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기후변화포럼, '기후기술과 4차 산업혁명' 정책 심포지엄 개최

‘국내외 기후기술의 동향과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황진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일요경제=심아란 기자] '기후기술과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를 촉발한 게 산업혁명인데 기후기술의 미래를 4차 산업혁명에서 찾는다는 게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다. 국회기후변화포럼은 기후변화대응이 전 세계에서 중요한 의제로 다뤄지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얼마만큼 준비돼 있는지 점검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할 것을 선언했다. 그러나 릭 페리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은 차세대 기후기술인 태양광, 풍력, 원자력 등을 개발하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것만 봐도 기후변화대응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주요 현안임을 알 수 있다.

14일 국회기후변화포럼은 ‘기후기술과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한정애(더민주·서울 강서구병)·홍일표(자유한국당·인천 남구갑)·이정미(정의당·비례대표)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황진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이 ‘국내외 기후기술의 동향과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대.

2015년에 모든 주요국이 참가해 파리협정을 체결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11월 파리협정이 발효됐으며 온실가스 감축이 글로벌 공통 현안으로 대두됐다. 참여국은 향후 5년 단위로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로 합의했다. 파리협정에는 ‘후퇴’가 없고 향후 감축압박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다. 후보시절부터 못마땅해 하던 파리기후협약을 끝내 탈퇴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여기에 영국의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연합(EU) 자체에서 기후 변화 대응이 약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짙다.

한국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국내에서는 원전 증설을 반대하는 여론에 원전 수용성이 저하되고 있다. 이 외에도 송전탑 갈등 및 미세먼지 악화로 국민의 수용성도 떨어진 상태이다.

파리협정의 발효,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뉴노멀 시대’에 국민 수용성의 저하까지. 기후와 에너지 기술 시장에서 보면 우리가 엄청난 위기에 처해 있는 것 같지만 황 원장은 위기가 곧 기회라고 주장한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는 미래 사회 판도를 뒤바꿀 3대 게임 체인저로 ‘새로운 에너지 확산의 가속화’ ‘운송수단 혁명’ ‘에너지시스템 분산화’를 꼽았다.

이에 황 원장은 "에너지시스템 전환이 가속화 되는 것과 청정에너지 투자가 확대되는 것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15년간 청정에너지 투자 규모는 37.9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황 원장은 “그동안 석유, 석탄, 가스, 우라늄 등의 전통자원을 보유한 나라들이 에너지 시장을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보유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의 보유 여부가 에너지 안보의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즉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누가' 갖고 있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다만 황 원장은 "기술력만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술 혁신과 함께 사업화 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 해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모든 것을 종합해서 볼 것을 주문했다.

■ 해결방안-현실적 옵션과 새로운 옵션:  ‘신재생에너지’ ‘고효율’ ‘미세먼지 저감’ 그리고 4차 산업혁명

황 원장은 현실적인 옵션으로 ‘신재생에너지’ ‘효율향상’ ‘미세먼지 저감’ 세 가지를 제시했다.

황 원장은 “글로벌 에너지원별 전력생산량을 보면 전체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 생산량 비율이 23.7%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6.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0% 달성을 위해 매년 10조원 투자가 예상된다”며 “우리 제품의 보급 확대와 예산절감을 위해 발전단가 저감 R&D 및 핵심부품 국산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수송과 건물에서 효율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송 부문에서는 전기차를 활성화하는 것을 제안했다. 전기볼트(EV)를 더 많이 보급하고 충전인프라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황 원장은 이를 통해 고효율, 주행거리 향상, 저가격화, 충전시간 단축 등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황 원장은 건물은 ‘제로에너지빌딩’으로 만들어 고효율 단열재, 창호 등 건물 외피 기술을 확보하고 ICBM(IoT-Cloud-Big data-Mobile) 기반의 에너지정보 네트워크 관리시스템을 통해 기술경쟁력을 제고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황 원장은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것 역시 에너지 개발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현재 국내에서 발생하는 30~60% 미세먼지에 대해 (정부당국이) 너무 모른 채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대기환경 시뮬레이션, 기술혁신, 예·경보체계, 외교협력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미세먼지 저감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 원장은 새로운 옵션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후기술의 미래가 있다고 주장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연결과 수집, 분석과 예측, 가시화 및 피드백을 통한 ‘최적화’가 핵심 기술이다. 이를 토대로 ‘기존 산업’에서 효율의 극대화를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황 원장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운영 시스템을 최적화하면 에너지 소비가 큰 산업에서 에너지 소비량을 최소 5%에서 최대 30%까지 절감이 가능하다”면서 “생산품 자체를 개선하는 것보다 운영체계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원장에 따르면 제작품 개발을 통한 발전 효율개선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에 비해 효율 개선 정도는 0.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반면 운영 최적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은 단기간에 가능하며 비용도 절감하고 효율 개선은 0.1% 이상 낼 수 있다.

