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기관 등에 의뢰해 철저하게 진상조사 후 관련자 처벌 및 재발 방지"

LG가 지난 3월 8일 서울 LG전자 서초 R&D캠퍼스에서 개최한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 참석한 LG 경영진들 모습. 왼쪽부터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구본무 LG 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일요경제=심아란 기자] '정도 경영'을 기업문화로 내건 LG그룹이 주력 계열사의 '노조 불법도청'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LG화학에서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중 사측이 노동조합을 불법도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LG화학 측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곧바로 진상조사에 착수했으나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24일 LG화학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익산공장에서 진행된 임단협 교섭 중 사측이 노조 휴게실에 마이크 형태의 도청 장치를 설치한 것을 노조 간부가 발견했다.

노사 협상 중 정회된 상황에서 휴게실로 이동한 노조 간부들이 마이크의 줄을 잡아당겼는데 이 줄이 옆방으로 연결돼 있었으며 해당 마이크에 녹음 기능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노조는 관련 사진을 공유하는 등 사측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특히 일부 노조 간부들은 21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LG화학 본사를 항의 방문해 LG화학 부회장 및 김민환 인사최고책임자(CHO)에 공식 사과문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일요경제>와 통화에서 "실무 직원이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진상조사 과정에서 녹음이 실제로 이뤄지진 않은 걸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노조와 협의 중에 있고 진상조사를 마치는 대로 관련자 징계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LG화학은 25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회사 측에서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사실 확인을 위해 자발적으로 제3자인 사법기관 등에 조사를 의뢰해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노조에서 제기하고 있는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도 노조와 함께 외부 조사에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며 "이번 사안이 발생한 데 대해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거듭 사과의 말을 전했다.

한편 LG화학은 지난달부터 임단협을 시작했으며 통상 9월께 협상이 마무리된다. 지난해까지는 노사가 임금인상률을 두고 의견차를 보였으나 서로 합의를 통해 1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왔다.

다만 올해는 LG화학이 연초에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면서 교섭 대상을 확정 짓는 문제 등에서 노사가 갈등을 빚어 임단협이 늦게 시작됐다. 여기에 사측의 '노조 불법도청’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LG화학은 경영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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