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우리나라 경제계의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갑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 을들을 무시하거나 눈물을 흘리게 한다는 점이다. 최근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계도 이런 갑의 횡포라는 측면에서 다른 산업군과 동일한 성질의 문제성을 보이고 있다. 미스터피자 회장은 운전기사 폭행에 이어 친인척 회사의 치즈를 사게 하는 등의 혐의로 구속됐고,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은 성추행 사건으로 가맹점주들의 매출이 줄어들어 근심을 더했다. BBQ의 경우 한 달 동안 두 번이나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와 양계협회가 모두 반발해 이를 철회했는데, 편법 증여 논란도 더해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의 이재관 공동의장은 이런 일들이 최근 논란이 된 업체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가맹점주협의회 임원이 되면 가맹본부에서 일방적으로 해지 통보를 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크게 언급된 프랜차이즈 업체 외에도 많은 업체들이 공산품의 필수품목 판매, 광고비 등 전가, 불통 등으로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어왔으며, 심한 경우 탈퇴한 가맹점주의 매장 옆에 직영점을 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문제의 심각함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가맹본부에서 월급을 받는 직원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프랜차이즈 매장을 시작하려면 가맹비라는 게 있는데, 가게 인테리어와 물품, 광고비 등을 포함해 적지 않은 금액을 가맹점주들이 투자해야 한다. 가맹본부는 이런 형태의 가맹점들을 통해 올리는 수익이 주요 수입원으로 한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는 공동 투자자이며, 동업자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이들의 관계에는 상명하달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주들을 사업 파트너로 인식하고 함께 상의해야 한다. 소통의 중요성은 회사와 직원의 사이에서도 성립하지만, 회사와 투자자 또는 주주, 가맹점주와의 관계에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룰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재관 의장은 우리나라에는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프랜차이즈 회사가 없지만, SPC그룹 파리바게트와 CJ푸드빌 뚜레쥬르는 상대적으로 가맹점주들과 소통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버거킹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들이 구매협동조합을 만들어서 물품 구입과 경영 등 중요한 사항을 함께 논의해 공동으로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버거킹은 구매협동조합을 만든 후 가맹점의 매출이 증가했다고도 설명했다.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가 잘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가맹본부가 잘 돼야 자신의 수익도 증가하기 때문에, 가맹본부가 안 되기를 바라고 비판하는 가맹점주는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의 연이은 논란을 보면서 슬픈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프랜차이즈 업종 대다수는 먹을 것과 즐길 것이다. 시민들이 행복을 찾기 위해 가장 많이 찾는 업종이며, 행복을 팔아야 하는 게 정도인 사업군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는 행복하지 않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과도한 경제력 집중으로 설 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가맹점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의 근심은 두 배이다. 

한 대학교수는 우리나라 경제의 큰 문제점 중 하나를 소수 대기업집단이 전체 경제 부의 대다수를 차지해 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가 정당하게 진행되지 않는 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거대한 기업들의 이런 관행이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등 기업 전반의 문화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질적 수준이 세계 100위권에 머물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우리나라 경제계의 이중적인 모습, ‘한강의 기적’의 이면, 질적으로는 낙후된 야누스적인 측면이 프랜차이즈 업계의 깊은 고민에도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으로 우리가 조금씩 극복해야 할 부분인데, 그 목표는 공생이다. 기업만 사는 것도 주주만 사는 것도, 재벌만 사는 것도 일반 시민만 사는 것도 불가능하다. 기업과 주주, 재벌과 일반 시민들이 같이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한국은 글로벌 무대에서 진정한 선진국으로 인식될 것이다. 

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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