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준 한국씨티은행 노조위원장

[일요경제] 현재 한국씨티은행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씨티은행 경영진은 고객과 국민이 모르는 사이에 126개 지점 중 101개를 없애는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은행이 발표한 계획대로라면 이번 주부터 첫 점포폐쇄가 시작됩니다.

저희 한국씨티은행 노동자들은 이를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우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점포폐쇄 계획을 통보한 이후 수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은 전혀 입장 변화가 없었고, 저희는 4월말 쟁의행위 돌입을 결의하고 5월 16일부터 한 달이 넘게 투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경영진의 불완전판매 지시 거부 등의 쟁의행위와 1인 시위·점포폐쇄 금지 가처분신청·국회 및 정부 면담 등 전방위적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씨티은행의 이러한 대규모 폐점 전략은 첫째, 시중은행이 이른바 ‘부자 고객’만 상대하고 ‘돈 안되는 고객’은 적극적으로 배제하는 디마케팅(Demarketing) 전략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러한 폐점이 실제로 단행될 경우 경상남도, 울산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 충청남·북도와 같이 씨티은행 영업점이 단 한곳도 없는 지역들이 생기는데, 이 곳의 고객들은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영업점에 가야만 하는 큰 불편을 겪게 되는 등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결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둘째, 전국 점포망을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는 시중은행으로서의 금융서비스 제공의무와 사회적 공공성 책무를 져버리게 되어 신용질서 및 금융시장 안정을 해치게 됩니다. 

셋째, 지방영업점 직원들을 대규모로 서울에 발령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퇴사를 유도하고, 비정규직 업무를 정규직으로 대체하여 비정규직 해고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됨으로써 대규모 인원의 구조조정을 동반하게 될 우려로 인해 심각한 노사갈등을 초래하게 됩니다. 

특히 경영진은 무기계약직 3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뒤에서는 파견노동자 500명의 해고를 사실상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경영진들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을 해외로 송금하면서도 지점 대부분을 없애 국민 특히 서민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려는 계획을 눈 하나 깜짝 않고 실행하려 합니다.

씨티은행은 7월 첫째주부터 3개월간 매주 10개씩 폐점을 진행할 계획이고 현재 첫 번째 페점이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폐점 안내 문자 발송 후 벌써부터 고객들의 항의와 문의가 빗발치고 있고 대량 고객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영업점 폐점이 시작되면 이러한 고객 이탈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예금자를 보호하고 신용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현재의 은행법 제도 내에서 한국씨티은행의 대규모 점포 페점시와 같이 많은 문제점 발생이 예상됨에도 규제 없이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경영진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에 따라 좌지우지되어 직원들의 일자리가 줄고 금융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기 전에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씨티은행의 이번 대규모 폐점전략은 은행법의 취지 내지 목적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 할 것입니다. 은행법 개정 토론회를 시발점으로 향후 금융산업의 건전성을 수호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지점 폐쇄시 승인, 전국 규모의 점포를 유지할 의무가 있는 시중은행으로서 지역별 배치 필수 점포 및 최소 점포수 유지조건 등’ 이를 감독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금융당국의 권한 부여를 포함한 제반 조치들이 입법화될 수 있도록 각계각층에 계신 많은 분들의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송병준 위원장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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