 개혁’>
“2013년 이스라엘 재벌개혁 벤치마킹, 사회적 약자 재산권 보호 등 사회통합경제 필요”

박상인 교수는 지난 8일 더좋은미래와 더미래연구소 토론회에서 재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각한 현재 상황에서는 단순하고 불가역적인 이스라엘 방식의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재벌과 정부 주도의 경제 성장이 한계에 도달해 지주사 이하 2층 구조만 허용하는 등 단순하고 불가역적인 구조개혁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회적 약자의 재산권 보호와 공정한 시장 질서를 강화하는 사회통합경제를 실행해야 한다는 것으로, 경제력 집중 현상이 지나치게 심각해서 재벌 개혁 없이는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현재의 대기업, 정부 중심 경제 구조가 이어질 경우 전체 경제의 위기 발생 리스크가 높아져, 문재인 대통령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난 8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의견․정치행동그룹 더좋은미래와 독립민간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문재인 정부 최우선 정책과제를 제안한다’ 2차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왜 지금 재벌개혁인가? 정부 주도-재벌 중심 발전전략에서 사회통합적 시장경제로’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의 작년 성장률은 2.7%로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고 핵심제품과 기술이 없으며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기술력이 취약하다”며 이런 결론을 내놓았다.

박 교수는 현재 한국 제조업의 위기를 고부가가치화로의 산업 진화가 단절됐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진단하면서, GDP 대비 R&D 지출 세계 1위, R&D 지출액 세계 6위이지만 혁신성과가 144개국 중 24위로 낮다고 꼬집었다.

2015년 기준 정부 보유 특허 중 71.6%가 ‘장롱 특허’이며, 재벌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가 만연해 이런 기형적인 비효율성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1960년대의 산업화 초기단계에서는 정부 주도하에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비슷한 수준이었던 필리핀 대비 3배나 큰 규모의 성장을 달성한 것은 맞지만, 재벌 대기업과 정부 주도 경제 성장만으로는 과거의 높은 경제성장률, 고부가가치 중심의 선진국 경제로 진입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경제적 부가 지나치게 재벌 대기업에 집중돼 경제 생태계가 파괴됐고, 한계기업과 부실은행이 늘어나고 비정규직 증가와 소득 양극화 심화, 조세재정의 낮은 소득재분배 효과 등 부작용을 만들었다는 것.  

박 교수는 모방과 가격경쟁력에 기초한 ‘정부 주도-재벌 중심’의 추격형 발전전략이 한계에 도달했는데, 혁신형 경제의 불확실성과 정부 주도 정책이 양립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약자의 재산권이 보호되지 않아 기술 탈취가 만연하고 사실상의 전속계약으로 중간재 산업에서 경쟁과 혁신이 제거됐다”며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유관기관에 따르면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전속거래가 관행처럼 지금도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고 이 경우 해당업체는 해외업체와 거래할 수 없어서 수출 길이 막힌다”고 말했다.

이어 “원가 후려치기는 최종재를 생산하는 재벌 대기업에게는 최종재의 가격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게 하지만 결국 재벌 대기업에게도 독이 되고 있다”며 “재벌의 과도한 수직계열화와 내부거래는 혁신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고 경쟁을 제한해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벌의 경영권 세습은 오너 리스크를 강화하고 새로운 도전기업의 시장 진입과 벤처캐피털의 성장을 더 어렵게 하는 마이너스 효과가 더 크다는 주장이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의 고부가가치․혁신적 선진국 경제 진출을 위한 넥스트 패러다임으로 ‘사회통합적 경제’를 제안했다. 사회적 약자의 재산권과 시장의 공정한 경쟁이 실질적으로 보호되고, 최소한의 인격적 생활을 보장하는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확립된 경제체제다. 

이러한 ‘사회통합적 경제’에서는 정치적 민주주의의 실질적 구현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하는 체제가 만들어지면서, 파워엘리트 계층의 지대추구 행위가 억제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 교수는 “재벌 개혁과 약자의 재산권 보호를 통해 재벌대기업과 물적자본 중심의 산업구조를 기술력 있는 중소․중견기업과 인적자본 중심 산업구조로 바꿈으로써 제조업 부문에서 양질의 민간 일자리 100만개 이상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도 대기업의 70~80%로 상승해 임금 격차도 완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정부가 시장경제체제를 확립하고 관치금융과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을 폐기하면서, 국민연금의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고 기업연금 정상화 등 사회안전망과 복지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재벌 개혁을 위해서는 2013년 이스라엘에서의 사례를 예로 들었는데, 이를 벤치마킹해 구체적인 계획 및 일정에 따라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지주회사 체제를 기업집단 단위로 지정하고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출자단계를 2층 구조로 제한하되 자회사의 100% 출자회사는 허용해야 한다”며 “지주사 전환에서 자사주 배정과 사업영역 제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금융회사의 실물회사 동시 지배를 금지하고 복합금융그룹을 통합적으로 감독해야 한다”면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들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스라엘에서 도입한 MoM(Majority of Minority Rule) 규칙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MoM 규칙은 회사법을 통해 지배주주 통제에 있는 지분을 제외한 주주들의 다수결을 통해 의결해야 하는 사안들을 정리한 것으로, 박 교수는 총수일가의 이사 및 임원 임명, 이들의 보수, 계열사 간 M&A, 자사주를 제외한 내부지분률 33% 미만 기업들의 이사 3분의 1 이상에 MoM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국공립 자산 매각이나 기업 결합 심사에 경제력 집중을 고려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구조적 조치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시스템 리스크 방지를 위해 은행과 국민연금 등의 개별 기업집단과 상위 5개 기업집단에 대한 대출과 투자 비율을 제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사주 처분 시 신주발행 절차 준용, 공익법인 보유주식의 계열사 의결권 제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처벌을 받은 사람이 상장기업 경영이나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기업윤리강령 제정 등을 주장했다.

박 교수는 “내부거래를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금지를 위해 공정거래법 제23조의 2에 따른 동법 시행령 제38조를 개정해 적용대상과 위법성을 재정립해야 한다”면서 “보험업법 감독규정 별표 11을 개정해 총자산과 다른 회사의 채권 또는 주식의 소유금액을 시가로 동일하게 평가해 이종걸 의원의 법안을 사실상 입법화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그는 재벌 개혁에 대한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며, 가칭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통해 범정부적 개혁방안을 6개월 이내에 제시하고 세부적 개혁방안에 대해 내부토론과 시뮬레이션, 공개 청문회를 진행해 내년 지방선거 전에 입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개혁으로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만 민간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 향상,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고, 임금 양극화 해소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단기적 대응이고 필요한 사회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각한 현재 상황에서는 행위 규제와 행정력 동원으로는 정경유착 발생가능성만 높이고 재벌개혁을 실행할 수 없어서 단순하고 불가역적인 구조적 개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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