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과거의 열악한 근무 환경 및 엔지니어 업무 특성에 따른 유해물질 노출 인정한 것”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악성림프종에 걸린 근로자 김 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이는 공단이 승인한 12번째 산업재해이며 하이닉스 반도체 노동자 중에서는 첫 사례다.

19일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는 근로복지공단이 지난 7일 SK하이닉스의 노동자의 악성 림프종에 대해 첫 산재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반올림에 따르면 재해당사자 김 씨는 “산재가 승인되어 너무 기쁩니다. 저의 산재승인 결정이 질병으로 고통 받는 SK하이닉스 직원 분들의 산재신청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며 “또한 라인 내에서 방사선, 케미칼, 가스, 공정 부산물 등 유해인자의 인체 노출 저감 활동이 회사 주도로 적극적으로 추진되기를 희망합니다”고 전했다.

김 씨는 1995년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당시 LG반도체)에 입사한 뒤 장비엔지니어로 임플란트(Implant) 공정 및 화학기상증착(CVD) 공정에 착수해 근무했다. 10여년이 흐른 2005년 10월, 김 씨에게 NK/T-세포림프종과 코 부위에서 악성림프종이 처음 발병했고 이후에도 병이 수차례 재발해 10년간 항암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지난 2015년 3월 근로복지공단 청주지사에 산재보험 요양급여신청을 했고, 이후 2년간의 역학조사를 거친 뒤 최종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이하 질병판정위) 판정 결과 산재가 인정됐다.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의 판정문을 살펴 보면 김 씨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초창기에는 장비와 각종 유해인자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한 보호장구 없이 업무를 수행했다. 노후화된 임플란트 설비는 납차폐가 완전하지 않아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도 있었다. 엔지니어 업무 특성상 철야 및 비상 근무를 통해 유해 인자에 장시간 노출됐을 가능성이 컸다.

특히 김 씨가 근무하던 때는 현재의 반도체 공정보다 안전관리 기준 및 규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현재의 작업환경측정결과나 역학조사 결과보다 당시의 유해요인 노출 수준은 더욱 높았을 것으로 명시됐다.

이해 질병판정위는 여러 유해물질로 인해 상병이 발병한 것으로 판단되어 업무와 상병간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반올림은 김 씨가 이번에 산재인정을 받았지만 역학조사 기관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산보연)의 태도에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보연이 역학조사에 2년이라는 긴 시간을 소요했고, 부실하고 제한적인 현재의 일회적 측정 결과에 의존하여 발암물질 노출 수준이 미미하다며 업무관련성이 낮다고 결론지었던 것.

반올림 측은 질병판정위가 최종 심의에서 산보연의 역학조사 결과를 뒤엎은 것이라 설명했다. 질병판정위는 과거의 환경의 안전보건상 문제를 인정하고, 방사성 차폐시설의 불완전성, 엔지니어 직무의 특성 등을 반영해 산재인정을 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아직도 대부분의 직업성 암 산재신청 사건에서 역학조사 평가위원회는 기계적 판단으로 업무관련성이 낮다고 결론을 짓고 있고, 이것이 불승인의 주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며 “이러한 부당한 역학조사는 전면 개혁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반복되는 직업병에 대해서는 산재가 자동적으로 인정되도록 하고, 재해 노동자 입증책임의 전환 등 산재보험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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