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先공략 후 바른정당 협조 견인…제1야당 고립 작전
여야정협의체 '3당 체제'도 검토…24일 당정서 '핀셋증세' 본격 논의

[일요경제] 추경안 처리로 한숨을 돌린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손을 잡는 '신(新)3당 공조'로 문재인 정부 초기의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당장 여권의 다음 과제인 증세 문제가 신3당 공조의 향배를 가늠할 시험대로 떠올랐다.

여소야대 다당제 체제에서 소여(小與) 단독으로는 어떤 것도 밀어붙이기 힘들다는 현실인식에 따라 '신3당 공조' 모델을 그 돌파구로 삼으려는 전략인 셈이다. '뿌리'가 같은 국민의당의 협조를 먼저 견인하고 여기에 바른정당을 합류시켜 비(非) 자유한국당 전선을 구축, 강경보수 색채가 강한 자유한국당을 고립시키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양당 체제 하에서 여당의 국정운영 전략이 제1야당을 움직이는 데 방점을 뒀다면, 여소야대 다당제 하에서는 야권의 틈새를 파고드는 복잡한 협치 방정식이 가동되는 셈이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2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여소야대 정국에서 이번 추경안을 처리하는 3당 공조의 모습은 좋았다고 판단한다"며 "여당으로써 이런 틀을 잘 만들어나가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3당 협의가 정국 해법과 협치 모델을 찾는 데 많은 기여를 하고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선 인사청문회 정국에서는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야3당'의 대여 협공으로 인해 민주당이 끌려다녔지만, 추경 협상 과정에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제안을 잇달아 수용한 끝에 제1야당인 한국당이 고립되며 전세가 역전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자체 평가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추경안을 협상할 때 국민의당을 먼저 설득하고, 그 다음 바른정당을 설득하는 방식이었다"며 "국민의당과 합의점을 만들면 그쪽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 중요한 교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당도 느낀 것이 클 것"이라며 "특히 국민의당에 대해 '언제든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했을 것이다. 야3당 공조가 어려운 구도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증세 논의와 관련해서서도 재원 마련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국민의당·바른정당을 상대로 먼저 적극적인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당은 초대기업·초고소득자 증세와 관련해서도 이들 두 당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보고 있다.

각론에 있어서는 증세에 대해 온도차가 있는 야권의 틈새를 파고들겠다는 것이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당은 정책 노선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국민의당을 떠받치는 호남 여론도 입법에서 협력하라고 할 것"이라면서 "바른정당도 증세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절차에는 참여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로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지형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 연장선 상에서 민주당은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와 관련해서도 한국당의 협조를 얻지 못할 경우 일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참여하는 형태로 협의체를 띄우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가급적이면 협의체에 제1야당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정국 환경에 따라 판단해봐야겠지만, 국민의당·바른정당과 얘기할 가능성도 열려있다"며 이같은 방침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25일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두고 24일 오전 당정협의를 열어 논란을 최소화하고 야당 연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핀셋 증세'의 구체적인 방향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은 김경수 의원이 이날 SNS를 통해 '명칭' 모집을 제안하는 등 여론전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통화에서 "원론적 입장에서는 국민의당·바른정당이 증세에 대해 열어놓은 상태인 만큼 앞으로 협의가 가능하다고 전망한다"며 "증세 방향과 목적이 중요한 만큼 잘 설명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3당 공조'를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줄 구체적인 정치적 '선물'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민주당의 고민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협치와 공조를 얘기하면서 야당에 일방적인 희생과 협력만을 요구해선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감사 인사는 고사하고 공격만 돌아오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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