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정지에 들어간 고리원전 1호기 모습.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부산광역시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원전이 안전하지 않으며, 큰 인명 피해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2~3차 악영향 가능성을 우려했다. 원전을 운영하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를 복구하는 데 드는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경제적이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진행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원전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며, 수명 연장 가동 중인 월성 1호기의 폐쇄와 신고리 5‧6호기 등 사회적 합의를 빠른 시일 안에 도출해 탈핵시대 진입과 원전 폐로사업 육성 등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로드맵 수립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탈핵시대 선언은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이상적이다. 원자력 에너지는 발전으로도 사용되지만 원자폭탄 등 무기로도 사용되는데, 그 가공할 만한 피해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아비규환의 지상 지옥이 만들어졌음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는 방사능 노출로 신체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현재 지구가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병들어가고 있고, 원자폭탄을 사용한 3차 세계대전의 가능성은 태양이 수명을 다해 폭발하기 전 거의 유일한 인류 멸종 가능성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 에너지는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고 해도 분명히 위험한 요소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핵시대에 대한 단기 미래 우려가 나오는 것은 비용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kWh당 전력생산 단가는 원전 68원, 석탄화력 73.8원, LNG 발전 101.2원, 신재생에너지 156.5원이다. 원전이 저렴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가능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현재 존재하고 있는 것이며, 리스크 때문에 탈핵시대에 대한 논의 및 계획이 진행 중인 것이다. 

관건은 현재의 산업 및 도시생활을 유지하면서 원전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을 인류가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느냐에 있다. 그리고 대체에너지 기술의 발전 속도에 따른 단계적 계획 수립에 있을 것이다. 100% 태양열 및 풍력, 지열,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 기술과 기술비용을 고려할 때 이는 당장 실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만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우주공간에 태양열 집열판을 만들고, 저렴한 비용의 수소 에너지 사용이 가능해지는 시점이 올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은 이런 100% 신재생 에너지 발전, 자연과 공존하며 인간에 의한 인류의 멸종이라는 디스토피아를 피하는 것이다. 우리의 지향성은 유토피아인 게 합리적이다.

문 대통령의 탈핵 선포는 장기적 방향성,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옳다고 생각된다. 실제 2015년 기준으로 이탈리아는 원전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독일은 14.9% 수준으로 전면 폐지를 정책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원전 비중을 1%까지 줄였던 일본은 비용과 기술 발전 속도 등의 문제로 원전의 비중을 오는 2030년 20~22%로 확대할 계획이다. 프랑스의 원전 비중은 76.3%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원전 의존도를 50%로 낮출 계획이다. 영국의 원전 의존도는 58.7%, 스페인 20.6%, 스웨덴 34.3% 수준이다.

스위스, 스웨덴 등 중소 규모의 유럽 선진국은 경제와 인구 규모가 우리나라에 비해 크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민주주의와 풍부한 사회복지 시스템 등을 만들기 수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구 5173만 명으로 세계 28위, GDP 1조4981억 달러로 세계 12위다. 유럽 중소국가들에 비해서는 규모가 크고, 미국과 일본, 중국에 비해서는 작다. 우리나라는 석유 등 지하자원이 부족하다는 특징도 있다. 석유는 중동에서만 생산되는 게 아닌데, 미국도 상당한 석유 보유국이고 노르웨이도 석유 부국이다. 새 정부의 탈핵시대 로드맵에는 이런 다양한 특징들이 모두 검토‧반영돼야 할 것이다. 

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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