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ㆍ법인세 인상 의견 개진 여부 주목…상의, 그룹별 참석 명단 조율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일자리 15개 기업'의 대표들과 정책간담회에서 삼성 권오현 부회장 등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일요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28일 이틀간 청와대에서 기업인들과 첫 대화의 시간을 갖기로 한 데 대해 재계는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재계는 일단 기업인 간담회가 예상보다 빨리 열리는 데 대해 문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기업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재벌개혁 정책이 역점 추진되는 데다 법인세율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기업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우려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할 주요 기업인들은 하반기 일자리 창출 계획과 함께 동반성장·상생협력을 통한 사회 기여 방안에 대해 주로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대한상의 주도로 열린 15대 그룹 대표단 회동에서도 참석자들은 "동반성장, 상생협력과 관련된 그룹별 사례를 홍보하고 전파하는 방안을 마련해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내놓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일부 그룹은 최근 1·2·3차 협력사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간담회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대화에서 문 대통령은 더불어 잘사는 경제, 사람 중심 경제 등 새 정부 경제철학을 기업인과 공유하고 일자리 창출 및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정부와 기업 역할에 대해 상호 깊이있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 참석 대상 기업들은 과거처럼 투자·고용 관련 계획을 취합해 발표하지는 않더라도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통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다짐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간담회가 이례적으로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최근 국내외 경기 상황과 기업 애로사항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대한상의 이경상 상무는 "새 정부가 출범해서 국정과제를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하는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경제계가 얼마나 '팀플레이'를 잘하느냐 하는 것"이라면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이번 간담회가 빨리 이뤄진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번 간담회를 통해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구축 의지를 밝히면서 재벌개혁이나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에 대한 의지를 밝힐 경우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참석 대상 대부분이 대기업인 만큼 최근 정부가 검토하는 법인세 인상 문제 등이 거론되면 반대 논리가 제기될 지도 주목된다.

재벌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청와대가 기존의 대화 방식에서 탈피해 진솔한 대화의 자리를 갖기로 한 데 대해서는 긍정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간담회 일정을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오히려 '소통'의 의미를 퇴색시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들어 '재계 대표'로 부상한 대한상의는 이날 청와대가 일정을 발표한 직후 참석 대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참석자 명단 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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