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길을 묻다 - 최운열 국회의원 ‘문재인 정부 재벌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
“재벌개혁, 탄압‧해체 아니라 재벌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진정한 동반성장 만들기 위한 것”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이지만 이사회 운영 등 경제의 질적 수준이 100위권이라 재벌 개혁을 통해 세계무대에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대규모 정경유착, 문재인 대통령 당선 등 숨 가쁘게 흘러간 최근 재벌개혁 논의 속에서, 그 실체적 수준을 명징하게 표현한 주장이라 주목을 끌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와 공동으로 주최한 ‘문재인 정부 재벌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발제자 3명의 발표 후 이어진 토론시간에 최 의원은 6쪽 분량의 토론문를 토대로 직접 연단에 다시 나서 재벌개혁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최 의원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후보자 당시 청문회에서 기존 순환출자 해소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김 위원장은 순환출자 문제가 있는 곳은 일부 거대 대기업이기 때문에 기존 순환출자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일이라고 했지만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기존 순환출자도 해소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벌 저격수’라고 불려온 김 위원장이 임기 동안 시민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재벌 및 경제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요구였다. 

이어 최 의원은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IMF 기준 작년 GDP가 세계 12위이지만 경제의 질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며 “세계경제포럼이 작년 말 138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기업 이사회의 유효성은 세계 109위이고 기업경영윤리 98위, 지배구조의 경우 아시아 9위”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이 언급한 세계경제포럼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주주 보호는 97위, 감사 공시는 62위로 대부분의 영역에서 경제의 질적 수준이 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접 아시아 국가인 일본의 이사회 유효성 20위, 기업경영윤리 11위, 주주 보호 13위, 감사 공시 5위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의 경우에도 각각의 성적이 116위, 52위, 48위, 68위다. 2개 영역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다른 2개 영역은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크게 높아, 중국 경제의 질적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더 나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주요 선진국들의 각각의 성적을 확인해보면 미국(15위‧27위‧15위‧19위), 영국(18위‧14위‧8위‧14위), 싱가포르(11위‧3위‧6위‧5위) 등이었다.

최 의원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게이트 등 우리나라에 정경유착이 많은 이유에 대해 기업들의 불안한 요소가 많기 때문이라며, 재벌개혁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에서 떳떳하게 경쟁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주요 경제지에서 상법 개정안 등의 문제점을 지적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우리나라 기업이 어디인지 조사해봤더니 KT와 포스코는 이미 도입하고 있었다”며 “주요 경제지 논설위원을 만나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곳이 어디인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아마 아무데도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KT와 포스코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요 경제지 논설위원이 모르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도 꼬집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계열사 간 출자를 지주사와 자회사의 2층 구조로 제안하자는 이스라엘 방식의 개혁안에 대해서는, 지주사 체제의 출자단계를 간결하게 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현재 우리나라가 한시적으로 고손회사까지 5단계를 허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3단계, 기본 2단계 축소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경제민주화 바람 속에 재벌 대기업 개혁과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 논의가 넘쳐나는데, 강도가 높은 규제가 최선이라는 시선에는 비효율성의 함정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며 미래를 바라보고 양질의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조심스럽고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의원은 “상장사의 2단계 체계인 이스라엘 모델 논의가 시작되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아예 회피한다든가 기존 손자, 증손회사의 고용 확대 및 안정성에 악영향을 준다든가 등 논란 속에서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지 않고 문어발식 체제를 고수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와 함께 현행 지주사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주사의 출자단계 간결화와 행위제한 규제 강화 등을 심도 깊게 논의해야 한다”며 “일감몰아주기 판단 기준에서 총수일가의 지분 비율을 현행보다 낮추고 간접지분까지 포함시키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이들의 불공정 행위로 인해 피해를 본 누구나 고발할 수 있도록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제도를 폐지해 재벌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재벌개혁, 탄압‧해체 아니라 재벌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 만들기 위한 것”

재벌개혁 토론회에서 발표 중인 최운열 의원

최 의원은 우리금융지주와 현대미포조선, 국민은행 사외이사, 한국금융학회와 한국증권학회 회장,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등 화려한 경제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누구보다 우리나라 경제 현장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재벌 개혁이 탄압이나 해체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선거과정 중 재벌 해체 등 강도 높은 캐치프레이즈도 등장해 ‘재벌개혁’이라는 표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있지만, 전체 국민경제의 효율성과 선진화를 통해 재벌 대기업을 포함한 경제 시스템의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주목을 끌었다. 

인사말을 통해 최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며 “이 말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게이트로 대변되는 신정경유착을 뿌리 뽑고 우리 경제와 사회 시스템을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롭게 바꿔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 시스템의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로움을 도입하는 게 재벌개혁인데,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시작된 재벌기업의 경제력 집중 현상,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하는 현상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역대정부에서도 단골 정책이자 선거공약이었다는 것. 

그는 “지난 9년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정권은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을 펼친 결과 불균형 성장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문제를 또다시 남겼다”며 “4대 재벌은 약 460조원의 사내유보금, 이중 약 60조원의 현금을 곳간에 쌓아두고 있지만 서민들은 약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로 고단한 삶을 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정상의 정상화, 대한민국의 구조적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재벌개혁을 미룰 수 없는데,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 속에서 서민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재벌개혁이 탄압이나 해체가 아니라 재벌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위한 것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진정으로 동반성장할 수 있는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경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기업지배구조 개선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통해 재벌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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