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관민펀드‧정책투자은행-美 베인캐피털-SK하이닉스 인수금액, 20조4500억
“일본 지분 50% 넘어 경영권 유지, SK하이닉스는 사업제휴 가능해 향후 유리”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 컨소시엄이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 매각전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의하면 도시바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통해 SK하이닉스와 일본 정부 후원 관·민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 일본 정책투자은행,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털 등이 포함된 한미일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한미일 컨소시엄의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금액은 약 2조엔(20조4500억 원)으로, 도시바는 이달 28일 주주총회 때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3월 말까지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 이세철 연구원에 따르면 한미일 컨소시엄은 SPC를 설립해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문 지분을 인수하지만 경영권을 도시바에 남기는 MBO(Management Buy Out) 방식으로 인수한다. 

SK하이닉스는 출자가 아니라 융자방식으로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 인수에 참여하는데, SK하이닉스의 참여 투자액은 약 3조700억 원이다. 

이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NAND 사업 경쟁력이 도시바 인수 참여를 통해 강화될 전망”이라며 “단기적으로 도시바의 생산시설 및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향후 양사의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NAND 시장 경쟁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매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봤다. 웨스턴디지털과 도시바의 법적 공방이 생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 매각 장기화는 도시바의 투자 확대 지연으로 공급이 부족해져 삼성전자 등 다른 회사에는 긍정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반도체 벨류체인은 SK하이닉스의 NAND 경쟁력 강화로 중장기 수혜가 예상되지만 단기적으로는 SK하이닉스의 추가 투자 불확실성으로 주가 조정 가능성이 있다”며 “NAND 역량 강화로 SK하이닉스의 투자 확대가 예상되며, 도시바 인수 후에도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는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래에셋대우 도현우 연구원은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 현황은 NAND 생산가능량 기준 세계 2위로 양호하다”며 “NAND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3D NAND 기술을 최초로 개발해 모기업과 달리 이익률이 좋다”고 말했다.

도 연구원은 “컨소시엄 내 지분율로 봤을 때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도시바가 인수대금을 더 높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브로드컴 대신 한미일 컨소시엄을 선정한 이유도 자국 내 자금 유치를 통해 경영권을 자국 단체에 두겠다는 목적이 가장 크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여러 가지 사업 제휴를 추진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대비 23% 늘어난 3조400억 원,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59% 증가한 11조76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최근 메모리 수급 수요가 아주 좋지는 않지만 메모리 업체들의 제한적인 투자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DRAM 수요는 PC와 모바일에서 부진하지만 서버 수요의 경우 머신러닝, 클라우드 등에서 양호하다는 것. 

NAND의 경우 DRAM과 달리 전원이 꺼져 있어도 데이터를 기억해 스마트폰 등에 많이 사용되는데, 모바일 수요는 평이하지만 서버용 SSD 수요가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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