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인 배진영 씨 “과로사 원인엔 업무 환경도 고려해야”
삼성重 관계자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 취재에 응하지 않아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거제 삼성중공업 사업장에서 일하던 고(故) 이상헌 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유족들이 회사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과로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씨는 지난달 17일 오전 12시 50분경 거제시 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삼성중공업 관리부서의 과장이었던 이 씨는 전날 출근하는 것처럼 집을 나섰다 하룻새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이 씨는 삼성중공업 작업복을 입고 안전화를 신은 상태였다.

유족들은 지난해부터 회사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이 씨가 굉장히 불안해했고 부서 이동 후에도 계속 희망퇴직 압박에 시달리면서 우울증을 앓아 왔다고 주장했다.

이 씨의 아내 배진영 씨는 지난 20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편의 죽음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배 씨에 따르면 이 씨는 6년 전 삼성중공업에 연구직으로 입사했다. 카이스트에서 학사, 일본 동경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을 정도로 ‘연구직’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회사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이 씨는 연구부서가 아닌 관리부서로 옮기게 됐다.

하지만 이 씨가 옮겨간 부서는 정리해고가 적극 진행되는 부서였다.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배 씨는 “부서만 옮기면 구조조정은 없을 줄 알았다”며 “하지만 옮긴 부서에서는 지난 1년간 16명 중 4명이 퇴사했다”고 전했다.

이 씨도 해당 부서에서 희망퇴직의 압박을 받아왔으며 더욱이 그는 사내에서 소위 말해 찍혀 있었다. 직접적으로 퇴직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수시로 압박을 줬다는 것.

배 씨가 남편의 동료로부터 전해들은 말에 따르면 이 씨는 파트장으로부터 모욕적인 언행까지 들어야 했다. 파트장은 이 씨에게 ‘너는 하는 일이 뭐야. 니는 뭐하는 사람이야’라고 말했고 당시 이 씨는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는 게 이 씨 동료의 증언이다.

이 씨의 휴대폰 기록에도 파트장으로부터 받은 모멸감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고 배 씨는 주장했다.

이 씨는 우울증이 급속도로 심해져 단기 기억상실, 대인기피증까지 생겼으며 수차례 정신과도 찾았다고 한다.

배 씨는 이 씨의 죽음이 극악한 업무 환경과 노동 강도로 인한 과로사, 즉 산업재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근무 시간 외로도 업무 환경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배 씨는 강조했다.

이와 관련 삼성중공업 측은 사내에서 사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산업재해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요경제>는 삼성중공업의 해명이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거제 삼성중공업 소속 관련 담당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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