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가스공사 간부 말만 믿고 중소기업에 혈세 수억원 지원
기획재정부, 지난해 경영평가 낙제에 가까운 ‘D’ 등급

사진은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왼쪽 앞)이 작년 10월 초,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황보고를 하고 있는 모습.

[일요경제=채혜린 기자] 최근 발표된 공공기관 경영평가 실적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초라한 성적을 받아든 한국가스공사(사장 이승훈)가 내부 검증 시스템 마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스공사는 특정 설비를 국산화하겠다며 모 중소기업에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가 속아 5억원을 날린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중소기업이 가스공사의 개발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가스공사를 퇴직하고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전 가스공사 간부 이 모 씨가 있었다.

이 씨는 해당 업체로부터 소개비 명목으로 7000만원 이상을 받아 챙긴 것은 물론 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수백만원씩 3년 가까이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30일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산업부가 실시한) 감사를 통해서 정리가 됐다”면서 “해당 (중소)업체를 부정당업체로 지정했고 개발비를 환수받기 위해 소를 제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가스공사 전직 간부 이 씨가 문제가 된 기업을 가스공사 직원들에게 소개해줬기 때문에 심사 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경찰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중소기업은 외국산 제품에 외부 껍데기만 바꿔 실제 개발에 성공한 것처럼 가스공사를 속였으며 가스공사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홍보한 바 있다.

경영평가 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진한 성적표를 거둔 탓에 가뜩이나 불투명한 거취에 더욱 적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한편 가스공사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2016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실적’ 평가에 서 낙제에 가까운 D등급을 종합 점수로 받았다.

가스공사를 이끌고 있는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의 경우 내년 6월 임기가 만료될 예정으로, 박근혜 정부의 싱크탱크인 안민정책포럼을 이끈 인연 때문에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