공정에서는 가상과 물리가 결합되면서 소프트웨어(SW) 서비스 및 무인화로 제조업이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실제로 독일 아디다스(ADIDAS)의 신발 공장에서는 600명 생산라인을 로봇을 활용해 10명 수준으로 대체했다. 이에 중국·베트남 현지 공장이 23년 만에 독일로 돌아왔다.

이와 함께 황 원장은 "서비스 산업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ICT 융합을 통해 에너지 산업이 정보 중심의 개방·참여 생태계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전기·정보의 양방향 교류를 통해 에너지 기기 간 통합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단계별 참여가 제한된 독점 시장에서 민간시장과 비즈니스모델(BM)이 융합된 인간과 소비자 중심의 개방 생태계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

황 원장은 이를 활용하면 에너지수요관리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스타트업 참여를 유도하고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양방향 에너지 거래가 가능한 ‘에너지 프로슈머’가 새롭게 떠올랐다. 이는 에너지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개인 등이 생산한 소규모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전력 시장을 말한다. 실제로 아파트 단지나 대학 빌딩, 산업단지에서 태양광 설비 등을 통해 소비 전력을 직접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다.

‘루트에너지’는 재생에너지와 핀테크(금융+IT기술)가 결합된 솔루션으로 누구나 쉽게 재생에너지의 주인이 되는 미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태양광을 공유하는 P2P 에너지 공유 플랫폼 ‘퍼즐(puzl)’을 통해 에너지 프로슈머 기업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호스트와 투자자를 중계하는 브릿지(Bridge) 산업 등 기후기술이 서비스 산업과 접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황 원장은 현재 통신사부터 ICT기업, 제조업까지도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등 다양한 융합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면서 ‘융합 비즈니스 모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 산업은 밸류 체인(Value chain)에 걸쳐 새로운 융합 BM을 형성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누가 사업모델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기후변화포럼 제공.

황 원장의 발제가 끝난 뒤 패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는 권원태 기후변화정책연구소 소장, 김동우 한양대 교수, 최낙훈 SK텔레콤 IoT전략본부장, 전재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윤억 미래창조과학부 기후기술협력팀장이 함께 했다.

권원태 소장은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대응 정책이 핵심”이라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과 온난화로 인해 예상되는 영향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적응, 과학 분야의 기후기술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기술은 융복합과학기술로,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기반으로 미래 기후를 전망하고 영향과 취약성을 평가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적응이 필요하다”면서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화, 온실가스 흡수·저장 기술의 획기적 발전과 더불어 사회경제 분야의 개혁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은 사회를 효율화시키는 것으로, 기후자료는 다른 기술과 융복합해 미래를 예측하고 이를 통해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소장은 이를 바탕으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동우 교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가상 물리 환경 정책 도구의 설계와 개발이 필요하다"면서 "효율적인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을 찾는 작업도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누구나 쉽게 만들고 설치할 수 있는 센서 및 통신 부품들이 저비용으로 판매될 것이며 이를 통해 기후기술의 ‘근린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김 교수는 “전에는 기상청이나 환경부에서만 측정하는 데이터였으나 이제는 일반 가정이나 직장에서 기후나 미세먼지량을 측정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네트워킹한다면 순식간에 전 국토를 커버하는 기상네트워크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는 곧 체감형 ‘근린’ 데이터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수많은 데이터의 질적 다양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비용 센서의 대중적인 설치에 관심을 두고 서로 다른 품질의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할지 연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도 종류가 무척 다양하므로 어떤 신재생에너지에 우선적으로 투자할지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낙훈 본부장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분산발전원에 해당하는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 저장 시스템) 활성화 정책을 제언했다.

최 본부장에 따르면 현재는 일반용·산업용 ESS 특별요금제만 존재하므로 향후 가정용 ESS 도입 촉진을 위한 특별 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본부장은 이를 도입하면 국가적으로는 탄소배출을 저감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전력 사용 비용을 절감하고 융합모델에 따른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소규모전력거래 및 신재생에너지 중개 관련 제도화 ▲에너지와 이종 서비스 간 융합모델 지원 정책 ▲스마트시티 내 에너지 및 환경 통합관리 정책 ▲에너지 사용하는 시설물 대상 에너지를 수집할 수 있는 Connectivity(연결성) 권고 정책 등을 제안했다.

전재완 연구위원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환경·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에너지의 생산, 유통, 이용과정에서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라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빨리 진입하려면 무엇보다도 규제를 포함한 법제도의 정리·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최윤억 팀장은 “기후기술 분류체계를 정립하고 이와 관련한 논의 기구 및 체계를 정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후기술과 관련된 법령을 정비하고 기후변화 적응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및 기초연구 장려 정책의 강화도 꾀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 팀장은 기후기술 관련한 예산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재정당국과 국회에 기후기술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주고 지원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4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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