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작년부터 대웅제약 ‘나보타’ 일부 염기서열 정보가 자사 제품과 동일 문제 제기
“미국 소송, ‘과학적 데이터 바탕’ 법적 판단 받고자 한 것으로 보여”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국내 바이오의약품 제조업체인 메디톡스는 미국에서 보톡스 균주 도용 의혹과 관련해 대웅제약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5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법원에서 대웅제약,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알페온, 대웅제약 직원 A씨, 메디톡스 전 직원 B씨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미용성형 시술용 바이오의약품인 ‘보톡스’의 주성분인 보툴리눔 균주를 도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보톡스 주사는 보툴리눔균에 의해 만들어지는 신경독소가 주성분이라는 것. 

특히 메디톡스는 자사의 전 직원 B 씨가 평소 친분이 있던 대웅제약 직원 A 씨에게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정보와 의약품 제조 공정 등을 전달하고 12만달러(한화 약 1억 3000만원)와 퇴사 후 미국 소재 대학에서의 유급직 박사후과정 보장을 받았다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웅제약 등 피고소인이 가져간 보툴리눔 톡신 균주로 침해된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반환받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메디톡스는 작년부터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인 ‘나보타’의 일부 염기서열 정부가 자사 제품과 같다는 이유로 기술 도용 의혹을 제기해왔는데, 대웅제약은 미국 파트너사인 알페온을 통해 ‘나보타’의 미국 식품의약국 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15일 하나금융투자 선민정 연구원은 “메디톡스는 균주 출처 관련 이슈를 작년부터 제기하며 논란을 불러왔고 이번 소송은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은 단순한 논란거리가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법적 판단을 받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 연구원은 “메디톡스는 전체 염기서열 등 유전정보를 공개하면서 대웅제약 나보타 균주에 대해서도 염기서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며 “염기서열이 동일하다면 과학적으로 두 개의 균주는 같다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됐으며, 나보타가 미국 시장을 타겟으로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것도 미국 소송을 제기한 이유로 사료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펀더멘탈이 더 확고한 회사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한편 <일요경제>는 15일 대웅제약 측의 입장 등을 직접 듣기 위해 여러 번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기가 꺼져 있어서 통화를 할 수 없었다.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 측이 국내 의혹 제기에 이어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을 납득할 수 없으며, 소장의 내용을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마무리한 후 메디톡스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