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4차 산업혁명의 이행기에 각 산업군들과 IT 기업들의 융합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IT  융복합 현상은 자동차에 이어 금융, 유통, 영화 등 거의 대부분의 산업군에서 진행 중이다. 갈등도 나타나고 있어서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인류의 멸종을 도모하는 디스토피아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필요할 전망이다. 

미래형 커넥티드자동차, 자율주행차 등 부품사업 확장을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세계 최대 전장기업인 미국의 하만을 9조3000억 원에 인수 완료했다. 미래의 자동차는 인터넷 연결,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합한 형태로 진화할 전망이라 대형 자동차 회사들과 IT 기업들의 M&A가 진행되고 있는데, 역으로 IT기업이 자동차 부품회사를 인수해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이행기의 IT 융합 심화현상은 금융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통장 잔고 확인과 인터넷뱅킹 등이 가능하지만, 보안 문제를 더 고도화하고 인공지능을 추가해 스마트폰 클릭 몇 번으로 ‘내 손 안에서’ 모든 금융 업무를 해결하는 일상이 보편화되는 미래가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IT 컨설팅업체인 LG CNS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디지털 금융’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LG CNS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대화가 가능한 금융로봇 등 디지털금융 트랜스포메이션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챗봇, 금융로봇 등도 개발 중인데, LG CNS는 LG전자, 우리은행과 손잡고 휴머노이드 로봇 기반의 자산관리서비스를 공개했다. 

우리은행의 ‘우리 로보-알파’는 고객의 정보와 투자 성향을 분석해 고객별 맞춤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데,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진단해 우리은행의 스마트은행 어플리케이션 ‘위비톡’이나 문자 메시지로 리밸런싱을 자동 제안한다. 

이날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 롯데그룹과 카카오뱅크도 각각 디지털금융사업 확대 및 협력 의지를 공식화했다.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는 디지털금융 비즈니스 공동 추진을 위해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각사의 자사주 5000억 원씩을 상호 매입했다.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는 디지털금융법인을 설립해 AI 등 기술과 금융 콘텐츠 결합을 통한 서비스를 공동 추진할 계획인데,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의 인공지능 등 IT 기술을,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의 금융 빅데이터 정보와 광대한 해외 영업망 등을 통해 사업적 이익을 확대할 전망이다. 

롯데그룹 롯데쇼핑, 롯데멤버스, 롯데피에스넷, 코리아세븐은 롯데빌딩 대회의실에서 카카오뱅크와 유통‧금융 융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계좌기반 결제모형 공동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존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과 달리 카카오뱅크 계좌를 기반으로 소비자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해 수수료 비용을 대폭 낮춘다는 전략으로, 가맹점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금융 신상품 개발에도 나선다. 

반면에 급속한 디지털금융 추진전략으로 갈등이 심화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이행기의 갈등은 금융만 아니라 다른 산업군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데, 금융권의 경우 디지털금융으로 인한 기존 점포 일자리 축소가 큰 화두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 1~3차 산업혁명들과 달리 화이트칼라의 일자리마저 위협하는 현실이 강화되는 부작용도 있을 것으로 보여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도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한국씨티은행은 3월 말 차세대 소비자 금융 전략으로 디지털채널 강화를 통해 신규 고객의 80% 이상을 디지털 채널로 유치하며 고객의 80%를 디지털채널 적극 이용자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금융 중심의 은행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인데, 전국 영업점 126개 중 101개를 폐쇄할 예정이다. 

하지만 씨티은행 노조는 직원 입장이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도 영업을 잘하고 있는 은행이 한순간에 80%를 폐점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폐점 후 계획조차 전무한 상황에서 경영권이라고 두고만 보기에는 너무 모순이 많다고 지적했다. 

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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