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지원 협의 과정 등을 증언하기 위해 2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일요경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회장은 22일 오전 9시 53분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417호 대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재판에서 지난해 2월 16일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40분간 비공개 면담한 내용을 증언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당시 미르·K재단 출연금액을 확인받았으며, 시각장애인 지원사업에 도움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또 동생 최재원 부회장의 가석방을 부탁했으나, 박 전 대통령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

증언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 면담 자리에는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이 배석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SK는 미르·K재단에 얼마를 출연했지요?"라고 물었고, 이에 안 전 수석이 "111억원을 출연했다"고 답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최 회장에게 "SK그룹이 미르·K재단에 출연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가이드러너' 사업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는 게 최 회장의 증언이다. 박 전 대통령도 검찰 조사에서 이런 내용을 진술했다.   

최 회장은 검찰이 "대통령 면담 후 이형희(당시 SK텔레콤 부사장)와 통화하면서 '가이드러너인지 러너가이드인지 들어본 적 있느냐'고 물어본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최 회장은 최순실씨 측 이경재 변호사가 "정치권과 결탁하거나 공무원에게 뇌물을 줘서 경영 현안을 해결하는 건 애초 증인의 경영방법에 없지 않으냐"고 묻자 "저는 그런 생각을 갖고 살진 않았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대통령 면담 중 최재원의 석방 문제를 함부로 꺼내는 게 조금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서 인사 나누는 과정에 자연스럽고 완곡하게 얘길 꺼낸 것이냐"고 검찰이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아울러 2015년 말 불거진 혼외자 문제로 인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는 게 중요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최재원 부회장의 석방 문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더는 그 문제를 언급하지 못했다"고 최 회장은 설명했다.

최 회장은 또 당시 독대에서 워커힐 호텔의 면세점 사업권, CJ 헬로비전 인수·합병 문제 등도 건의했다고 인정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최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 회장의 사면이 결정되기 전 박 전 대통령에게 최 회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서신을 보낸 사실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