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디지털 시대의 문화콘텐츠 산업>
김준섭 문화창조아카데미 감독 "예술하는 로봇이 부(富)를 창출한다"

케이팝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로봇의 모습. 공개 강의 특유의 무겁고 조용한 분위기가 이 로봇의 움직임으로 웃음이 터지면서 일견 반전되는 효과가 있었다.

[일요경제=채혜린 기자] 인간과 합을 맞춰 춤을 추고 판단을 하고 또 심미안까지 지닌 로봇의 등장이 멀지 않았다.

지난 13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는 <포스트디지털 시대의 문화콘텐츠 산업>이라는 주제 하에 김준섭 문화창조아카데미 감독의 ‘메이커 아티스트의 로봇 퍼포먼스’ 강의가 진행됐다.

이날의 강의는 여러 산업군에서 쓰이는 로봇 중 엔터테인먼트용 로봇이 얼마나 진화했으며 또 다른 산업 혹은 분야에 어떻게 결합해 발전하고 부를 창출하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김 감독은 무용수와 로봇의 협업을 설명하면서 “무용수는 (춤 동작 때문에) 골반과 가슴이 중요하다. 그래서 (협업을 위한) 로봇을 만들 때 로봇 가슴에 (그런 움직임을 구현시키고자) 모터 세 개를 넣는다”고 설명하면서 동시에 로봇에 힘줄을 도입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말했다.

김 감독에 따르면 기존 로봇은 힘줄이 없었기 때문에 춤 동작 등을 구현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예술은 기술이 없다. 기술이 있는 기업에 무엇이 가능한지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예술가의 역할을 역설한 김 감독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예술가들도 기술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디즈니리서치랩을 예로 들면서 “여기서 연구하고 또 만들어 내고 디즈니랜드에 적용시킨다. 하나 잘 만들어서 돈도 많이 번다”고 설명했다. 이를 설명할 때 김 감독은 디즈니 만화영화 시리즈 가운데 의인화된 가구를 실제 로봇 기술로 제작해서 관광객들에게 선보이는 영상을 보여줬다. 만화로만 보던 가구의 의인화가 로봇 기술을 통해 실제 구현된 셈이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과거 자신이 만든 엔터테인먼트 로봇과 가정용 로봇 회사가 만나면 경쟁에서 졌던 과거 경험을 말하면서 “우리나라 (로봇) 산업계는 양산을 얼마나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즉, 몇 개 팔리느냐 그걸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한 개 잘 만들어서 오래 돈 벌 것을 고민해야 하는데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한국 관련 업계의 현실이 아쉽다는 것.

엔터테인먼트 로봇 하나 잘 만들어서 판매하기 보다 여러 행사 등에 출연시키면서 높은 출연료를 받아가는 해외 로봇 회사들의 사례를 설명한 김 감독은 “미국이 로봇에 투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비스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로봇 회사가 아니어도 영감을 주는 로봇(가오리·새 로봇 등)을 통해 기업 이미지와 가치를 높이는 있고 사례를 들었다.

이어 로봇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라고 언급한 김 감독은 “중국에서 150cm인 로봇을 소비자가로 20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바로 2~3주전에 들었다”고 전했다. 이미 좀 더 많은 대중이 구입할 수 있도록 로봇 생산이 가능해진 중국의 무서운 성장속도를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도 로봇 산업에서의 성장이 세계적인 수준이란 점을 빼놓지 않았다. 삼성과 현대 등이 대표적이라는 것.

“과학자들이 예술가들에 손을 벌리는데 (정작) 예술가들은 그 접점을 찾지 못해 시너지(상승효과)가 아직 나지 않고 있다”면서 공유와 커뮤니티(공동체)를 통한 연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로봇의 등장은 얼마나 되었을까.

김 감독이 준비한 자료에 따르면 로봇이란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의 카렐 차페크의 희곡 ‘로섬의 만능 로봇’에서 나온 단어다. 이 단어 자체는 카렐 차페크의 형인 요세프 차페크가 만들었다고 하며 체코어 robota(노동자를 의미)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로봇이란 단어보다 안드로이드나 자동인형(오토마톤)과 같은 단어가 이전에 사용된 바 있으며 로봇 개념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그리스 신화의 청동거인 탈로스 전설이나 유대인의 골렘 설화 등이 있다고 김 감독은 전했다.

즉, 우리가 현재 생각하는 로봇이라는 개념이 있기 전부터 인류는 인간이 만들고 또 인간을 닮은 존재에 대해 상상하고 꿈꿨다는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을 너무 완벽하게 하면 공포감이 온다. 알파고가 바로 그 예”라고 말한 김 감독은 그래서 그 수준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봇의 성장에 다소 우려를 표한 청강생의 질문에 그는 "많은 생각을 해봤는데 로봇의 예술은 (예술이라는 한 분야에서의 성장 혹은 요소가 아니라) 또 다른(another) 분야라고 생각한다."라며 "로봇은 종합 예술"이라고 마무리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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