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홀딩스 이달 말 상장, 제일홀딩스 2‧3대 주주의 최대주주는 김홍국 회장 아들
하림그룹 “법 테두리 안에서 투명하게 증여세 내며 진행, 편법 증여 아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후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가 논의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하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공정한 경쟁과 사업 기회를 빼앗는 등 국가경제 성장과 분배를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팬오션과 파이시티 등을 인수하며 자산 10조원대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한 하림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하림그룹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투명하게 증여세를 내며 진행해 편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25세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준 하림이 새로운 논란에 휩싸여 일감몰아주기 규제 필요성을 다시 느끼게 하고 있다”고 언급한 이후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슈로 부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의하면 하림그룹은 이달 말 코스닥시장에 상장되는 지주사 제일홀딩스로 인해, 김홍국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 씨에 대한 옥상옥 회사인 올품의 지분 증여가 논란이 되고 있다. 김준영 씨는 만 25세로 아직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홀딩스의 작년 매출은 6조 1964억원, 영업이익 4507억원으로, 시장에서는 이번 상장을 통해 46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조달하면서 시가총액 1조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림그룹은 제1지주사인 제일홀딩스와 제2지주사인 하림홀딩스로 이뤄진 지배구조인데, 제일홀딩스는 하림(47.92%)과 하림홀딩스(68.09%), 팬오션(50.9%), 제일사료(100%), 팜스코(56.34%), 선진(50%)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림홀딩스는 NS쇼핑 지분 40.71%를 갖고 있다.

제1지주사인 제일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41.78%를 보유한 김홍국 회장이지만, 논란은 제일홀딩스의 2대 주주인 한국썸벧(37.14%)와 3대 주주인 올품(7.46%)에서 시작됐다.

제일홀딩스의 3대 주주인 올품은 2대 주주인 한국썸벧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올품의 지분은 김준영 씨가 100% 보유하고 있다. 결국 김준영 씨는 올품을 통해 제일홀딩스 지분 44.6%를 보유한 셈으로, 아버지인 김홍국 회장보다 2.82%p 더 많다. 

소위 ‘옥상옥’이라 불리는 지주사의 지배회사를 통해 김준영 씨가 하림그룹 전체의 최대주주가 되는 셈이다.

김홍국 회장은 2012년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비상장 계열사 올품의 지분을 모두 아들 김준영 씨에게 증여했는데, 약 100억원의 증여세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준영 씨가 최대주주인 올품은 이 증여세를 납부하기 위해 올품 자산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차입해 5년 분납으로 납부하고, 이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매출 확대와 유상감자 방식을 활용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올품은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한 동물의약품 생산업체인 한국썸벧에서 납품받은 제품을 하림그룹 계열사에 독점 판매하는 사업을 해왔는데, 2012년 861억원이던 매출이 지분 증여 후인 2013년 3464억원으로 증가했다. 이후 올품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작년 416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아울러 올품은 지분 30% 규모인 6만 2500주에 대해 유상감자를 실시해 그 대가로 김준영 씨에게 약 10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감자는 주식수를 줄인 후 주주들에게 감소한 주식수만큼 현금 보상을 해주는 제도로, 초과자본이 있거나 대주주 등의 자금 필요성이 있을 때 실시한다.

이에 대해 하림그룹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올품의 증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투명하게 증여세를 내면서 진행했다”며 “편법적인 증여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김홍국 회장은 지난 1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대기업 반열에 들어서면서 여러 가지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증여 당시 기업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적법하게 납부했는데 현재 자산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적게 냈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올품의 유상감자에 대해서는 유상감자를 한 만큼 주식이 줄어들어 증여자산이 감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가 대신 증여세를 냈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는 표현이며, 올품의 매출 증가에 대해서는 올품과 한국썸벧판매의 합병으로 한국썸벧판매 매출이 더해지면서 생긴 오해라고 전했다.
 
아울러 2세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카길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이어가기 위해 아들이 회사를 물려받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20년 안에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생각이 없고 아들에게 경영능력이 없다면 전문경영인을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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