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 결과 12일 발표…"사건 은폐한 숭의초 교원 4명 수사 의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요경제=심아란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숭의초등학교의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숭의초가 사건을 은폐·축소한 정황을 포착했다. 숭의초가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손자이자 박세창 사장의 아들을 봐준 것이 사실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숭의초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수련회에서 4명의 학생이 같은 반 친구 1명을 집단 구타했다. 이불을 덮어씌운 채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바디워시를 먹이는 등 가해학생이 저학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잔인했다.

특히 가해학생 중 박 회장의 손자와 배우 윤손하 씨의 아들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안겼다.

게다가 숭의초 측에서 해당 사건을 은폐·축소해 박 회장의 손자를 보호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여론을 들끓게 했다. 또한 윤 씨도 아들을 감싸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2일 “숭의초가 학교폭력 사안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며 “그 책임을 물어 학교장, 교감, 생활지도부장, 담임교사에 대한 중징계 등 신분상 처분을 법인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달 21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됐으며, 6명(시민감사관 2명 포함)의 감사인력을 동원해 숭의초의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 전반을 검토했다.

서울시교육청 발표에 따르면 사건 발생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4월 27일, 피해학생 어머니가 박 회장의 손자를 가해학생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1차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6월 1일) 심의 대상에서 박 회장의 손자를 누락시킨 것이다.

또한 담임교사가 앞서 4월 24일에 학생 9명을 최초로 조사해 진술서 18장(2장×9명)을 받았는데 이 중 6장이 사라졌다. 분실된 6장 중 4장은 목격자 진술에 따른 것이다.

특히 박 회장의 손자는 학교폭력에 사용됐던 물건을 가져왔다. 이에 자치위원회에서 학부모위원이 "해당 학생에게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숭의초는 박 회장 손자가 학교폭력 현장에 없었다는 일부 학생들의 진술서를 근거로 박 회장의 손자를 생활지도 권고대상에서도 제외했다.

전담기구 조사에서는 담임교사가 최초 조사한 학생진술서 내용을 반영하지 않았다.

또한 박 회장 손자의 학부모가 전담기구에서 조사한 자료인 ‘학생 확인서’와 ‘자치위원회 회의록’을 문자로 요구하자 생활지도부장은 해당 자료를 이메일과 문자 전송(사진파일)을 통해 제공한 사실도 확인됐다.

박 회장 손자는 또 다른 학교폭력 사안에도 연루돼 있다. 자치위원회에서 또 다른 피해학생의 학부모가 “야구방망이로 맞았다. 원망스럽다”고 문제제기를 했는데도 회의록에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

그러면서 이 또 다른 사안의 피해학생 중 한 명이 자치위원회 개최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해당 사건을 심의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숭의초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구성과 운영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숭의초 자치위원회 규정에는 학부모위원 4명, 교원위원 2명(위원장인 교감 포함), 학교전담경찰관(SPO) 1명, 총 7명을 자치위원회 위원으로 구성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4월에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을 심의하려고 자치위원회를 개최하면서 규정에 없는 교사 1명을 교원위원으로 임명한 후 학교전담경찰관(SPO)을 배제시켰다.

숭의초는 생활지도부장이 전담기구 교사, 자치위원회 위원 및 간사를 모두 겸하도록 했고 이에 따라 생활지도부장은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는 모든 과정에 관여할 수 있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이는 사안 처리의 공정성 및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학교장은 피해학생 학부모에게 전학을 유도하는 발언 등으로 학부모와의 갈등을 심화시켰다. 

교감은 피해학생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고려하지 않고 병원까지 방문해서라도 피해자 진술을 받겠다고 하는 등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했다.

담임교사는 관련 학생 및 학부모들로부터 직접 학교폭력 관련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를 묵살했다. 사건 당일 또 다른 학교폭력 사안이 일어난 것을 피해학생 학부모를 통해 인지하고도 모른 척했다.

특히 담임교사는 가해학생들이 피해학생을 평소에 괴롭힌다는 사전정보가 있었다. 그럼에도 수련회에서 같은 방에 배정했으며 피해학생 보호자에게 확인되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실제 사용된 바디워시가 아닌 다른 바디워시 사진 전송 등)를 제공해 피해학생 학부모의 분노를 유발했다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감사 결과 숭의초가 자치위원회를 개최해 가해학생을 처분하는 것이 ‘비교육적인 방법’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현재까지 숭의초 자치위원회 심의 건수가 전무한 것을 감안하면 학교폭력 발생 시 통상 담임교사가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학부모들을 중재하는 방식으로 학교폭력을 처리해온 것으로 서울시교육청은 파악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구성원들의 그릇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장학지도를 실시할 것”이라며 “특히 사립초가 ‘교육적인 지도’라는 명분 아래 자의적으로 행하고 있는 학교폭력 처리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해당부서에 제도개선을 요청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사립학교 교직원 징계 처분에 대한 실효성 확보를 위해 사립학교법(제66조의2) 개정을 교육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진술서 일부가 사라진 건과 학교폭력 사안 조사 관련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건에 대해서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1조(비밀누설금지 등)와 관련 법률에 따라 교원 4명(교장, 교감, 생활지도부장, 담임교사)을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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