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고용시장 호조에 힘입어 물가 부진 문제 차츰 해결돼"

[일요경제=심아란 기자] 미국 주식시장이 호황기를 맞았다.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나타내는 VIX지수(Volatility Index·공포지수)와 CNN머니가 집계하는 ‘공포와 탐욕지수(Fear&Greed Index)’가 동시에 하락했다. 지난 14일 VIX지수는 24년 만에 최저치인 9.51을, 공포와 탐욕지수는 64를 기록했다. 이를 반영해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0.4%, 0.5% 상승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진용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개선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14일 발표된 경제지표가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진 연구원은 “미국의 6월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예상치(전월 대비 +0.1%, 전년 동기 대비 +1.7%)를 하회하며 전월 대비 0.0%, 전년 동기 대비 1.6%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1월 근원 CPI는 전월 대비 예상치(0.2%)에 미치지 못해 0.1%를 기록했고 전년 동월 대비는 예상치(1.7%)에 부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6월 CPI가 부진한 이유는 식품가격 안정, 에너지 부분 물가 하락에 기인한다”며 “근원 물가도 상품 물가 안정세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더딘 상승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투자증권 제공.

진 연구원에 따르면 6월 소매판매도 예상치(0.1%)를 밑돌며 전월 대비 0.2% 떨어졌다.

6월 소매판매 기여도를 보면 주유소와 식음료 관련 부분을 중심으로 소매판매 부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진 연구원의 설명이다.

또한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점차 현실적인 수준으로 내려오며 7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예상치(95.0)를 하회한 93.1을 기록했다.

앞서 시장은 지난 6월 공개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을 통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스탠스가 다소 매파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경제지표 부진과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의회 발언 등을 통해 연준의 스탠스가 ‘비둘기파’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 상황.

이에 시장은 연내 1번의 추가 금리인상이 있다면 그나마 12월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진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의하면 12월 인상 가능성도 43.4%로 크지 않다”며 “6월 FOMC가 발표한 금리 점도표는 연준의 입장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연준은 연내 1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예상했으나 최근의 경제지표를 감안하면 향후 통화정책 정상화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게 진 연구원의 판단이다.

특히 6월 FOMC 의사록에서는 몇몇 연준 인사들이 최근의 물가부진이 일시적인지 여부에 따라 보유자산 축소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는 것.

이에 진 연구원은 “이번 6월 CPI를 통해 최근의 물가 부진이 일시적이라고 주장하는 연준 인사들의 목소리가 낮아질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 부진이 향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경기에 대한 연준의 자신감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진 연구원은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고용시장의 호조’가 그 이유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시장 모멘텀이 전년과 비교했을 때 크게 악화되지 않았고 상품생산 업종인 광업, 건설, 제조업의 일자리 수 증가가 유지되며 균형적 노동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상품생산 업종의 시간당 임금상승률이 6월에 일제히 반등했고 임시직 일자리 증가폭 반등세나 설비가동률 상승세는 노동 수요 증가를 뜻하므로 임금상승 압력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종합해 진 연구원은 “탄탄한 노동시장은 심리(소비자심리지수)와 실물(소매판매) 부분에서의 개선을 이끌고, 이는 근원 물가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진 연구원은 식품 물가와 에너지 물가도 전체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 PPI(생산자물가지수)와 곡물가격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식품 CPI는 향후 소비자 물가 상승에 우호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또한 진 연구원은 “유가가 현 수준보다는 하락할 수 있지만 달러화 약세, 견고한 중국의 원유 수요, 드라이빙 시즌으로 인한 재고감소, 글로벌 경기회복세 등을 감안하면 6월 유가 수준 이상은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진 연구원은 "연준이 매파 스탠스를 보이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는 곧 달러 약세를 지지함과 동시에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한동안 이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유럽중앙은행(ECB)의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의 점진적 축소) 이슈가 부각되면 위험자산 선호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글로벌 금융시장 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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