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

[일요경제=소정현 칼럼니스트]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지난 16일 워싱턴 발언에 대해 일부 보수언론과 야당의 공세에 청와대와 여당이 설전이 접입가경이다.

문 특보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동아시아재단-우드로윌슨센터 공동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한다면, 한미 합동군사훈련 축소를 미국과 상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문 특보는 기자간담회에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민생에 손해를 끼친다면 대통령으로서 사드 배치를 재검토 수순을 검토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 “사드 배치 문제로 한·미 동맹이 깨진다면 그건 동맹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야당의 반발이 어떤 의도에서든 예상외로 거세다.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0일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이간질에 가까운 균열이자 자해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맹비판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불안하고도 두려운 안보관이 현실화돼 북한 김정은의 웃음소리가 서울까지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특보와 같이 동행했던 정의당 김종대 의원의 시각은 정반대로 매우 상이하다. “북한의 핵 동결을 전제로 미국과 협의하여 한미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를 축소할 수 있다는 완곡어법. 그것도 ‘정부 입장이 아니라 학자로서의 개인 의견'이라는 문 특보의 말을 가지고 ‘한미동맹에 균열을 초래한다’는 무지몽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통렬하게 비판을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온당하고 합리적 처사일까? 북핵은 민감한 글로벌 이슈이고 한국 또한 북핵 위험의 직접적 제1차 대상이라는 점에서 그 중대성을 어느 누가 모를 것인가?

문 특보의 최근 워싱턴 발언에 대해 한미정상회담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 는 ‘한마디로 과잉반응’이다. 특히 외교에 실패하고 북핵과 미사일 위협을 증가시켜온 전임 정부의 책임자와 자유한국당이 이를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주권국가의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가 국익의 관점에서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지렛대가 될 수 있을지언정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조만간 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무대인 한미정상회담에서 예측불허 트럼프와 첫 상대를 하는 만큼, 우리의 협상 조율 의제 중의 하나가 돌출된 것 같은 모양새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이 물론 혈맹이라고는 하지만 상호간 무조건적 일치를 볼 수 없다. 미국 내부의 속사정 못지않게 대한한국의 민의 또한 그리 간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의견과 논점이 일원화 과정을 향하면서 매듭짓는 것이지, 처음부터 명쾌한 결론을 신속하게 도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협상은 일방적인 게 아니라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은 철칙 중의 철칙이요, 기초중의 기초이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강행해서도 안 되지만 사전 협의 없이 우리 독자적으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 특보의 발언의 핵심이자 요체는 사드배치를 불러온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의 강경제재 일변도의 실패한 전략에서 벗어나 대화를 통한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의 토대 하에 전략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씨가 숨지는 악재가 터진 것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강공대북 정책을 가속화 할 수 있다. 북한은 한미 동맹 와해를 주요 목표로 삼고 있고, 중국 역시 두 나라의 균열을 반길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일단 대내외적으로 북한 문제에서 두 정상이 일치된 결정을 하는 것은 여러모로 매우 사려 깊다 하겠다.

소정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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