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어떻게 할 것인가?’>
양무진 교수 “‘4차 산업혁명 재편’ 남북 산업·업종 분담 장기 고민 반영해야”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우리나라의 저성장 고착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제경쟁력 확보와 경제 성장 보장, 평화 확대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개성공단 재개 의지를 밝히고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해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차 산업혁명으로 국내 산업이 재편되는 과정을 고려해 남북한 지역의 산업, 업종 분담에 대한 장기적 고민도 반영해야 한다는 분석도 포함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12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가 함께 진행한 ‘개성공단,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개성공단 재개와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양무진 교수는 ‘개성공단 재개의 단계적 접근 방안’ 발표를 통해 새 정부의 정책 추진동력을 위해서는 허니문 기간(D+100일) 안에 주요정책을 드라이브해야 하는데, 개성공단 재개 문제는 내년 6월 지방·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북핵 연계 논리 속에 표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성공단 재개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1단계는 올해 8~12월로 재가동 여건 및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개성공단 재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고, 주간 시간대에 방북해 복귀하는 기반시설 점검을 추진해야 한다는 계획이다.

2단계는 오는 2018년 1~12월로 당국간 대화와 초보적인 재가동 추진으로 이어져, 기반시설에 대한 실질적 검점과 복구를 추진하고 생산활동이 가능한 기업부터 재가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3단계는 오는 2019년부터로 전면 재가동과 확대 발전 추진이다. 개성공단 중단 이전 수준으로 완전하게 복구하고, 개성공단 발전 2단계 계획을 시행하며 비핵화 회담 등 조치와 연계해 확대 발전을 추진하면서 국제규범에 부합한 제도 개선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2013년의 개성공단 잠정중단은 전력 투입 상태로 진행돼 4개월 후 재가동됐지만, 작년 개성공단 전원철수는 전력 차단 상태로 진행돼 재개까지 보다 긴 시간이 걸리고 기계설비의 대규모 개선 및 폐기 비용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작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결산에 따르면 매출 감소, 부채 증가, 영업이익율 하락 등 신용도 하락, 금융기관의 자금 회수 압박, 이율 상승 등 위기에 직면했으며, 생존을 위해 기존 개성공단 공간을 활용한 조속한 재생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것.

또한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개성공단 운영이 남북관계에 끼친 가장 큰 영향에 대해 ‘북한 개방화(시장화) 유도’ 43.7%,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 26.0%로 긍정적 시각이 많은데,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스마트형 공장 도입 등 국내 산업 재편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의 사업 기반 상실 가능성에 대한 대안으로 개성공단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도입된 스마트 공장은 투자비용과 도입 기술 수준이 상당히 높아 대기업에서만 추진할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가격 및 품질, 마케팅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이 과정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문제는 대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고용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 대기업 부가 전체 국민의 소득 증대로 이어져 내수경제를 탄탄히 하는 선순환 경제 생태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인데, 양 교수는 남한과 북한 개성공단 지역에서의 산업·업종 분담 등 장기적인 산업구조 개편 과정에서의 고민을 개성공단 재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양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UN 제재 국면 하에서도 시장을 활용한 평화통일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북한의 시장 확산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남북 경협 추진, △시장을 기초로 남북경제통합을 발전시키는 경제통일 우선 추진, △시장통합 바탕으로 생활공동체도 형성해 통일 기반을 구축 등이라고 전했다.

국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원리에 의해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체제 변화 수단으로서 시장을 활용하고 국가 수준의 통합 과정에서 시장의 역할을 중시하며 민간을 활용해 시장을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기 때문에 ‘공간 조성-거래 활동-주변 촉진’ 등 전 과정을 새 정부 집권기간 동안 회복하는 게 가장 좋을 것으로 제안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 때에는 집권 후반기에 남북 정상회담과 10·4 선언을 추진해 그 내용이 무력화되고 실효성을 상실해, 이후 9년 동안 남북 경협 중단과 군사적 긴장 고조라는 늪에 빠져버린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 개성공단 재개, ‘북한 핵무기 실험‧미사일 발사’ 국제사회 제재 위반 가능성 없나

지난달 경기도 포천시의 개성공단 입주기업 한식품을 찾아가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왼쪽)의 모습

북한은 체제 방어를 이유로 핵무기 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지속해왔으며 북한주민 인권 탄압 등으로 UN 등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개성공단 재개와 남북 경협 확대에는 남한과 북한의 휴전 상태라는 특수성 외에도 국제사회의 제재조치라는 행정‧법률‧외교적 주의사항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폭넓은 공감대 위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 남북 경협을 통한 경제적 이득 획득과 민주적 자본주의 시스템의 동북아시아 확대, 한반도 및 세계 평화 증대를 추진해야 하는 것. 

유욱, 김세진 법무법인태평양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에 대한 법적 검토’ 발표를 통해 이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내놓았다. 

UN과 미국 등이 북한의 핵무기 실험 및 미사일 발사, 인권 탄압 등 문제로 다양한 경제 제재에 대한 법률적 조치를 취하고 이행하고 있는 문제와 관련해, 접촉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성공단은 무기 제조 등과 관련이 없어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등에 따른 대북 제재의 국제법적 근거는 UN안보리 결의와 미국의 국내 입법인데, UN안보리 결의의 경우 가장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조항이 북한 지역 내 남한의 상업은행 개설 또는 북한과의 교역을 위해 금융 지원을 금지하는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북한과의 교역을 위해 금융 지원을 금지하는 조항은 개성공단 재개시 남북경협보험의 운영이 어려워지는 현실적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UN결의 제2321호 제47조 및 제48조의 한반도 평화 정착과 경제협력을 위한 것임을 강조해 제재위원회의 개별 승인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독자적 제재의 경우 부시, 오바마 행정부를 거치면서 발령된 행정명령과 행정규칙, 최근 제정된 2016 대북제재법 등을 기초로 상당히 구체적이지만, 미국의 대북 제재 관련 법제는 미국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 한정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개성공단 재개의 장애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개성공단의 온전한 재개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제재 프레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국과 UN안보리에 개성공단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경제협력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개성공단 재개에 필요한 금융 지원 또는 은행 개설 등 준비를 위한 UN안보리 제재위원회 승인 추진 등 다각도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경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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