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길을 묻다 - ‘은행업 인가 무엇이 문제인가?’>
금융위 “현행 은행법, 2000년 지점 신설‧폐쇄 전면 자율화...개입 권한 인정 안돼”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한국씨티은행의 대규모 점포 폐쇄 계획은 강남과 분당 등 부자고객만 상대하기 위한 고객 차별전략이며, 현재 비대면 디지털금융 기술이 완벽하지 않아 소비자 불편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씨티은행은 지난 3월 ‘성장을 위한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을 발표하고 디지털 채널 투자를 확대해 오는 2020년까지 자산관리서비스 목표고객 50%, 투자자산 규모 2배, 수신고 30% 증가를 제시했다. 

신규 고객 80%를 디지털 채널로 유치하고 고객 80%를 디지털 채널 적극 이용자로 전환할 계획인데, 현재 126개 지점을 연내 25개로 통폐합할 예정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지난 4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도서관 4층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진행한 ‘은행업 인가 무엇이 문제인가? : 은행업 인가요건 구체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 정책토론회’에서 이런 조치에 대해 우려했다.  

김 대표는 ‘씨티은행의 극단적인 지점 폐쇄 사태를 통한 은행업 인가의 문제점과 제도 개선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 씨티은행은 서울시부터 제주도까지 전국 모든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점포 폐쇄 계획이 현실화되면 충청남도, 충청북도, 경상남도, 울산광역시, 제주도에서는 영업점이 사라진다고 전했다.

김 대표에 의하면 씨티은행은 향후 허브 WM센터(반포‧청담‧서울‧도곡‧분당) 5개, 렌딩센터(서울영업부‧테헤란로‧인천영업부‧수원) 4개, 지방센터(대구 수성동‧부산 해운대중앙) 2개, 단순 입출금 업무만 가능한 서비스 지점 14개 등 총 25개 오프라인 점포와 디지털금융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씨티은행 측은 지점 폐쇄로 인한 유휴인력을 콜센터와 고객가치센터 등 연말까지 재배치할 계획이라 인력 구조조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지점 폐쇄 후 남은 인원을 TM이나 씨티폰 부서 등으로 배치해 콜 상담 업무만 수행하면 인생의 비전이 사라지며, 현재 인력운영 계획상 잉여인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대규모 인원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단계라고 보고 있다.

씨티은행 측이 추진 중인 고객가치센터는 비대면 콜센터로 예상 인건비가 평균 연봉 7000만원이기 때문에 비용 축소에 의한 수익성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다. 

현재 사측이 대규모 지점 폐쇄를 해도 인력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향후 유휴인력에 대해 압박퇴직이나 희망퇴직 등 금융당국의 움직임과 여론 등을 주시하며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아울러 씨티은행의 직원수는 한미은행 합병 승인 후 2004년 말 5550명에서 2015년 말 3912명으로 이미 29% 감소했고, 점포수는 합병 당시 226개에서 2013~2014년 구조조정을 거쳐 올해 126개로 줄었다고 강조했다. 이 상태에서 다시 점포수를 대폭 축소하면 합병 당시 점포수에서 90%가 감소하는 셈이다. 

이어 김 대표는 씨티은행의 대규모 점포 폐쇄에 은행법 위반성이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남과 분당 등 부자 고객만 상대하고 일반 금융소비자를 배제하는 고객 차별전략으로 볼 수 있는데, 시중은행으로서 건전하고 타당한 사업계획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은행의 국내 영업점을 25곳만 설치할 경우 지방 고객들이 심각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모바일뱅킹 관리 부실과 체크카드 해킹 등 전산관리시스템 내부통제가 취약해져 은행 경영을 위한 충분한 영업시설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견해다. 

현재 디지털금융 기술 수준으로는 완벽한 비대면 거래가 불가능한데, 연말정산시 소득공제 서류, 예금잔액증명서 발급 등 각종 증명서 발급을 위해 오프라인 지점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고객들의 불편도 우려했다. 

◇ 금융위 “현행 은행법, 2000년 지점 신설‧폐쇄 전면 자율화...개입 권한 인정 안돼”

금융위원회는 한국씨티은행의 대규모 점포 폐쇄에 대해 은행 점포 통폐합 등 채널 관리 관련사항이 자율적 경영 판단으로, 현행 은행법령상 당국의 직접적인 관여나 조치 권한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진홍 금융위 은행과 과장은 “1998년 전면 개정 이전의 은행법은 지점 신설이나 폐쇄 또는 본점과 지점 등 이전시 일일이 감독당국의 인가를 받도록 규정했다”며 “하지만 1998년 개정 은행법은 지점 신설과 폐쇄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인가 제도를 폐지하고 지점 신설, 이전 기준과 절차를 정하도록만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 개정 은행법은 지점 신설 및 폐쇄 등 관련 사항을 전면 자유화해, 점포 통폐합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거나 은행의 경영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은 5월 25일부터 지난달 2일까지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일일보고 체계를 구축해 유동성 비율 변동 등 씨티은행의 건전성 현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며, 지난달 29일 지점 통폐합 시 준수사항 관련 행정지도를 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의 은행 지점 통폐합 시 준수사항은 △점포 폐쇄 결정시 대고객 사전 안내 철저 △고객 불편 최소화 조치 계획 수립 △내부통제 체계 재점검 △직원 재교육 △노동관계법령 준수 철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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