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박대영 삼성重 사장 구속" 촉구....민변과 함께 '법률지원단' 출범

경남 거제경찰서 이재길 수사과장이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일요경제=심아란 기자] 지난달 1일 31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관계자 6명 중 1명이 20일 구속된 가운데 노동계는 삼성중공업에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사고 당일 골리앗 크레인 신호수로 일한 이 모(47) 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이날 저녁 발부했다.

이 씨는 당시 작업 중이던 타워 크레인의 붐대(지지대)가 올려져있는데도 골리앗 크레인을 주행하게 해 충돌 사고를 유발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를 받았다.

법원은 이 씨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나머지 사고 관계자 5명에 대해서는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나머지 5명은 거제 조선소장, 안전담당 부장, 현장 안전 관리자, 콜리앗 크레인 기사, 타워크레인 기사 등으로 타워 크레인 기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삼성중공업 소속 직원이다.

이들은 안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현장 주변 확인 작업 등을 소홀히 해 사고를 막지 못한 혐의를 받았다. 현재까지 5명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노동계는 ‘위험의 외주화’를 이유로 삼성중공업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사고 관련자 대부분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노동계는 삼성중공업에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같은 날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해 크레인 사고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에 대해 구속을 촉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공대위는 크레인 충돌 사고로 다친 노동자들을 지원할 법률지원단의 출범 소식도 함께 전했다.

법률지원단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경남지부가 참여하며 피해노동자와 사고 부상자 25명에게 각종 법률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현재 사고 책임자 혐의를 받고 있는 크레인 기사와 신호수들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이 원한다면 민·형사상 법률 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법률지원단은 "형사상 가해자로 지목됐지만 이들 역시 업무 지시를 받는 입장이었다는 점에서 피해자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률지원단은 사고 이후 작업 중지 기간 동안 일을 못한 노동자 모두에게 휴업수당이 제대로 지급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당시 크레인 사고로 고용노동부는 삼성중공업에 14일 정도 ‘작업중지명령’을 내린 바 있다. 휴업상태였던 만큼 노동자들한테 '휴업수당'을 지급하는 게 마땅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공대위와 법률지원단은 사고 위험을 초래한 원청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제정 활동도 예고했다.

한편 앞서 지난달 1일 오후 2시 50분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야드 내 7안벽에서 8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32t급 타워 크레인이 충돌해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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