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모바일 플랫폼 성공전략은>
고정현 우리은행 본부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뱅킹 서비스이지 은행은 아니다”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더 이상 자신들은 금융회사가 아닌 'IT 회사'라고 선언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인공지능 회사를 인수하면서 전체 직원 3만명 중 3분의 1을 IT 인력 체제로 전환했다. 세계적인 금융회사의 이 같은 변화는 금융과 IT의 융합이 금융권에서 대세가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최근 한국 금융계에서도 모바일이 주된 금융거래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은행들이 앞 다퉈 모바일 뱅킹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은행 거래의 90% 이상이 모바일이나 인터넷 등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생활 밀착형 애플리케이션을 접목한 모바일 금융 플랫폼, 수수료 없이 환전할 수 있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 등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핀테크 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한국을 앞서가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 정부가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에만 집중한 나머지 금융과 산업을 넘나드는 4차 산업시대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것. 때문에 금융계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22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아시아투데이 주최로 ‘금융권 모바일 플랫폼 성공전략은’ 핀테크 포럼이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는 박용진 의원을 비롯해 KB금융지주, 하나금융그룹, 신한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 은행권 관계자들, 스타트업 미디어 대표 등이 참석해 디지털금융 전략과 방향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환영사에서 박 의원은 “시중은행들이 단순히 국내시장 밥그릇을 인터넷전문은행에 뺏기지 않으려는 제한된 목적에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춘 금융 강국으로 가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취약계층에 어떠한 배려를 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며 “고연령층 포함한 취약계층에 어떤 배려를 할지, 기술발전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금융권 노동자들을 어떻게 배려하고 함께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길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박세춘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축사에서 “4월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조만간 시작하게 되면 은행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은행들도 모바일 플랫폼을 강화하고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혁신 중에 있다”며  “은행과 핀테크 산업이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핀테크 발전에 수반되는 잠재적 리크스에 대한 인식과 대응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뱅킹 서비스지 은행이 아니다”...금융 거래 92%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져

토론에 앞서 모바일 금융 플랫폼 우수사례로 우리은행의 위비 플랫폼 사례분석 발표가 진행됐다.

고정현 우리은행 플랫폼사업부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은행이 직면한 환경 변화를 설명하고, 위비 플랫폼 사례를 발표했다. 고 본부장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말을 인용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뱅킹 서비스이지 은행은 아니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상당히 파괴적인 핀테크 기업들이 은행 업무에 진출하고 있고, 은행은 규제산업인데 많은 규제가 풀어지면서 업장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며 “또 내점고객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고, NIM(순이자마진)이 2005년도에 비해 반토막이 나있는 시점이다”고 설명했다.

고 본부장은 핀테크 업체들이 공격적인으로 금융 산업에 뛰어들면서 은행은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외환관리법상 은행만 운영하고 있던 해외 송금 서비스에 핀테크 업체가 뛰어들었고 P2P 대출, 송금, 페이 모든 시장에 핀테크 업체가 진출했다. 오는 7월부터는 해외송금도 가능하게 된다.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에 은행의 수익은 60%가 감소할 것이라 전망했다. 페이먼트 시장, 중소여신, WM, 모기지 등 다방면에 걸쳐 핀테크 업체가 진출하면서 은행의 수익을 감소시킨다는 분석이다.

실제 우리은행이 3개월 간 방문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영업점을 찾은 고객은 7.6%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비대면 채널을 이용한 거래는 하루 9400만 건으로 41조 9000만원에 달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우리은행 창구에서 이뤄진 대면 금융 거래는 7%였다. 반면 자동화기기(32.7%), 텔레뱅킹(4.2%), 모바일뱅킹(29.2%), 인터넷 뱅킹(26.9%) 등 비대면 채널로 이뤄진 금융 거래는 총 93%에 육박했다.

작년 12월과 올해 5월을 비교해도 현격한 차이가 났다. 비대면 채널을 이용한 우리은행 이용객은 불과 5개월 새 1.2%가 감소했다.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인터넷뱅킹 이용률을 앞질러 자동화기기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NIM과 점포수 차이로 확인한 은행산업은 점점 퇴로를 걷고 있었다. NIM은 2005년 2.81에 비해 작년 1.4로 반절로 줄었으며, 국내은행 점포 수는 2012년 7698개로 정점을 찍었다 2016년 7103개로 상당히 많이 줄었다. 고 본부장은 “영국 같은 데는 은행 점포가 하루에 하나씩 줄고 있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3일에 하나 꼴로 은행 점포가 폐쇄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는 금융 서비스...비트코인·블록체인도 송금 분야 진출

고정현 우리은행 플랫폼사업부 본부장.

4차 산업혁명 열풍이 불어 닥치면서 은행도 예외 없이 변화를 직면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위비뱅크를 탄생시키고 21세기 이전과는 명확한 선을 그었다. 이전에는 오프라인 상품을 온라인화 시키는 방식이었다면 위비뱅크는 모바일에만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었다는데 의의가 있다는 것.

고 본부장은 “4차 산업시대 은행은 24시간 대출 서비스를 시작”한 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많은 은행의 지점과 직원의 감소가 예상되는데 로봇이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과거에는 재무정보에 의존해 후행 지표를 통해 신용, 대출 등을 평가했다면 앞으로는 물건을 구입하거나, 채팅, 방문 기록 등 빅데이터를 통해 심사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트코인, 블록체인 등 공개장부와 관련해서도 송금 분야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중국 최대 핀테크 업체 알리바바는 과거 오픈 마켓만 운영하다 중국에 있는 은행들과 정보를 공유한 후 직접 핀테크 산업에 뛰어들었다. 알리바바는 개미론으로 불리는 알리 파이낸스를 시작해 잔액 40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MMF는 약 200조 정도를 팔고 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이었던 아마존도 소액대출을 시작했다.

고 본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네이버는 네이버페이를 시작하고 있다”며 “그중 네이버페이가 시장의 큰 블랙홀로 다가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핀테크 업체가 전부 은행 산업에 뛰어들고 있고,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는 두 달만에 고객 33만명을 모으고 여신 1조를 기록했다”며 “카카오뱅크도 7월 출범이 예정돼 있고, 제3호 인터넷전문은행도 출범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4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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